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8.17 08:15 / 기사수정 2010.08.17 08:15
[엑스포츠뉴스=김진성 기자] 지난주 이대호(28, 롯데 자이언츠)의 폭풍 같은 홈런포 행진은 올 시즌 MVP 판도를 뒤흔들만한 일대 사건이었다. 우천 취소 경기를 고려하면 한 달 정도 정규시즌이 남아 있지만, 이미 올 시즌 MVP 후보는 류현진(23, 한화 이글스)과 이대호로 사실상 압축된 상태. 3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20승-1점대 평균자책점-한화 타선
애당초 올 시즌 MVP 경쟁은 류현진이 이대호보다 앞서 있었다. 그러나 9경기 연속 홈런 포라는 세계 신기록과 산술적으로 48개의 홈런포가 가능한 이대호의 행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MVP 경쟁에 40개 중, 후반대의 홈런포는 그 자체로 엄청난 위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류현진은 트리플 크라운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진(171개), 평균자책점(1.63) 부문은 사실상 타이틀 홀더가 확실하다. 그런데 한화의 약한 팀 사정상 다승 부문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다승 부문에서도 15승으로 단독선두를 질주 중이다.
그가 20승 다승왕이 되고 1점대 평균 자책점마저 지켜낸다면 이대호가 많은 홈런포로 중무장하더라도 MVP 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설 것으로 보인다. 잔여 일정상 류현진은 앞으로 5~6회 정도 등판 가능하다. 올 시즌 그의 괴물 같은 페이스로도 20승은 완전히 장담할 수 없다. 남은 시즌에는 한화 타선의 지원이 어쩌면 MVP 판도에 숨은 변수가 될 수 있다.
9경기 연속포-50홈런-홍성흔 시즌 아웃
올 시즌 4년 만에 타격 트리플 크라운에 재도전하는 이대호가 타점왕이 불투명했던 상황 속에서 홈런포 기록마저 류현진의 괴물투보다 평가절하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일주일 사이 그는 9경기 연속 홈런포 세계 신기록이라는 프리미엄을 안았고, 타점왕 최대 경쟁자였던 홍성흔(롯데)이 시즌 아웃 된 변수를 맞이했다.
일단 선두 홍성흔(113개)과 2개 차로 뒤졌던 타점 부문 타이틀은 사실상 그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대호 역시 타격 트리플 크라운은 사실상 확보한 상태다. 그렇다면, 결국 이대호가 믿을 건 홈런포뿐이다. 20승이 가능해 보이는 류현진을 잡고 MVP를 받으려면 40개가 아니라 50개 가까운 홈런을 작성해야 류현진과 대등한 승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홍성흔이 시즌 아웃되면서 롯데 중심 타선은 그만큼 헐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투수들은 그에게 정면승부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1-2-3번 타순의 위력이 약간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 속에서 이대호를 피하고 강민호-가르시아에게 승부를 집중적으로 떠넘길 가능성도 있다. 제아무리 타격에 물이 오른 그지만, 투수가 승부를 피하면 방법이 없다.
야구계의 평가
류현진과 이대호는 사실상 투타 트리플 크라운을 확정했다. 이제 남은 변수는 그 이상의 질이다. 두 선수가 기록의 질을 더욱 높인다면, 결국 야구계가 두 선수의 기록을 어떠한 시선에서 바라보느냐, 팀 성적과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보느냐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MVP 경쟁은 팀 성적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만약 이대호가 남은 시즌에서 50개에 가까운 홈런을 쏘아 올린다면 롯데의 성적이 한화에 앞선다는 점과 타자가 투수와는 달리 매일 경기에 출장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이대호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물론 팀 성적과 MVP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이대호가 9경기 연속 홈런 세계 신기록이라는 프리미엄과 50개의 홈런을 때릴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류현진이 MVP 경쟁에서 간발의 차로 앞설 것으로 보인다. 타자의 수준이 높아진 국내 리그에서 투수의 성적을 타자의 성적보다 높게 평가하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과연 세 가지 변수가 류현진과 이대호의 MVP 경쟁을 어떤 식으로 몰고 갈지 주목된다.
[사진=류현진-이대호 ⓒ 엑스포츠뉴스 DB 권혁재 기자-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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