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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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와 구하라와 생계형 아이돌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7.02 00:43



‘생계형 아이돌’

카라라는 팀의 전설적인 성과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생계형 아이돌’은 데뷔 초반 이 팀을 수식했던 단어 중 하나였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

1. 카라가 시작부터 잘 된 팀이 아니었고(2007년부터 2009년 초반까지가 암흑기다)
2. 그 기간 동안 멤버들이 모자라는 인지도를 메꾸기 위해 열심히 활동했으며
3. 그 와중에 보여준 안쓰러운 모습들이 입소문이 제법 났었다.


<카라 생계형 아이돌 설이 돌 때 자주 등장했던 짤. 그 시절 기준으로도 숙소 TV가 워낙 구형이어서 소소히 화제가 됐다>

사실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단어 자체는 보다시피 그리 긍정적인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카라가 보여준 ‘생계형 아이돌의 성공’은 이후 많은 후발주자들에게 큰 메시지를 던졌다.

“비록 시작은 미약해도 우리만 열심히하면 끝은 창대할 수 있어”


<시크릿, 씨스타, 걸스데이, EXID 등 지금은 성공한 걸그룹으로 기억되는 팀들이 선배인 카라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후배들에게 이러한 ‘신화’를 보여준 셈. 2007년에 데뷔한 걸그룹 트로이카 ‘원소카’(원더걸스-소녀시대-카라) 중 이 분야에서는 카라가 제일이라고 봐도 된다. 원더걸스는 거의 시작하자마자 국민 걸그룹이 됐고(데뷔년도에 ‘텔미’를 냈으니까), 소녀시대의 경우엔 2008년 암흑기는 있었지만 잘 안 됐을 때도 기본적인 체급은 많이 높은 팀이었으니.



생계형 아이돌 이미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멤버는 한승연인데, 한승연이 이 팀의 간판이자 원년 멤버로서 열심히 활동하다 보니 이러한 이미지가 생겼다. 한승연, 니콜, 박규리가 원년멤버고 구하라, 강지영은 후일 추가로 합류된 멤버.

여러 의미에서 카라를 일으켜 세운 자 하면 누가 뭐래도 한승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멤버, 특히 추가 합류한 구하라와 강지영이 ‘버스’를 탄 것은 절대 아니다.


<‘카라라는 팀이 어떻게 일어섰는가’ 하나 가지고도 논문 한편은 충분히 나올 것이다>

그중 대중이 구하라를 인식하게 된 것은 역시 뛰어난 외모가 제일 컸지만, 그 외모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강한 승부욕, 독기, 적극성도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였다. 달리기를 잘해서 얻은 별명인 ‘구사인볼트’(구하라+우사인볼트) 역시 몸 쓰는 예능 할 때 정말 열심히 했던 구하라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별명이었다.


<구하라의 ‘독기’를 설명할 수 있는 한 장의 사진>

그렇게 활동하던 와중에 팀이 ‘락유’→‘허니’→‘미스터’로 이어지는 대반전 스토리를 쓰고, 구하라 본인은 ‘청출불패’ 등의 예능에 출연해 인기를 끌며 ‘생계형 아이돌’ 딱지를 떼어내게 된다.



<지금도 케이팝 아이돌의 해외 진출을 논할 때 절대 빼놓아선 안 될 곡 카라 '미스터'>

이 시점에 10년도 더 된 일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구하라의 친오빠인 구호인 씨가 친모 송모씨를 상대로 낸 상속재판분할심판청구 첫 심문기일이 이날 오후 광주가정법원에서 가사2부(남해광 부장판사) 심리로 비공개로 진행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구호인 씨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변호사는 법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구하라법'이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하라 씨 성장과 가수 데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아버지의 기여분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어떤 법적인 결론이 나오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

다만 ‘구하라의 재산’(+법적 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듣고 하다 보면 앞서 언급한 시절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개인적으로 아무런 인연이 없는 타인이 봤을 때도 그 시절 구하라, 그리고 카라 멤버들은 꽤나 안쓰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냥 일개 시청자1이 봐도 고민이 많을 것 같은 게 느껴졌고, 자존감이 무너질만한 상황이 있었을 것도 쉽게 짐작이 됐다. 여러 방송에서 보여준 카라의 악착같음은 (구하라 포함) 멤버들의 미래가 얼마나 불투명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리고 구하라를 포함해 멤버들이 카라 시절에 쌓은 재산은 그 불안정한 미래를 확정적인 대성공으로 만들면서 쌓은 재산이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부를 쌓은 ‘스타’ 구하라에게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고, 자신을 내적으로 괴롭히는 뭔가가 있었다.

그렇다면 생계형 아이돌 소리를 들었던 과거의 구하라는 어땠을까. 요즘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구하라의 이름을 딴 ‘구하라법’(부모가 부양의무를 게을리하면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으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람들이 이 ‘구하라법’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구하라라는 스타가 워낙 유명스타였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구하라의 사례와 비슷한 사례를 여러 차례 학습하다보니 법 개정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자가 이번 재산소송과 ‘구하라법’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저 시절(생계형 아이돌)의 구하라를 정신적, 물리적으로 케어하지 못한 사람도 핏줄이라는 이유 하나로 상속자격이 충분한 상속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 그 시절 분명 그에게도 고민을 들어주고, 진심으로 응원해줄 가족이 필요했을 텐데. 카라가 하강기를 겪고, 결국 추억 속 이름이 됐을 때도 진심으로 위로해줄 가족이 필요했을 텐데.

개인사 하나 모르고 친분 하나 없는 사람도 어렵잖게 느낄만한 ‘마이너스한 감정이 펌프질 될 시기’에 그 어떤 작은 케어도 해주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건 ‘부모’가 아니고 ‘가족’이 아니지 않을까. 부모가 맞고 가족이 맞다고 인정한다 치더라도 ‘상속자격’은 부여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중이다.

기자가 A4용지 한 장 반 넘게 쓰고 있음에도 이 글을 통해 풀어 쓴 그 시절 그때는 꽤나 제한적이다. 카라 성장기 시절에 카밀리아(카라 팬클럽)는 아니었기에 이야기의 디테일도 당시 카밀리아들이 할 수 있는 수준에 비해선 부족할 것이다. 당사자인 카라 멤버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저 그 시절의 ‘하라구’가 참 어렸다는 것을, 그리고 참 고생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남은 재산이 어디로 가야 정당한가’를 고민해보다 이 글을 쓴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SBS–KBS-MBC-MBC ‘에브리원’-인터넷 커뮤니티-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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