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3.15 16:36 / 기사수정 2007.03.15 16:36
[엑스포츠뉴스=이준목 기자] 차범근의 수원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2년간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애를 태웠던 그 팀이 아니다. 한층 화려해진 선수구성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된 골결정력과 끈끈한 뒷심은, 수원의 초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수원은 K리그와 컵대회 개막전에서 잇달아 격돌한 대전을 상대로 잇달아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지난 3년간의 ‘대전 징크스’를 완벽하게 날려버렸다. 수원은 2006시즌까지 대전을 상대로 13경기 연속 무승(8무 5패)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드러냈으나 K리그 개막전에서의 2-1 역전승, 컵대회에서의 4-0 완승으로 오랜 징크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또한, 수원은 K리그 1,2라운드(대전-전북)에서 상대팀에 잇달아 전반 선취골을 내주는 어려움 속에서도 후반 각각 역전승과 무승부를 연출한 저력은, 수원의 달라진 뒷심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시즌까지 막강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수원은 단조로운 공격루트와 전술적 유연성의 부재가 약점으로 거론되곤 했다. 그러나 올해 대형 공격수들이 대거 가세하며 골결정력이 크게 높아졌고, 다양한 개성을 지닌 선수들의 조합으로 경기운영에 한층 노련미가 붙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삼성하우젠컵 B조 첫 경기에서 대전을 4-0으로 완파하며, 이날 헤트트릭을 기록한 안정환의 부활을 확인한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였다. 첫 두 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움직임을 선보이며 아쉬움을 자아냈던 안정환은, K리그 복귀 후 세 번째 경기 만에 화끈한 ‘몰아치기’로 그동안의 설움을 훌훌 날려버렸다. 세 골 모두 훌륭했지만 전반 38분 기록한 두 번째 골은 안정환 특유의 유연성과 뛰어난 골결정력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안정환의 부활은 무엇보다 차범근 감독의 신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독일월드컵 이후 6개월 동안 무적선수로 전락하며 경기감각이 떨어지는 안정환을 개막전부터 과감히 선발로 출장시킨 차범근 감독은, 안정환이 초반부진으로 언론의 의문부호를 받는 가운데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겠다'며 변함없는 믿음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안정환뿐만 아니라 개막전에서 두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깜짝 해결사로 급부상한 안효연, 브라질 용병 에두 등 공격진이 고른 활약을 선보이고 있고, 차범근 감독이 지난 시즌부터 야심 차게 도입한 포백이 서서히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단일리그제를 도입한 K리그와 시즌중에 치러지는 컵대회에서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한 수원이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최근 몇 년간 호화군단 수원을 이끌며, 기복 심한 성적으로 팬들의 엇갈리는 평가를 들어야 했던 차범근 감독은,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쾌조의 스타트로 주변의 우려를 일축하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킥 앤드 러쉬’와 수비지향적으로 대표되는 단조로운 스타일을 벗어나 이관우-백지훈 등 미드필더진의 짧고 빠른 패스 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축구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올 시즌에는 안정환-에듀 등 숙원이던 대형공격수들의 보강에 힘입어 화끈한 공격축구로 변신에 성공하며 정상탈환을 자신하고 있다.
수원은 올해 ‘더블 스쿼드’를 자랑하는 성남, 귀네슈가 이끄는 서울 등 쟁쟁한 강팀들과 더불어 치열한 우승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오랜만에 쾌조의 출발로 시즌을 시작하며 서서히 차범근식 축구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수원의 돌풍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주목할만하다.
[사진=14일 대전전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한 안정환 ⓒ엑스포츠뉴스 장준희 기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