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0.12 14:11 / 기사수정 2010.10.12 14:11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비교적 최근까지 달리 일본 축구하면 기술과 패싱력을 갖춘 미드필드에서 비롯한 중원 장악력이 떠올랐다. 이는 전통적으로 측면이 강했던 한국 축구와도 절묘한 대비를 이뤘다.
그런 이유로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일전을 앞두고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이 꼽았던 승부처는 '미드필드 경쟁'이었다.
조광래 감독 역시 대표팀 소집 초기에는 한일전이 "결국 미드필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8일 아르헨티나전을 통해 자케로니 감독의 데뷔전을 지켜본 뒤 조광래 감독의 생각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바로 중원대결보다도 수비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란 견해.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일본과 아르헨티나의 관전 여부를 묻는 일본 취재진의 질문에 조광래 감독은 "경기를 직접 봤다"라며 "수비 시에 빠른 포어체킹을 시도하고, 자기 진영으로 내려와 수비 시 볼을 커트했을 때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전방의 모리모토, 혼다, 가가와 등에 빠르게 패스를 공급하는 등 월드컵 전에 비해 많은 발전이 있었다"라며 '자케로니 재팬'의 달라진 모습을 평가했다.
이러한 전술 변화에는 이탈리아 출신 '명장' 자케로니 감독의 영향이 적지 않다. 자케로니 감독 역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이 가진 기존의 장점을 파괴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일본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 마츠이 다이스케(톰 톰스크)가 측면과 중앙을 넘다들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중앙의 혼다 게이스케(CSKA모스크바)와 모리모토 다카유키(카타니아), 마에다 료이치(주빌로 이와타) 등 득점력과 기술을 겸비한 전방 공격수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미드필더의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 기존의 세밀한 플레이를 자주 생략하고, 선이 굵은 축구를 펼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즉,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전방 공격수들에게 한번에 빠르고 정확한 양질의 패스 공급을 해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
이에 조광래 감독은 수비 라인의 정비를 신경쓰고 있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전진하며 공격을 펼칠 것이기에 이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수비시 최전방에 곧바로 공급되는 패스는 이정수와 곽태휘가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미드필드의 역할도 중요하다. 조광래 감독 역시 "아르헨티나전은 상대에 맞춘 수비전술을 선택했던 것 같다. 우리와 경기를 하면서 같은 전술을 펼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부상으로 낙마한 가운데 중원에서 짝을 이룰 기성용(셀틱)과 윤빛가람(경남FC)은 조광래호가 지금껏 치른 세 경기 중 가장 큰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기성용은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통한 전방 공격수와의 연계 플레이를, 윤빛가람은 공수조율과 날카로운 전진패스 공급을 주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20대 초반이어서 엔도 야스히토(감바오사카),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등 압박이 강하고 노련한 일본 중원에 맞서기에 쉽지 않을 수 있다. 1선과 2선을 넘나들며 중앙을 헤집을 혼다 역시 위험 요소다.
때문에 여기서도 수비 라인의 변화가 일어난다. 조광래 감독은 그동안 도입을 미뤄왔던 '포어 리베로' 시스템을 가동, 조용형(알 라이안)을 기용해 중앙의 혼다를 묶는 동시에 중원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을 내세웠다.
이에 대표팀의 전형도 기존의 3-4-3(혹은 3-4-2-1)에서 4-1-4-1의 형태로 변환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두 포메이션을 넘나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조광래호의 전술은 시행하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구현될 때는 환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
이란전에서 드러났듯이 조광래호는 수비가 흔들릴 경우 본래의 추구점인 패스 플레이에 의한 간결하고 세밀한 축구의 구현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한일전은 중원의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란 기존의 예상과는 달리 수비에서 좀 더 효율적인 모습을 보이는 팀이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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