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하루 남겨두고 있는 K리그 팀들은 저마다 수익을 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마케팅에서도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이들의 '벤치 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2005년 박지성의 입단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팀이 돼버렸다. 박지성이 현 최고라 불리는 웨인 루니와 C.호날두 같은 선수들과 나란히 어깨를 겨루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다음세대들에게 전해줄 이야기 거리가 생긴 셈이다.
'전설'이 살고 있는 맨유
맨유에는 이들처럼 유능하고 젊은 공격수들도 많지만, 소위 ‘레전드(legend)’라고 불리는 게리 네빌, 라이언 긱스와 같은 노련미 넘치는 나이든 선수들도 있는 것이 그들의 모습이다. 팀을 위해 땀을 흘리며 공헌했던 선수들에게 ‘전설’이라는 명칭을 붙여주며 그들의 권위를 높여 주고 있는 것.
이것을 위해서는 뛰어난 실력이 있다고 얻어 지는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팀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도 주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축구 능력뿐만 아니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테프와 동료들간의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팬들의 사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다.
1878년 뉴턴 히스FC라는 이름으로 창단되어 1902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맨유는 현재 21명의 선수들이 ‘레전드’로 이름을 명단에 올리고 있다. 129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동안 단 21명만이 맨유의 전설로 불리고 있는데 계산해보면 6.1년만에 한 명씩 탄생한다는 뜻이다. 맨유 팬들의 가슴속에는 아직 그들이 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노장' 밖에 없는 K리그
안타깝게도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더 더욱 K리그에서는 그 모습을 찾기 힘들다. ‘전설’보다는 ‘노장’ 혹은 ‘퇴물’이란 단어를 사용해가며, 그라운드 밖으로 내몰기에 바쁜 것이 현 주소다.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렸던 성남일화의 신태용. 지난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13년동안 ‘성남 맨’으로 뛰며 정규리그 우승만 6번을 도왔던 그였다. 그러나 그는 노장이란 ‘벗을 수 없는 탈’ 아래 구단과 재계약 문제로 마찰을 가졌고, 결국 선수 생활 연장과 새로운 도전(?)을 위해 호주 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짐을 싸야 하는 '노장'들
노장이란 꼬리표는 달았지만 울산의 김현석, 부산의 김주성처럼 한 팀에 오래 머무는 경우는 그나마 행복(?)한 편. K리그에 ‘전설’이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팀을 이리저리 옮겨가는 ‘저니 맨’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94,98 월드컵 2회 연속 대표팀에 선발 되며 홍명보와 함께 수비진의 한 축을 맡았던 90년대 최고의 스토퍼 최영일(동아대 감독)을 역시 그러했다. 1996년 소속팀 울산이 우승하는데 큰 공헌을 세우고도 고향과 다름 없는 팀을 떠나야 했던 최영일(당시 31세)은 ‘세대교체’란 외침 속에 자신의 라커룸을 비워야만 했다. 98년을 끝으로 부산에서 중국 슈퍼리그로 무대를 옮겼고, 2000년 안양(현 FC서울)로 돌아와 쓸쓸히 은퇴했다. ‘한국의 맨유가 되겠다’, ‘맨유의 마케팅을 배우겠다’는 국내 프로 팀들은 많다. 그러나 정작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는 느낌이다. 일부 구단들은 당장 돈이 되는 것에만 혈안 돼 멀리 보지 못하고 있고, 팬들이 요구하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넘어가 버리고 만다.
전통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축구 팬들은 그것을 알고 있기에 구단들이 '맨유가 되겠다'는 식의 발표를 들을 때마다 쓴 웃음을 지는 것이 아닌 가. ‘맨유’는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