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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韓피겨, '김연아 제너레이션' 시대가 열리다

기사입력 2010.08.16 08:17 / 기사수정 2010.08.16 08:1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3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0-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파견선수 선발전'에 출전한 피겨 유망주들은 한층 성장된 모습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97년생 유망주'들의 성장은 한층 인상적이었다.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의 출전 자격 연령은 올해 7월 1일을 기준으로 만 13세 이상, 만 19세 이하가 되어야 한다. 이 조건에 맞는 유망주들이 이번 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선발전에서 가장 관심을 보인 스케이터는 윤예지(15, 과천고)와 김해진(13, 과천중)이었다. 한동안 곽민정(16, 군포수리고)과 함께 국내 주니어 무대를 양분했던 윤예지는 부상으로 지난 시즌에 열린 대부분의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윤예지는 김연아(20, 고려대)의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캐나다)과 국내 아이스쇼에도 출연해 갈채를 받았던 셰릴 본(캐나다)의 안무를 받으며 재기를 노렸다. 호전된 몸 상태로 선발전에 출전했지만 쇼트와 프리스케이팅에서 잦은 실수를 범했다.

결국, 3위로 내려앉은 윤예지 대신 1위와 2위를 차지한 선수는 '97년생 동갑내기'인 김해진과 이호정(13, 서문여중)이었다.

김연아 제너레이션 97년생 유망주,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다

김연아가 없는 현재, 국내 여자 싱글 챔피언은 만 13세의 김해진이다. 2008-2009 시즌까지 국내 정상을 지켰던 김나영(20, 인하대)과 김현정(18, 군포수리고)은 부진을 보였다. 그리고 김연아와 함께 스케이트를 탔던 같은 세대의 스케이터들은 은퇴를 하거나 변방으로 물러난 상태다.

세대교체가 예상됐던 지난 시즌, 중심으로 치고 올라온 스케이터들은 '97년생 유망주'들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 첫 번째 대회인 주니어대표 선발전에서 이들은 한국 피겨를 중심에 우뚝 섰다.

주니어 선발전 1위에 오른 김해진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를 모두 구사했다. 비록, 트리플 러츠에서 롱에지(e로 표기, 점프시 잘못된 에지사용) 판정을 받았지만 나머지 점프를 무난하게 소화하며 정상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합산한 136.19점을 받은 김해진은 다른 선수들을 압도적인 점수 차로 제쳤다. 그리고 김해진에 이어 2위에 오른 이호정은 최종합계 120.02점을 획득해 2위에 올랐다.

이번 선발전 규정에 따라 김해진은 2번, 이호정은 1번의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김해진과 이호정은 7살부터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시작해 지금까지 과천아이스링크에서 함께 훈련해온 '죽마고우'다. 함께 스케이트를 시작해 최고 유망주로 발돋움한 이들은 김연아를 보고 성장한 공통점이 있다.

김해진과 이호정이 처음 스케이트를 탈 무렵, 김연아는 세계 주니어 정상에 도전하고 있었다. 이 때,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20, 일본)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주니어 정상에 올라섰다. 또한,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록산느의 탱고'로 쇼트프로그램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97년생 유망주들은 김연아가 세계 정상에 등극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면서 성장했다. 기술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김연아의 영향은 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김해진은 "시즌을 마치면서 안무와 컴포넌트 점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시즌을 대비해 이러한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해진은 새 롱프로그램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나아진 안무 소화를 느낄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친 김해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녀온 뉴저지 전지훈련에서 안무에 중점을 많이 뒀다"고 털어놓았다.

이호정은 어린 유망주들 중,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스케이팅과 표정 연기가 일품인 이호정은 점프가 안정감을 찾으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번 선발전에는 출전 자격 연령에 몇 개월이 모자라 출전하지 못했던 박소연(13, 강일중)도 빼놓을 수 없는 유망주다. 지난 시즌, 김해진과 함께 국내대회에서 쌍두마차로 활약한 박소연은 빠른 스피드와 다양한 표정 연기를 지니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특정 요소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김연아와 같은 '토털패키지'로 성장하는 점이다. 실제로 김해진은 "점프도 중요하지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스트로킹과 표현력에도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박소연도 "앞으로 열심히 해 (김)연아 언니처럼 점프는 물론, 표정연기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연아도 지적했듯이 한국 피겨 선수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기술에 비해 스케이팅과 표현력이 떨어지는 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안무와 표현력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3+3 콤비네이션 점프 같은 고난도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스케이팅 같은 기본과 안무가 중요한 것을 이들은 인지하고 있었다.

주니어 그랑프리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97년생 유망주

2010 주니어 대표 선발전에는 김해진과 이호정 이 외에 종합 4위에 오른 박연준(14, 연화중)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박연준은 70.99점의 점수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3위에 올랐다.

박연준은 트리플 러츠와 플립 등의 점프를 실전에서 구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출전 선수들 중 차별화된 안무와 표현력을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해진과 박소연, 그리고 이호정과 마찬가지로 97년생인 박연준은 이번 대회에서 또 한명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해진은 올 3월에 열린 2010 트리글라브 트로피 대회 여자 싱글 노비스 부분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피겨 유망주의 실력이 국제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들이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해진과 이호정이 데뷔하는 이번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는 '러시아의 피겨 천재'로 불리는 엘리자베타 뚝따미쉐바(15, 러시아)도 출전한다.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시리즈에 모습을 내미는 뚝따미쉐바는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해 트리플 점프 5가지를 실전 경기에서 모두 구사한다.

점프는 물론, 스핀의 회전력도 매우 뛰어나고 빙판을 질주하는 속도도 예사롭지 않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등장하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아직 성장 중인 선수들을 놓고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김해진과 이호정은 "이번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가 처음인 만큼, 당장 무엇을 이룬다는 것보다 좋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 피겨의 미래로만 여겨졌던 '김연아 제너레이션'은 마침내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들의 성장은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해진, 이호정, 박소연, 박연준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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