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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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형 예능 단상…아이돌 서바 중심으로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8.25 12:34



다소 뜬금없는 타이밍에 쓰는 감이 있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그동안 이런 저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느꼈던 점을 써보려고 한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1. 방송 하나의 흥행을 좌우할만한 인재가 매년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2. 아무리 어린 친구들이 하는 게 아이돌 서바이벌이라 해도 ‘짬’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일단 1번부터 이야기해보자.


대흥행한 서바이벌이 갈수록 소위 ‘노잼’이 되는 데는 결국 인재풀 문제가 가장 크다. 흥행한 방송을 캐리한 인재 같은 인물이 매해 나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

아이돌 서바이벌을 포함해 여러 서바이벌식 예능들을 예로 들자면

‘슈퍼스타 케이’ 시즌3 울랄라 세션
‘케이팝스타’ 시즌2 악동뮤지션
‘프로듀스101’ 시즌2 강다니엘
‘믹스나인’ 신류진

‘고등래퍼’ 시즌2 김하온

이런 인재들이 매해 매번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예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악동뮤지션이 ‘다리꼬지마’를 부른지 약 7년이 지났지만, 악뮤 같은 인재는 세상에 악뮤 단 한 팀 밖에 없다>

올해를 휩쓴 예능 ‘미스터트롯’(기자는 이 프로그램을 ‘남자 트로트 아이돌 서바이벌’이라고 생각한다)만 해도 ‘미스터트롯’ 시즌2에 임영웅만한 인재가 또 나온다고 보장할 수 없다.

장수 서바이벌인 ‘쇼미더머니’도 예외가 아니다.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에서 루피, 나플라, 키드밀리 같은 카드들까지 소진하자 작년 시즌인 ‘쇼미더머니’ 시즌8 때는 여러모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돌 서바이벌, 특히 ‘프로듀스101’ 시리즈 같은 경우엔 한해에는 남자 시즌, 한해에는 여자 시즌 이렇게 번갈아가면서 했는데도 인재풀 충전이 만족스럽게 되지 못했다.

물론 ‘프듀’ 시즌2 대흥행 이후 아이돌 서바이벌이 난립(믹스나인, 더유닛, 언더나인틴 등)하는 바람에 방송의 흥행을 좌우할만한 인재들이 여러 방송으로 분산된 탓도 있긴 하지만, 특정 프로그램의 흥행이 마이너 카피 프로그램의 난립으로 이어지는 건 워낙 흔한 일이기에 이 또한 운명이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 다음은 2번.

‘믹스나인’, ‘더유닛’, ‘프로듀스101’ 시리즈 등을 보면, 활동 기간은 좀 됐지만 빛을 못 본 아이돌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경우가 많았다. 비교적 뉴페이스인 아이돌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프듀’ 시즌2조차도 경력직들의 존재감은 컸다.


<‘프듀’ 시즌2 대표 경력직 중 한명인 핫샷 노태현의 역작 ‘Shape of You’. ‘프듀’ 시즌2 대표 무대하면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무대다>

아무리 무명이었다고 해도 그간 들여온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의 양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고 실력 있는데 스타성까지 갖춘 ‘경력 없는’ 연습생들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어야 방송이 흥한다. 그 프로그램이 바로 ‘프로듀스101 시즌2’였고.

그에 비해 작년 ‘프로듀스X101’은 뉴페이스들과 경력직들의 파워밸런스가 많이 무너진 프로그램이었다. 실력과 매력에서 경력직들을 따라갈 만한 인재들이 (프듀 시즌2에 비해) 부족했던 시즌이었던 것. 


이 무너진 밸런스는 ‘프듀X’ 어벤져스조였다고 할 수 있는 ‘움직여’ 조가 한명 제외 전원이 경력직이었던 것만 봐도 확인 가능하다. 장외에서야 미성년자 연습생 팬덤과 경력직 연습생 팬덤이 피터지게 싸우고 있었지만(아이돌은 어려야지 VS 아이돌은 잘해야지), 경연 퀄리티만 놓고 보면 경력직들이 압도적으로 잘했다.



<작년 ‘퀸덤’과 올해 ‘로드 투 킹덤’ 경연 무대들만 봐도 그간 쌓아온 경험, 다듬어온 실력, 맞춰온 호흡의 중요성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아이돌 서바이벌 특성상 ‘얼마나 어린가’도 누군가를 지지하는데 중요한 요소. 하지만 가능하면 어려야 한다는 이 사실이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을 때도 있다. ‘어린데도 잘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에.

이에 기자는 10대 서바이벌이었던 ‘언더나인틴’이 잘 안 된 이유, 트로트서바이벌인 ‘미스터트롯’이 잘된 이유 중 하나로 나이를 꼽는다.


<‘언더나인틴’ 경연용 곡들. ‘주문 미로틱’부터 ‘셜록’까지 있다. 10대 연습생들이 저 노래들로 무대 찢어서 방송을 일으켜 세운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

단적인 예로, ‘미스터트롯’ TOP6 김희재와 이찬원이 각각 95년생과 96년생인데 만약 이들이 정통 아이돌 서바이벌에 출전했으면 (실력과 별개로) 나이로 엄청난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트로트 서바이벌에서 그들은 완전 젊은 피 그 자체였다. 실력과 끼가 있으면 나이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 서바이벌이었기에 출중한 실력자들이 모일 수 있었다는 얘기.


<‘미스터트롯’ 이찬원을 대표하는 무대 ‘진또배기’. 96년생이 ‘진또배기’를 이만큼 부르는 것도 엄청난 재능임에 분명하지만, 지금처럼 부르기까지 나름 숙성의 시간도 필요했을 것이다>

앞서 이 글 도입부에 글을 ‘뜬금없는 타이밍’에 쓴다고 했지만 나름 쓴 이유는 존재한다.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엠넷, 나머지 하나는 각 방송사에서 앞 다투어 만들고 있는 트로트 서바이벌이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대흥행한 이후 다른 방송사에서도 앞 다투어 트로트 서바이벌을 런칭하거나 런칭계획을 잡고 있는데, 지금 모습이 딱 ‘더유닛’→‘믹스나인’→‘언더나인틴’으로 이어지는 아이돌 서바이벌 난립시기와 너무나 똑같다. ‘미스트롯’을 ‘프듀’ 시즌1로, ‘미스터트롯’을 ‘프듀’ 시즌2로 치환해 보시라.

아이돌 서바이벌 난립 시기가 가져다준 결과라는 게 결국 인재풀 소진, 서바이벌 수명단축이라. 지금의 트로트 서바이벌 난립은 이해가 되는 동시에 우려도 된다. 아이돌 서바이벌 난립 시기와 똑같은 결과를 만들 것 같아서.

엠넷은 작년 ‘프듀 조작 사태’ 이후에도 계속 이런 저런 서바이벌 예능을 내놓고 있다. 근데 일단 좀 서바이벌형 예능을 쉬는 게 오히려 자사의 서바이벌 예능을 살리는 길이 아닐까 싶다. 도덕적 문제는 둘째치고 지금 모양새는 지력이 다한 땅에 계속 모를 심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여서. 다른 형태의 기획을 히트시킬 수 있어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바이벌 예능도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포맷이 만들어진지 하로 오래돼 지겹다는 말도 많이 나오는 서바이벌 예능. 그런 예능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포맷의 예능을 즐겨보는 한 사람으로서, 그간 관찰한 부분들과 현재 우려되는 부분들을 함께 써봤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엠넷 유튜브 채널-미스터트롯 유튜브 채널-JTBC-MBC-KBS-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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