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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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드의 재구성] ④ 아들과 딸 - 남아선호사상에 반기를 들다

기사입력 2010.08.18 08:51 / 기사수정 2012.07.20 14:01

이슬비 기자

[방송] 1992년 10월 3일 ~ 1993년 5월 9일

[엑스포츠뉴스=이슬비 기자] 1992년. LA 흑인 폭동과 소비에트 연방 해체 등 국제적 이슈와 함께, 한-중 수교의 물꼬가 터지고, 대한민국 14대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탄생되던 그때, 주말마다 온 국민을 TV 앞에 모이게 한 드라마가 있었다.

남아선호사상이 깊게 뿌리내린 집안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귀남이와 후남이가 가족과 사회의 가치관과 대립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사랑을 중심으로 한 '아들과 딸'이 그 주인공.

여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차별받는 여자 후남이와, '남자다움'을 강요받는 남자 귀남이 모두 이 시대의 피해자임을 그려내고, 70,80년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TV에서 소외됐던 중장년층에게도 어필하며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아들과 딸'은 50%에 육박하는 평균 시청률 49.1%를 기록하며, 역대 드라마 평균 시청률 부동의 2위에 등극하며,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태어날 때부터 받는 차별과 역경에도 꿋꿋한 후남

딸만 내리 낳으면서 갖은 구박을 받던 어머니(정혜선)가 드디어 이란성 쌍둥이로 딸, 아들을 출산한다. 귀하고도 귀한 아들이라 아들 이름은 이귀남(최수종), 딸 이름은 아들 낳고 또 아들 낳으라고 이후남(김희애)라고 짓는다. 그렇게 태어날 때부터 쌍둥이 남매 귀남이와는 달리 여자라고 차별받으면서 고단한 삶을 사는 후남에게 한 가지 기쁨이 있었으니, 펜팔 친구 미현(채시라)와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다.


공부를 잘해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후남은 대학 입시에 합격하지만, 같은 학교에 응시한 귀남이 대학에 떨어져 후남은 어머니에게 크게 혼이 나고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게 된다. 거기다 어머니에게 도둑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되자 후남은 집을 나와서 서울로 떠나게 된다.



서울에 올라와 재봉공장에 취직한 후남은 힘들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꿋꿋이 일하고, 공장을 나와 식당에서 일하게 되면서 오랜 꿈이었던 작가가 되게 위해 노력한다.

후남은 미현과 재회하여 서로 좋은 친구로 지내게 되고, 그런 동안 후남은 자신이 결핵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를 숨긴다. 후남은 서울에 올라온 귀남이와 막내 동생 종말이(곽진영)을 보살피면서 방송통신대로 못다한 공부를 이어나간다.

재수 끝에 법대에 진학한 귀남이지만, 별로 공부에 뜻이 없어 사시에 번번이 낙방하고 만다.

어머니는 후남이 방통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이에 귀남이 공부를 못하는 것은 괜히 공부운을 뺏어가는 후남이 탓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설움이 복받친 후남은 자신이 결핵에 걸린 사실까지 털어놓는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와중에도 귀남에게 결핵이 옮지는 않을지만 걱정하고 후남에게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다행히 결핵이 치료된 후남은 귀남의 친구 변호사 석호(한석규)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할 기회까지 얻는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후남은 작가로서 성공하게 된다. 평범한 은행원이 된 귀남은 어릴 적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던 성자(오연수)와 결혼해서 두 딸을 낳고, 미현은 디자이너로 성공하게 되며, 후남은 석호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게 되고, 후남은 그토록 자신을 모질게 대했던 어머니와도 화해한다.

국민드라마, 국민 배우들의 총집합




후남은 힘든 70,80년대를 보낸 수많은 중년 여성들 그 자체였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꿋꿋이 역경을 이겨내는 후남을 보면서 많은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응원을 보냈다. 후남이 인기 작가로 성공하고 석호와 사랑을 이뤘을 때는,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후남을 완벽히 소화해낸 김희애는, 1991년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지 2년 만에 또 다시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다. 결혼 후 연예 활동을 하지 않던 김희애는, 2003년 KBS 드라마 '아내'로 복귀 후, 작품마다 최우수 연기상, 대상을 거머쥐며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유약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남을 연기한 최수종은 '아들과 딸' 종영 후, 최고의 하이틴 스타였던 하희라와 결혼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 후, 역대 드라마 편당 최고 시청률 65.8%로 1위를 기록한 KBS 드라마 '첫사랑'에 주연으로 출연, 흥행보증 수표로 자리매김 후, KBS 드라마 대하사극 '태조 왕건', '해신'의 타이틀롤을 맡으며 대하극의 1인자로 등극했다. 현재 KBS 대하 드라마 '전우'에 출연하며 변함없는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있다.

당당한 커리어 우먼 미현 역의 채시라는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아들과 딸' 그리고 이어서 출연한 '서울의 달', '아파트'까지 모조리 대박을 치면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다. 특히 1994년에는 '서울의 달', 1995년에는 '아파트'로 2년 연속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김희애와 같이 20대 여배우로서는 믿기 힘든 2번의 연기대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후, KBS 드라마 '왕과 비', '해신', '천추태후' 등의 사극 속에서 여걸로 등장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후남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석호역의 한석규는 '아들과 딸'로 이름을 알리고, 미연 역의 채시라와 함께 캐스팅된 '서울의 달'에서 크게 이름을 알리며 충무로로 건너가게 된다. 이후, '초록 물고기', '넘버3',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에 출연하며, 흥행과 작품성 모두 잡는 배우가 됐고, 1999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쉬리'로 명실상부 우리 나라 최고의 영화배우,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시청자들이 줄거리 수정을 이끌어내기도

'아들과 딸'의 인기는 여러모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극중 귀남, 후남의 아버지 이만복 역의 백일섭이 술 한 잔 걸치고 부르는 '홍도야 우지마라'가 대히트, 따로 앨범으로 발매되는가 하면, 후남과 미연을 펜팔로 이어주었던 수전 잭스의 70년대 인기곡 ‘Evergreen' 또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또한, 시청자들은 극 줄거리의 수정도 이끌어내기도. 귀남의 아이를 혼자 낳아 키우는, 미혼모가 될 미현의 운명이 시청자들의 압력에 따라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당초 미현을 미혼모로 만들 생각이었으나 뜻밖에 청소년층까지 즐겨보는 바람에 교육상 내용을 손질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아들과 딸'의 성공으로 세대 전의 이야기를 그리는 시대극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남아선호사상이라는 차별 속에서도,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후남의 성공담을 그린 '아들과 딸'. 극 말렵, 후남 어머니의 대사로 마무리한다.

"후남인 어디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 아니다러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딨다구? 고맙지, 후남이 고마운 줄 내 안다. 저 혼자 다 했지. 나라고 그것이 기특하지 않고 자랑스럽지 않겠냐? 그러니 내가 부모가 되어 남들처럼 다 해줄 수는 없었고, 내 성질 생겨먹은 건 이 모양이고. 아이구 누가 내 맘을 알것이냐 누가? 니들도 이제 자식을 키워 봐라. 그 때야 내 맘을 알려나? 내가 어째서 널 미워하겠냐 어째서."

-다음 드라마-

미연 역의 채시라가 종군 위안부 윤여옥으로 출연, 시청자가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1위에 랭크되기도 한 수작 '여명의 눈동자'



[사진ⓒ MBC 방송화면 캡쳐, 엑스포츠 뉴스]
 



이슬비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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