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3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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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스포츠와 만나다③] 나눔 속에서 새로운 스포츠를 외치다

기사입력 2010.09.28 02:32 / 기사수정 2010.09.28 02:37

조성룡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 지난 18일 '제1회 대한민국 나눔 대축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

무료로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것도 아니고, 설렁탕 국물을 주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가봤지만 뭔가 실망스럽다. 줄의 맨 앞으로 가보니 정말 '줄' 하나만 놓여 있고 다들 줄 위에서 중심을 잡느라 애쓴다.

그냥 외면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린 꼬마부터 양복을 입은 아저씨, 나이 지긋하신 영감님까지 모두 줄 하나에 정신없는 모습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단 10초만 버틴다면 멋있는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까지 준다고 하니 그 '10초'와 '티셔츠'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슬랙라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줄. '단 10초 동안 설마 이걸 못 버티겠어'라는 무모한 자신감과 함께 줄 위에 발을 내디뎠다. 정말, 정말로 10초라는 시간이 그렇게 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발을 내딛자마자 심하게 흔들리는 줄,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도대체 이게 뭐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뺏는 걸까.


▲이렇게 앉아서 가면 되는데 뭐가 어려워요?

이것의 정식 명칭은 '기본 슬랙라인(Gibbon Slackline)'. 슬랙라인의 기원은 유럽 등지에서 산악 레포츠로 즐기던 줄타기를 보고 독일에서 만든 것이 첫 시작이다. 여기에 놀랍게도 한국적인 것이 첨가된다. 바로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던 남사당패의 줄타기가 결합이 된 것. 단순한 줄타기는 곧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변신했다.

슬랙라인의 장점은 간단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함께하기 힘든 아웃도어 인증과 장난감 인증을 동시에 받은 것은 누구나 슬랙라인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시연 현장에서 무척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슬랙라인을 직접 체험하고 즐겼다.

장비도 간단하다. 지지대 두 개와 줄 하나만 있다면 산에서도 공원에서도 즐길 수 있다. 어찌보면 다른 구기 종목보다 간단한 스포츠지만 슬랙라인은 결코 재미 없거나 지루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집중해서 즐길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5cm 두께의 줄에 올라서면 모든 생각은 없어진다. 그저 '살자'는 생각 뿐이다.

한국에서 슬랙라인은 아직 생소한 스포츠일 뿐이다. 이제 막 도입이 시작되고 슬랙라인에 빠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동호회가 결성되고 있지만 국민적인 취미 생활 또는 레포츠로 자리 잡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슬랙라인을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학교다.

약 3개월 전 전국 체육 교사들의 모임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평균대'라는 부제로 소개된 슬랙라인은 학생들의 균형 감각과 집중력을 향상시켜준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각급 학교에 보급되고 있다. 체육 수업을 통하여 새로운 스포츠를 소개하고 잠재적인 동호인을 만든다는 신선한 방법이다.

분명히 보통 평균대와 비교해서 슬랙 라인이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평균대와 슬랙 라인은 유사점이 많지만 슬랙 라인은 5cm 두께의 흔들리는 줄이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집중력과 노력을 요구한다. 중학교 시절 평균대 수행평가 만점을 받던 내가 슬랙 라인에서 단 5초를 버티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슬랙라인의 매력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한계가 존재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듯이 단순한 줄 하나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스포츠가 되는지는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을 찾기 힘든 요즘, 슬랙라인과 함께 화목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슬랙라인을 즐기는 사람들 (C) 기본 슬랙라인을 즐기는 모임, 엑스포츠뉴스 조성룡 기자]



조성룡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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