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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이경수의 부상과 선수 관리의 중요성

기사입력 2007.10.20 09:40 / 기사수정 2007.10.20 09:4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스포츠 종목의 팀들은 선수 개개인이 모인 집합체로 부를 수 있다. 팀 자체가 선수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강팀으로 키우기 위해선 무엇보다 개개인의 선수 관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전도유망한 이들이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지속해나간다면 그것만큼 팀의 찬란한 발전상은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남자배구의 대들보 이경수(구미 LIG 손해보험)의 허리부상을 보면 이는 안타깝기 그지 없다. V-리그 대장정 이후 곧바로 이어진 무리한 국제대회 일정. 이는 한국남자배구 최고의 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안겨주었다.

이경수는 이전부터 '관리 요망'의 우려섞인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경수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바로 2006~2007 V리그에 투입되어 그 기나긴 대장정을 소화해 냈다. 또한, 대표팀 멤버로 월드리그와 아시아선수권에 연거푸 참여함으로써 치료받을 몸을 더욱 혹사해 마침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소속팀인 LIG 손해보험과 국가대표팀 모두에게 이경수의 존재는 상당히 크다. 결정타를 때리는 공격능력도 그렇지만 팀에서 서브리시브를 리베로와 함께 받아낼 레프트 보공이 부재한 것도 이경수 혹사의 한 원인이 되었다. 결국 팀의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려면 다른 멤버는 빠져도 LIG나 대표팀에서도 이경수만은 빠질 수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평소 자신의 주장을 완강하게 표현하지 않는 조용한 성격에 무엇보다 책임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이경수는 부상을 참아가며 그 기나긴 일정을 묵묵히 걸어온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경수 본인에게도 책임은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라면 이경수를 대체할 재목이 없다는 점.

LIG는 2007'~2008' V-리그를 앞두고 이경수를 비롯한 팀 선수들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메디컬 코칭스태프를 초빙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LIG는 29년만의 우승을 앞둔 KOVO컵 결승전을 맞은 상황이었다. 이경수가 팀의 절박함을 이해하고 출장 강행 의사를 밝혔으나 팀은 대표팀 차출 예정인 그를 위해 결승전에서 제외하는 '고육책'을 쓰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한배구협회 역시 앞으로 엄중하고 체계적인 신체검사를 실시해서 몸에 심각한 징조가 보인 선수는 보호차원에서 제외시키고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시켜야 한다. 우수한 선수의 미래는 곧 팀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장기적인 컨셉을 가지고 선수들을 보호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아직도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기엔 미숙해 보인다. 구단의 숙원 사업은 언제나 시즌 우승에 있고 감독은 소속팀이 성적 부진으로 이어지면 코트를 떠나는 게 이제는 흔히 보이는 일이다. 

이는 많은 팀이 가지고 있는 병폐다. 성적 지상 주의에 감독 수명이 좌우되는 현실을 이기기 위해 감독들은 매회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국, 선수들의 관리를 뒤로 제켜둔 채 그들이 팀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게 하고 게임에 출전시킨다.

이른바 코트에서 죽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진부한 문구는 이제 재고해야 할 표현법이다. 선수 개인의 삶과 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이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아직도 선수에 대한 예우가 보장되지 않고 눈앞에 닥친 승부에 급급해서 선수들에게 희생을 요하는 시대는 이제 종식돼야 밝은 미래가 보일 수 있다.

이경수는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심각한 징조가 보였을 때 바로 적절한 대처법을 찾아 치료받았어야했다. 그러나 결국 허리부상(퇴행성 디스크 관절염)을 당했고 재활로 부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 수술대에 오를 위기에 처해있다.

현재 LIG 구단 측은 2007~2008 V리그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팀의 기둥이 부상을 당해 많은 회복시간이 필요한 수술보다는 재활로 빠른 회복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몇 주간의 재활을 받은 이경수가 시즌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도 우려되는 점이다. 지금 현재의 상태를 이경수의 입장에서 본다면 많은 기간동안 수술과 재활을 통해서 완벽하게 부상을 치료하는 방법이 옳게 여겨진다.

이제 30대의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경수가 또다시 하종화(전 현대자동차 서비스)와 마낙길(전 현대자동차 서비스)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30세가 되기 전에 은퇴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원할 뿐이다. LIG와 대표팀에 이경수를 대체할 만한 '거성'이 없다는 점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세계무대로 시선을 넓게 확장해서 보면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체계적이고 철저한 관리시스템으로 인해 선수생활을 지속해 나가는 모범적인 선수들이 보인다. 올 시즌에 영입한 용병 중, 최고로 평가받는 기예르모 팔라스카(LIG 손해보험)역시, 서른을 넘은 나이에도 아직도 위협적인 공격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선진배구가 주는 선수관리 시스템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34살의 후인정(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경우는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로 비춰진다. 한때, 은퇴 수순을 밟고 있던 후인정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몸을 다지고 평소 좋아했던 술까지 줄이면서 철저한 자기관리를 완성했기에 지금도 전성기 못지않은 꾸준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남자배구가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공수에 걸쳐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이경수가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큰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은 단지 이경수 개인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선수에 대한 관리는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하며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고 뒷수습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속설과 다를 것이 없다.

부상의 가장 적절한 치료법 중 하나는 조기에 발견해서 큰 부상이 되기 전에 그것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지금은 단지 뛸 수 있으니까 아픈 몸을 이끌고 계속 뛰다가 만신창이인 상태에서 수술과 재활에 들어간다면 오히려 선수생명에 독이 되고 만다.

단지 배구 계와 미래를 생각하는 차원이 아닌 한 선수의 건강과 행복을 배려해 줄줄 아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행복은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코트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채 자신의 기량을 오랫동안 발휘하는 것이다. 뛰어난 선수의 행복은 좌절한 팀에게 조차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다.

또한, 전후 상황을 돌아보지 않고 '국가를 위해 몸을 던져라' 라는 식의 무리한 차출은 없어야 한다. 프로팀은 '거성'을 대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슈퍼 서브'의 발굴로 선수층을 두텁게 해야 하며 이는 대표팀 또한 마찬가지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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