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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드의재구성] ⑤ 여명의 눈동자 - 세 남녀의 치열했던 삶과 사랑

기사입력 2010.09.13 10:52 / 기사수정 2012.07.20 14:01

이슬비 기자
[방송] 1991년 10월 7일~1992년 2월 6일


[엑스포츠뉴스=이슬비의 명드의 재구성]

윤여옥, 최대치, 장하림….

아직도 이 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세 주인공. 가녀린 여인의 몸으로 이 세상의 모든 비극은 다 겪어야 했던 윤여옥(채시라 분), 잘못된 시작으로 이념에 얽혀야만 했던 최대치(최재성 분), 한 여자를 사랑해서 때로는 모든 것을 잃어야 했던 장하림(박상원 분).

'여명의 눈동자'는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근현대사를 세 남녀의 사랑과 삶으로 오롯이 보여줬다. '여명의 눈동자'는 100% 사전제작, 총 제작비 72억, 편당 평균 제작비 2억여 원, 필리핀, 사이판, 중국 등 해외 로케라는 당시로 보나 지금 보나 파격적인 조건으로 제작되어,  극의 완성도를 최고도로 높이면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여자 주인공 윤여옥이 위안부로 등장하면서, 당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알렸다.

이를 통해 음지에 있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온 국민의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 결과 '여명의 눈동자'는 평균 시청률 44.3%를 기록하며 역대 드라마 평균 시청률 8위에 올랐으며, 편당최고 시청률 58.4%를 기록했다.



일제 강점기, 6.25…비극 속에 피어난 한 떨기 꽃

윤여옥, 최대치, 장하림은 1943년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고 있다. 독립 운동가 윤홍철(최불암 분)의 딸 여옥은 남원 태생으로, 17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징집된다. 대치는 중국에서 대학에 다니던 중, 한국에 들어왔다가 일본군 학도병으로 입대하게 된다. 하림도 동경제대 의학생 신분으로 징병을 면하려 했지만, 일본형사에 의해 학도병으로 입대하게 된다.

여옥은 중국 남경에 있는 관동군 15사단에서 지옥 같은 위안부 생활을 하던 중, 대치와 만나게 되고, 대치를 통해 살고자 하는 의미를 찾은 여옥은 대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그러나 대치의 군대는 버마전선에 투입되어 중국을 떠나게 되어 둘은 생이별하게 된다. 일본군은 사이판으로 보낼 위안부를 모집하게 되고, 혹시나 대치가 그곳에 있을까 하여 여옥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사이판으로 향한다.

하림은 731 방역급수부대에서 미다 대위의 당번병으로 복무하면서 일본군의 잔악한 생체실험을 보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뇌하게 된다. 그러던 중 미다 대위와 사이판으로 전출되고, 이곳에서 여옥과 하림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하림은 여옥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 여옥을 보호한다. 이때, 연합군을 상대로 일본군이 큰 세균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하림은 탈영하여 연합군에 가담한다.

연합군진지에서 다시 만나게 된 하림과 여옥. 하림은 여옥의 아이를 받는다. 이즈음 대치의 부대는 패퇴하여, 대치는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중국 국민당군에게 구출되어 같은 조선인인 김기문의 도움으로 팔로군 소속으로 대활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치는 여옥의 아버지 윤홍철을 죽게 한다.



하림과 여옥은 미 정보국 OSS 요원이되어 조국으로 돌아와 각종 작전에 투입되고, 이때부터 스즈끼 순사(박근형 분)과의 악연이 시작된다. 8.15 광복 후, 고향으로 돌아갔던 여옥이 다시 서울로 돌아오고 하림과 여옥은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앞에 대남공작원이 된 대치가 나타나고, 여옥은 갈등 끝에 대치와 함께하게 된다.

하림은 다시 미 정보국 요원으로 일하게 되고, 여옥도 대치의 요구에 따라 미정보부 사무원으로 일하게 된다. 좌·우익의 대립, 남로당 괴멸, 임정 수립의 해방 정국 속에서 하림과 대치의 대결은 치열 해져가고, 미정보부의 정보를 대치에게 제공해온 여옥은 하림에 대한 가책으로 괴로워한다.

4.3 제주 폭동, 여순 반란 사건에 참여한 뒤 빨치산 대장이 된 대치, 북으로 파견되어 소련군 사령부에 침투해 첩보 활동을 펴나가는 하림, 그동안의 이적 활동이 박두익 형사(=스즈끼 순사)에 의해 발각되어 사형 판결을 받은 여옥. 그러한 여옥의 소식을 들은 대치.

이때, 6.25 한국 전쟁이 발발하여 여옥은 풀려나지만, 하림은 인민재판에 회부되었다가 하림을 사랑하는 인민군 안명지(고현정 분)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다. 한편, 대치는 낙동강 방어선에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고전하다가 연합군의 인천 상륙 작전으로 퇴로를 차단당한 채 지리산으로 숨어들어 간다.

여옥은 전잰 와중에 아들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와 전쟁고아를 돌보며 산다. 전세는 휴전을 둘러싼 공방전 속에서 소강상태로 빠져들고, 대치는 지리산 남부군 대장으로 후방교란 작전을 벌이는데. 그 남부군 토벌 작전에 하림이 투입되면서 지리산 일대는 대치와 하림의 운명적인 대결의 장이 되고 만다.

부상당한 빨치산들을 돕던 여옥은 부상을 입은 대치와 마주하게 되고, 대치를 좇던 중 총에 맞고 만다. 결국, 대치와 하림이 바라보는 가운데 여옥은 한 많던 삶을 마감한다.



여옥, 대치, 하림

비극의 여주인공 윤여옥 역의 채시라는 1983년 롯데 가나 초콜렛 CF로 해성처럼 등장한 후, '여명의 눈동자'를 통해서 나이답지 않은 폭발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배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고, 이후 출연한 MBC 드라마  '아들과 딸', '서울의 달', '아파트'까지 모조리 대박을 치면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다.

특히 1994년 '서울의 달', 1995년에는 '아파트'로 2년 연속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김희애와 같이 20대 여배우로서는 믿기 힘든 2번의 연기대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후, KBS 드라마 '왕과 비', '해신', '천추태후' 등의 사극 속에서 여걸로 등장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최대치 역의 최재성은 1985년 KBS 1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아마추어 복서 자격을 갖고 있어서인지 주로 시대극에서 강한 남자 배역을 자주 담당했다. 故 최진실, 최진영 남매와는 사촌지간이며, 최근에는 KBS 드라마 '천추태후'(사진▲)에서 여옥역의 채시라와 다시 해후하기도 했다.

한 여인을 사랑해서 너무나 아파야했던 장하림 역의 박상원은 1986년 MBC 1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으며, '여명의 눈동자' 이후 퇴근 시계로까지 불렸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 편당 최고 시청률을 보유하고 있는 KBS 드라마 '첫사랑'에 출연하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사랑받았다. 현재는 MBC 드라마 '황금물고기'에 열연 중이다.

'여명의 눈동자'는 우리나라 드라마를 대표하는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처음 랑데뷰한 작품으로, 이후 SBS 드라마 '모래시계'로 두 사람의 호흡은 극치를 이루었다. 최근에는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로 건재함을 보이기도 했다.

'여명의 눈동자'는 주연진뿐 아니라, 박근형, 이정길, 박인환 고현정, 장항선, 최불암, 심양홍 등 한 드라마에 나온 사람들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의 완벽한 조연진들로 드라마가 더욱 빛났다. 또, 당시에는 무명이었던 한석규, 임창정, 전미선 등의 설익은 모습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근현대사를 세 남녀의 사랑과 치열한 삶으로 보여준 '여명의 눈동자'…. 장하림의 마지막 독백으로 마무리해본다.

"그 해 겨울, 지리산 이름 모를 골짜기에 내가 사랑했던 여인과 내가 결코 미워할 수 없었던 한 친구를 묻었다. 그들은 가고 난 남았다. 남은 자에겐 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희망일 것이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만이 이 무정한 세상을 이겨 나갈 수 있으므로…"

- 다음 드라마 -

하림역의 박상원이 출연한 역대 드라마 편당 최고 시청률 부동의 1위 '첫사랑'

[사진ⓒ MBC 방송화면 캡쳐]



이슬비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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