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9.17 13:34 / 기사수정 2010.09.17 13:37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고려대 주장 출신의 김혁(24,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은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첫 졸업자 일본 진출 선수가 됐다.
일본 진출이 아주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첫 팀이 일본팀이 된 것은 김혁이 처음이다.
185cm에 90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김혁은 공격력도 함께 지닌 수비수로 정평이 나있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하치노헤, 그리고 리그에 참가한지 이제 2시즌째인 신생팀에서 한국 아이스하키의 자존심을 보여줘야 하는 김혁의 시즌이 이제 시작된다.
- 출국을 얼마 안 남겨두고 있는데 긴장은 안되나? (* 인터뷰는 김혁이 팀에 합류하기로 한 7월 30일 전에 이뤄졌다)
솔직히 아직 그렇게 긴장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겪어보지 않았던 막연한 일이라 그런가. 가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
- 첫 일본 진출자가 됐는데, 테스트 때도 일본에서 뛸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테스트에 가기 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테스트에는 선수 생활을 하던 사람들하고 고등학생 선수들까지 10여 명이 있었다.
처음엔 '나 말고도 테스트받을 사람도 많을 텐데 왜 멀리 있는 나까지 오라고 그러나'라고 생각했었다.
막상 일본에 가서 빙상 운동을 해보니까 그동안 내가 배워왔던 방식이라는 다른 점이 많아서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를 받으러 가기 전에는 일본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었다. 생활 문제도 있고 그렇다 보니까…. 테스트를 보고 나서는 '도전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일본 선수들이 우리나라 선수보다 훨씬 잘한다는 인식 같은 게 없지 않아 있는데 뛰어보니 열심히 하면 살아남을 수도 있겠더라.
- 그래도 한국팀에서 뛰면 선·후배도 많고 그래서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일본에서 뛰면 새로운 경험도 되고, 다른 방식도 배우고 어쨌든 말도 배울 수 있으니까 한번쯤은 해볼 수 있는 도전이지 않을까?
- 한국 선수만 해도 좋은 동기들이 많은데, 특수한 위치라 조금만 잘하면 신인상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신인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나는 내 팀에서 주축 선수로 뛰면서 파워 플레이(아이스하키에서 상대팀이 파울로 마이너를 받았을 때 수적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펼치는 것. 보통 골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모아 내보낸다.)에 많이 나가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아시아 쿼터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용병이나 마찬가지다 보니까 첫 시즌에 헤매버리면 계속 자리를 잡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 일본 첫 진출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남들이 처음 처음 하는 건 큰 부담은 안된다. 내 앞에 간 선수가 있었어도 나는 일본에 갔을 테고 처음이라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팀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솔직히 한국팀에서 불러줬을까 싶기도 하다. 만약 안 불러줬으면 군대에 갔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진출해야겠다는 맘을 먹었다.
- 그래도 첫 진출자다 보니까 앞으로 한국 선수가 일본에 진출할 기회를 터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내가 잘한다고 한국 선수 전체에 대한 인식이 바뀔까? 아직까지도 일본 선수들은 한국에 비해 자신들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아시아리그에서는 많이 평준화가 됐지만, 대표팀은 여전히 일본이 앞섰다고 생각할 텐데. 나 한 명 잘해서 길을 확 트고 이런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린 선수들 중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각자 능력에 따라 좋은 길을 선택하지 않을까?
- 동기들 중에는 먼저 데뷔(이돈구·신상우)를 해서 성공적인 시즌을 치른 선수도 있다
돈구, 범진이 같은 친한 친구들이 거의 아시아리그에 진출했다. 돈구는 지난 시즌부터 뛰기 시작했고.
다 같이 잘되면 좋지. 좋은데, '쟤가 이 정도 했으니까 나도 이 정도 해야지.' 막 이런 감정은 없다.
- 일본 생활이 걱정되거나 하는 점은 없을까?
아이스 하키에 대한 걱정은 없는데 언어는 걱정스럽다. 입단이 확정되고서 계속 일본어 학원에 다니면서 일본어를 배우기는 했는데 실제로 가서도 잘할 수 있을지가 제일 걱정스럽다.
처음에 진출이 결정나고 나서는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다. 경기를 보러 갔는데 너무 잘하더라. 그래서 내가 저 안에서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은 크게 걱정 안 한다. 내 플레이를 보여주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니까.
다만, 걱정은 수비 포지션을 잡는 데 있어서 일본과 한국이 약간 스타일이 다르다. 한국은 퍼져서 개인 맨투맨을 주로 하는 편인데, 일본은 지역으로 좁게 서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스타일이다.
대학 4년 동안 맨투맨을 배웠는데 머리에는 인식이 되어있지만, 몸이 반응을 못 하더라. 한번은 게임을 뛰다가 순간 당황해서 그냥 빙판에 서버렸다.
그 상황에 감독과 눈을 마주쳤는데 나도 어이가 없었는지 그냥 웃어버렸다. 그런 것 때문에 당시 같이 훈련을 받았던 후배인 김우영(고려대 4학년)과 "이러다 죽도 밥도 안되겠다"고 말하면서 웃었는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경기 후에 감독에게 "맨투맨을 배웠다.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더니, 팀의 수비가 약해서 지금의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어쨌든 나는 팀의 일원이니까 내가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 이제 첫 시즌을 맞게 되는데
게임에 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는데 내가 해야 할 것은 주전이 되냐 마냐 하는 싸움이다.
개인적으로는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항상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비슷한데, 그 중 하나를 잡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게 소원이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아시아리그에 잘 적응해서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유난히 국가대표 운이 없었는데 내년 동계 아시안게임에는 꼭 국대로 선발되고 싶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 가서 우승하고 싶다. 그게 가장 큰 목표다.
[사진=김혁 (C)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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