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날찾아’ 박민영이 문정희의 초록 눈을 목격했다.
13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임은섭(서강준 분)은 목해원(박민영)이 떠날 그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원이 언젠가 돌아갈 것이라는 걸 이해하는 은섭의 유일한 바람은 그녀가 마음 아프지 않게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모 심명여(문정희)가 감추고 있던 진실이 베일을 벗고 있어, 그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가 됐다.
2010년 9월 5일 명여는 윤택(황건)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는 20년간 밥 먹듯이 헤어지자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이렇게 아무런 이유 없이 말 한마디로 관계를 정리하려는 그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끈질기게 찾아가 매달려도 봤다. 그러나 명여는 “윤택아. 잘 살아. 네가 좋아하는 결혼도 하고, 더 좋아하는 애도 낳고 보란 듯이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그 단호함에 정말로 끝인 것 같아 “나는 너랑 다 할 건데”라며 반지도 끼워줘 봤지만 소용없었다. 명여는 더 매몰차게 윤택의 손길을 뿌리쳤다. 그렇게 명여는 “멀리 잃어지고 있었다”.
돌아서는 명여의 얼굴에는 시련을 당한 윤택보다 더한 슬픔이 서려 있었다. 사랑하지만, 형부 주홍(서태화)을 죽인 죄를 모두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간 언니 명주(진희경)만 생각하면 감히 행복을 누릴 수 없었다. 그렇게 눈물로 써 내려간 밤이 10년이었고, 흘려보낸 눈물은 사무치는 그리움과 미련으로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신을 붙잡아오는 윤택에게 곁을 내주지 못한 건 작가의 삶을 포기하고, 한쪽 눈마저 잃은 자신은 이미 다 시들었기 때문이다. 윤택은 또 한 번 뒤돌아 가버리는 그녀를 보며 처절한 울음을 토해냈다. 그들에게 봄은 없었다.
해원과 은섭은 젊은 날의 명여와 윤택이 그랬던 것처럼 하루하루를 어제보다 오늘이 더 깊어지는 사랑으로 채워나갔다. 헤나도 같이 해보고, 달콤한 입맞춤으로 단잠을 깨워보기도 하는 두 사람의 얼굴엔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이 가득 번져 있었다. 해원은 비밀스러운 고백을 써 내려간 은섭의 책방일지를 보게 됐고, 자신이 모르고 있는 과거의 시간 곳곳에 그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릴 적 자신의 손에 장수풍뎅이를 올려줬고, 호두하우스에서 요정 같던 해원에게 새삼 더 반했단 사실, 휘(김환희)라고 우겼던 ‘아이린’의 정체, 그리고 그토록 궁금했던 낙동강 사건의 전말까지 다 알게 되자, 은섭의 묵직하고도 오랜 진심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해원과 은섭에게도 봄은 없는 것일까. 책방에서 함께한 시간들은 마치 모래 위에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린 성처럼 불안했다. 해원과 은섭의 사랑은 그녀가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봄이 오면 끝나기 때문이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 부디 행복하기를”이라는 은섭의 책방일지에 적힌 글처럼 행복은 해원이 서울로 내려가기 전까지만 지속되는 것이었다.
달콤한 시간의 끝은 속수무책으로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새들이 정겹게 지저귀며 하루의 시작을 알린 어느 아침, 명여를 깨우러 들어간 방 안엔 몸을 축 늘어뜨리고 쓰러진 그녀가 있었다. 가뜩이나 이모가 머리가 아파 죽을 것 같다며 한바탕 해원의 속을 뒤집어 놓았던 적이 있어, 눈앞에 펼쳐진 명여의 모습에 그녀는 더 불안했다. 목 놓아 “이모”를 연신 부르는 해원의 애타는 목소리에 겨우 눈을 뜬 명여. 이내 해원은 그녀의 해묵은 슬픔과 10년 전 사건에 대한 사연이 담긴 초록의 눈을 목도했다. 이제는 검은 진실과 마주할 시간이었다.
“해원아 네가 언젠가 이곳을 떠날 거라는 걸 이해해. 나는 전부 다 준비하고 있어. 다만, 네가 이곳을 떠날 때 마음이 그리 무겁지 않기를. 그저 행복하게 웃으며 가기를 조금도 아주 조금 아프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게”라는 은섭의 바람대로 다가오는 봄, 해원은 편안하게 북현리를 떠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JT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