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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조광래호, '박지성 의존도' 줄일 때 왔다

기사입력 2010.10.13 13:22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한 대표팀의 지나친 의존도가 드러난 경기였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한·일 축구국가대표경기'에서 대한민국은 '숙적' 일본을 상대로 헛심공방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결과도 아쉬웠지만 내용 면에서도 일본에 뒤지는 경기였다. 특히 한국은 일본의 거센 압박에 중원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며 경기를 뜻대로 풀어가지 못했다.

윤빛가람(경남FC)은 엔도와 하세베 등 일본의 경험많은 베테랑 미드필더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고, 신형민(포항 스틸러스) 역시 지나치게 긴장한 듯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보여줬다. 조용형(알 라이안)은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넘나드는 '포어 리베로'로 나섰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격과 수비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미드필드가 살아나지 못하자 전방의 이청용(볼턴)과 최성국(광주 상무)의 측면 공격도 살아나지 못했고, 최전방의 박주영(AS모나코)은 고립됐다.

중원이 무너지자 양쪽 윙백 최효진(FC서울)과 이영표(알 힐랄)도 자꾸만 아래로 주저앉으며 미드필드 경쟁에 가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중원에서의 부진에는 역시 '캡틴' 박지성의 공백이 컸다.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주로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폭넓은 활동량을 앞세워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한국이 중원의 주도권을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었다.

더불어 박지성이 상대 수비수를 달고 움직일 때 창출되는 공간을 이청용이나 박주영, 기성용 등이 침투하며 공격 기회를 만들어가는 장면은 허정무 전 감독 시절부터 대표팀의 가장 효율적인 공격 루트였다.

그러나 박지성의 부재로 인해 대표팀은 본래의 힘을 잃고 경기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조광래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미드필더에서 우세를 점하지 못하면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박지성을 미드필더로 내리려 했는데, 아쉽게 부상을 당해 결장하게 되면서 혼란이 왔었다."라며 박지성의 공백이 컸음을 털어놨다.

문제는 어느 땐가부터 대표팀의 전력이 박지성의 존재 여부에 따라 지나치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다른 포지션의 경우 기존 주전 선수를 대체할 다른 자원이 충분히 떠올릴 수 있지만, 박지성의 대체자는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동안 대표팀의 전술이 '박지성은 대체 불가'라는 전제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물론 박지성이 지난 10여년 간 늘 대표팀에서 에이스이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활약 속에 대표팀 역시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대표팀의 주장이자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수년 간 꾸준히 뛰고 있는 박지성의 실력과 그를 향한 팀원들의 신뢰 역시 대표팀 내에서 독보적이다. 그러나 지나친 신뢰는 자칫 지나친 의존으로 변질될 수 있다.

가깝게는 2011년 아시안컵, 멀게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는 조광래호로서는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플랜 B'를 확보해야 한다.

한일전처럼 박지성이 부상을 당하거나, 혹은 부진이 거듭돼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박지성 본인 스스로 2011년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고려할 가능성을 언급했던 만큼, 박지성이 없는, 박지성 다음 시대의 팀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조광래 감독도 "갑작스런 박지성의 부상에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 이런 일을 대비해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의 미드필더를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한다."라며 '포스트 박지성' 시대를 준비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아시안컵은 3개월 밖에 남지 않았고, 그전까지 잡혀있는 A매치도 없어 새로운 선수를 선발하거나 새로운 전술을 시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박지성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작업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한일전에서 봤듯이 지금의 대표팀 전술은 박지성의 개인 능력을 배제할 경우 큰 허점이 드러난다. 따라서 이제는 박지성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대표팀만의 강한 전력과 색채가 유지할 수 있는 전술과 더불어 그러한 전술 속에서 박지성을 대체할 수 있는 새 얼굴의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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