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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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시기"…강동원이 바라는 좋은 배우, 좋은 사람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20.08.07 07:30 / 기사수정 2020.08.06 23:4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새로운 풍경이네요."

2년만의 국내 복귀작인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인터뷰를 위해 배우 강동원이 찾은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 거리두기 지침을 지켜 띄엄띄엄 자리한 좌석과 기자들을 보며 강동원이 옅은 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넨다.

계속된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이전처럼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려워졌다. 현장에 자리한 모두가 마스크로 눈 아래까지 얼굴을 덮은 채 대화를 주고받던 시간. 낯선 모습 속에서도 강동원은 50여분 내내 주위에 고루고루 시선을 맞추며 '반도'와 배우로의 지향점, 외모와 건강 이야기까지 소탈하게 털어놓았다.

코로나19 이후 월드와이드로 개봉한 첫 작품이 된 '반도'는 7월 15일 개봉 이후 11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겨 장기 흥행 중이다.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흥행 수익을 내며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남기고 있다.

강동원 역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액션 연기도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날렵한 액션과 세심한 감정선 조절로 봉쇄된 반도에 4년 만에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 역을 균형 있게 표현했다.

2003년 데뷔 후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무 편이 넘는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강동원의 시선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더 멀리 30~40년 후까지를 그리고, 또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역할이든 부딪히고, 또 부딪혀서 결국에는 잘하고 싶다"며,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마스크를 쓴 얼굴 너머로 의지에 찬 눈빛을 보였던 강동원의 올 여름은 '반도'라는 작품과 함께 남게 됐다.



-완성된 '반도'를 보고 나서 만족도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반도'는 현장 편집본보다 오히려 1분이 더 길거든요. 잘라낸 부분이 몇 컷 정도 될 것이에요. 저는 보통 현장 편집본을 많이 보는 편인데, 완성본을 봤을 때도 정말 재밌었어요. 연상호 감독님에게도 '저는 제 영화를 볼 때 너무 많이 봤고, 알고 있으니까 (어떤 부분에서는) 가끔 지루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이번 영화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관객 분들이 좋아하시겠다'는 얘길 했었죠."

-'반도'의 2020 칸국제영화제 초청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여러 차례 언급되기도 했지만, 강동원 씨가 레드카펫에 서서 한국의 멋을 알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그건 굉장히 아쉽긴 했어요. 중간에 칸에서 영화를 굉장히 좋게 봤다고 계속 얘기를 듣고 있었고, 그래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영화제 자체가 열리지 못했네요. 아쉽긴 하지만, 영화제를 주관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웃음) 배우로서 그런 영화제에 초청받는다는 것은 경쟁·비경쟁을 떠나서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잖아요. 가고 싶었지만, 많이 아쉽네요.(웃음)"


-연상호 감독님과는 첫 작업이죠. 함께 일해본 연상호라는 감독은 어땠는지요.

"일단 연상호 감독님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했어요. 여러 가지 소문을 들었었거든요.(웃음) 그 중에서 제일 궁금했던 것이, 촬영현장이 항상 빨리 끝난다고 하는데, 저는 한 번도 경험을 못해봤기 때문에….(웃음) '반도'로 만나서 여러 얘기를 나누는데,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희생시키면서까지 좋은 영화를 찍고 싶지는 않다'고 하시는데, 굉장히 신선했어요. 제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비슷한 지점들이 있어서 좋았죠. 그리고 감독님이 공유해주신 '반도'의 비주얼적인 요소 같은 것들이 굉장히 확고해서, '부산행'과는 차별화되는 속편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부담감들이 이미 좀 해소가 됐고, 감독님과 비주얼적인 부분이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면서는 더 괜찮아졌죠."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직접 연기를 하면서 디렉션을 주기도 했다고 하던데요.

"제게는 많이 안하셨어요, 장난칠 때는 많이 하셨지만요.(웃음) 그리고 감독님이 현장에서 연기를 많이 하시는 것은 대부분 배우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시려고 하는 측면이 있어 보여요. 저는 그렇게 느끼는데…. 심각한 상황에서도 재밌게 연기를 하시거든요.(웃음) 그래서 저는 그게 꼭 연기 지도, 연기에 대한 얘기라고 받아들이지는 않았고요. '이 분이 배우들 긴장을 풀어주려고 재미난 연기를 하시는구나'라고 생각했죠. 엄청난 연기를 하시는데, 거의 모든 사람 연기를 좀비연기처럼 만들어버리시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정말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말로 하시더라고요. 제 스타일이요? 저는 디렉션을 주셔도 좋고, 뭐 크게 상관하지는 않아요. 꼼꼼하게 디렉팅을 주시면 그대로 하고요, 만약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 있으면 감독님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한번만 더 할게요'라고 말하기도 해요."

-연상호 감독님과 작업하기 전과 후, 다르게 느낀 이미지가 있는지요.

"감독님 현장이 분위기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지만, 그래도 언젠가 한두 번쯤은 이 사람의 어떤 감춰왔던 히스테릭한 지점이나 분노가 드러나지 않을까 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정말 한 번도 없었어요. 굉장히 놀라웠죠. '좋은 사람이구나' 싶었어요.(웃음)"


-'반도' 홍보 활동을 통해 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약간의 케미(스트리)가 느껴지기도 했었어요.(웃음)

"굉장히 편한 사이에요. 편하면서도, 진짜 친구처럼 완전히 형·동생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굉장히 편해요. 감독님이 굉장히 배우를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고, 저도 농담을 많이 하거든요. 짓궂은 농담을 많이 해서….(웃음) 촬영 중간에는 제가 그런 말을 한 적도 있어요. 그날 촬영이 모든 게 잘 맞아떨어져서, 아침 첫 테이크부터 진행이 진짜 빨리 됐거든요. 그래서 스태프 분들이, 이 속도면 점심 먹기 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으니 점심을 미루고 빨리 촬영을 끝내자고 다 합의를 봤어요. 그리고 진짜 점심 먹기 전에 끝났죠. 스태프들이 진짜 좋아했어요. 스태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기분이 좋아서,(웃음) 감독님에게 '우리 앞으로 계속 영화 같이 찍으시죠' 이런 말도 하고 그랬었죠."

-'반도' 제작보고회 때는 액션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죠. 액션스쿨에서 '배울게 없다'는 말도 했다고 했었고요.

"제가 액션스쿨을 가지 않는다고 한 것은 아니고요.(웃음) 액션스쿨에서 훈련할 일정이 안돼서, 미리 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시면 준비해 가겠다고 한 것이죠. 허명행 무술감독님과 통화를 했는데, 워낙 잘 아는 사이거든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해도 돼, 그 정도 합이야. 액션스쿨 나오지 마'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에요. 일단 영상을 좀 보자고 했었고, 보면서 합을 숙지했어요. 그렇지만 현장에 가면 액션스쿨에서 연습했던 것과는 항상 다르게 되거든요. 모든 공간을 세팅해놓고 연습할 수가 없으니 같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기본적인 준비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어요. 작품 선택에 본인만의 소신이 있는 것인가요.

"그 당시에 들어온 작품들 중 여러 가지 측면으로 생각해서 결정해요. 작품적인 부분이 우선이고요. 친한 감독님들께 의견을 구하기도 하죠. 저는 도전하는 것을 굉장히 즐기는 스타일이거든요.(웃음) 제 성격이, 뭔가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못 참아요. 했던 것을 또 비슷하게 하는 것 자체를 못 참기도 하고, 또 재미도 없고요. 그래서 계속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계속 하는 것이에요. 따로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 것은 아니고요.

제게 없는 부분이 있는 인물이라고 해서 계속 안 해버리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더 다양한 캐릭터를 못할 것 같거든요. 계속 해나가면서, 더 나아지고 싶어요. 그러면 나중엔 진짜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를 다 잘 할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돼있지 않을까 하는, 미래설계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는 것도 있죠.(웃음) 못해도 부딪히고, 부딪히고, 부딪혀서 나중엔 결국 잘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부족한 점도 있을 테지만요. 사실은, 제게 너무 없는 부분을 만들어내야 할 때는 힘든 지점들이 있거든요. '마스터'(2016) 때가 그랬었는데, 그런 것들도 깨부숴보고 싶더라고요. 또 다음에 그런 비슷한 캐릭터가 다시 들어왔을 때는 더 잘하고 싶은 그런 것이요. 그냥 이건, 제 개인 취향인 것 같아요.(웃음)"


-그럼 '반도'에서는 실제 강동원에게 있는 모습을 가져온 것이 있었나요. 영화 속 정석은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죠.

"'반도'는 지금 제 나이 대에 비로소 제가 가지게 된 어떤 것들을 조금 많이 썼던 캐릭터인 것 같아요. 저는 아주 염세적이진 않고요.(웃음) 그런 생각도 약간은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편이거든요.(웃음) 근데 또 시니컬한, 그런 측면도 있긴 해요. 저 스스로는 저를 굉장히 휴머니스트라고 생각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최소한, 제 자신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죠. 보통 나이 들어가면서, 어떻게 보면 사람이 점점 뻔뻔해진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것이 너무 싫어서, 그런 모습을 스스로 경계하고 싶거든요. 잠깐 몇 년 전에 저를 돌아볼 시간이 있어서 돌아봤는데,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그랬던 모습들도 생각해보면 '아, 약간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웃음)"

-한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강동원 씨가 나올 때마다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많이 하게 되는 걸까요.(웃음) 스트레스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별로 스트레스는 없어요. 저는 제가 제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을 만큼 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모자란 지점이 있으면 다음에 또 좀 더 잘하면 되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는 굉장히 단순하게 생각해요."

-잘생긴 게 죄는 아니잖아요.(웃음)

"네? 저도 이제 나이가….(웃음) 건강하지만,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자고 일어났는데도 계속 피곤하고 하니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느끼죠. (제작보고회 때 사진으로 있었던 외모 언급에) 그리고 그날 아침에 저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어요.(웃음) 사진이 진짜 이상하게 나왔긴 했는데, 동영상으로 보시면 그렇게 이상하지 않거든요.(웃음) 저도 사진을 보고 '이게 뭐야, 얘 누구지?' 이랬었어요. (갑상선 건강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는 말에) 최근에 검사를 받았던 적은 없고, 꽤 오래전에 처방을 잘 받고 괜찮아졌었는데, 모르겠어요."

-연상호 감독님은 강동원 씨의 외모로 인해 다른 좋은 부분들이 가려진다며 인터뷰에서 '잘 생긴 게 약점'이라고 말하기도 했었어요.

"저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안 써요.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제가 할 수도 있을 테고, 다른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제가 못할 때도 있을 것이고요. 그건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마다 다들 쓰임이 있고, 자기 쓰임을 계속 확장해나가야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저는 뭔가 고민이 있거나, 혹은 저의 어떤 모자란 지점과 여러 문제들을 생각할 때 처음에는 최대한 확장을 먼저 시키거든요. 모든 측면을 다 한 번 생각해보고, 그 다음에 실천할 때는 최소로 단순화해서 실천해요. 약간 수학적으로 계산을 하는 건데,(웃음) 그래프를 극대화시켜서 고민을 했다가 최소한으로 한 번 그렇게 정리를 하고 다시 고민을 하죠. 어차피 제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나하나씩, 대신 고민할 때는 모든 것을 확장시켜서 해보고, 그런 성격이에요."

-앞으로 생각하는 미래의 배우상이 확고한 것 같은데요.

"저는 항상 생각하는 것이, 모든 캐릭터를 아주 잘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에요. 배우로서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요. 어떤 캐릭터가 들어와도 정말 다양한 다른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이 갈고 닦아야겠죠. 그래서 계속 부딪히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그냥, 계속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30~40년 후에는 제가 잘 못하는 캐릭터들도 계속 해보고 싶거든요. 예를 들어 예전 '전우치'(2009) 속 역할도 제게는 힘들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한 번 해내고 나니 오히려 '검사외전'(2016)에서처럼 뻔뻔한 캐릭터를 잘 할 수 있던 것 같고요. 또 그런 캐릭터가 들어온다면 더 발전시켜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죠 뭐.(웃음) 지금은 다음 작품들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스케줄이 엉망이 돼서,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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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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