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몸무게 15kg이 늘었다던 지난해 연극 ‘대학살의 신’ 때와 비교해 슬림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딱 15kg을 감량했다는 그는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타고 다닐 만큼 다이어트에 신경 쓰고 있단다.
“늘어난 만큼 뺐어요. 의상을 맞춰야 해 어쩔 수 없거든요. 쉽지는 않았어요. 저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이고 엄청 대식가에요. 밥을 안 먹고 있어요. 아침에는 아내가 해주는 채소, 닭가슴살같이 살이 안 찌는 재료로 만든 국을 먹고 점심은 샐러드 1인분만 먹어요.
아직은 턱시도를 입을 때 빡빡해요. 지금은 80kg 후반인데 ‘주몽’ 때 몸무게인 80kg대 초반이 목표에요. 한 달 전에 세 자리였어요. 지난해 여름 이맘때 홍지민 씨를 만났어요. 홍지민 씨는 30kg을 빼서 뼈밖에 없을 때고 전 굴러다닐 때였어요. (웃음) 서로 알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다이어트라는 공감대로 한 시간을 얘기한 것 같아요. 칼로리를 계산하며 먹으라는 조언도 듣고 많은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한층 날렵한 모습으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는 2016년 이 작품으로 데뷔 18년 만에 뮤지컬에 도전했다. 이어 4년 만에 다시 줄리안 마쉬가 됐다. 외적인 부분은 물론 연기, 노래까지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선보인다.
“사실 저번에 못 해서 다시 기회가 안 올 줄 알았어요. 기회를 준 제작사에 너무너무 감사해요. 정말 잘하려고 이를 갈았는데 한 달을 남겨두고 눈 수술을 받은 거예요. 지금은 괜찮아졌는데 딱 한 달 쉬었어요. 다행히 연초부터 음악 공부를 계속해 저번보다 좋아졌어요. 물론 아직도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고 많이 부족하지만 저번보다 연기적으로 좋아졌어요.”
송일국이 맡은 줄리안 마쉬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연출가이자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다. 4년 전보다 줄리안 마쉬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청산리 전투 100주년과 관련해 준비하는 공연이 있어요. 줄리안 마쉬의 입장이 돼 옆에서 돕고 하면서 제작에 대한 이해 폭이 커지더라고요. 이전에는 전체보다는 자신만 바라봤거든요. 카리스마 있게 보이려고 소리만 질렀다면 지금은 제작사로서의 고뇌와 외로움이 묻어나올 수 있도록 연기하고 있어요.”
주로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한 송일국은 4년 전 뮤지컬배우 최정원 덕분에 뮤지컬에 발을 디뎠다. 과거 송일국이 출연한 연극 ‘나는 너다’를 인상 깊게 본 최정원이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줄리안 마쉬 역으로 그를 추천한 것이다.
“이전에는 뮤지컬을 할 거라는 꿈도 안 꿨어요. 최정원 선배가 저를 좋게 봐주셨어요. 제 입장에서는 어려운데 노래가 두 곡밖에 없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셨는지 추천해줬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뭔지도 모르고 도전한 것 같아요. 지난 공연 때는 노래 두 곡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지금은 연초부터 연습했지만 그때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거든요. 1막에는 노래가 없는데 인터미션 20분은 너무 긴장해 지옥 같았어요.
후배들은 내가 너무 열심히 하는 선배인 줄 알 거예요. 인터미션에서 1분도 안 쉬고 노래를 부르니 에녹 그 친구가 쫑파티 날 ‘선배님 존경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분을 뵌 적이 없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속도 모르고요. (웃음)”
줄리안 마쉬의 옷을 또 한 번 입은 송일국은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연습을 열심히 했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음악 감독님이 체계적으로 과학적으로 가르치는 분이에요. 돈도 안 받으시고 일주일에 네번 가르쳐주셨어요. 목표가 달라졌어요. 이제 오디션을 열심히 보러 다니려고요. 줄리안 마쉬보다 한 두곡 많은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이 있다면 얼마든지 보고 싶어요.”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무명의 코러스 걸 페기 소여가 스타가 되는 과정을 화려한 군무로 녹여낸 쇼 뮤지컬이다. 경쾌한 탭댄스와 재즈풍의 음악, 에너지 넘치는 연기가 어우러진다. 송일국에게 연기 열정을 다시 일깨워 준 작품이기도 하다.
“화려한 무대,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춤과 노래, 성공 스토리를 담았어요. 성공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고요. 배우로서도 최고죠. 뒤에서 후배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부러워요. 빈말이 아니라 인생을 리셋한다면 20대로 돌아가서 오디션만 봐도 행복할 것 같아요. 그때는 꿈이 이게 아니었으니까요. 이 공연의 진정한 주인공은 앙상블들이에요. 지금은 무대에서 춤추는 후배를 보면 너무 부러워요. 저도 앞으로 뮤지컬, 드라마 등 도전을 계속하려고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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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