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정지소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에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17일 종영한 tvN '방법'은 한자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작가 데뷔작으로 초자연 유니버스 스릴러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개척하며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방법'의 첫 방송일이었던 지난달 10일은 한국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거둔 날이기도 했다.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 정지소는 "선배님들과 제작진분들이랑 첫 방송을 같이 봤다. '방법'이 실검에 올라야 하는데 '기생충'이 계속 1위를 지키고 있어서 눈치가 보였다. 또 감독님이 '아카데미 배우님 오셨다'고 놀리셔서 민망했었다"며 "속으로는 '기생충'도 1위, '방법'도 1위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집에서 생중계로 봤다는 정지소는 "제가 눈물이 없는 편인데 봉감독님 수상소감을 듣고 눈물이 났다. 진심으로 행복하게 웃고 계시는 모습에 울컥했다"며 "많은 분들이 축하 인사를 해주셨고, 덕분에 '내가 '기생충'에 나왔구나' 많이 실감했다"고 말했다.
'배우들과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는 "한국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정지소는 "사실 '기생충'에서 선배님들이 몸 던져서 고생하실 때 저는 (최)우식이 오빠랑 과외한 것 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상을 받을 때도 스스로가 포장이 많이 된 것 같아 민망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방법'을 찍을 때 '나는 이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연기로 보여주고 싶었다. '방법' 팀에서 제 가능성을 봐주신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방법'은 정지소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 본 작품이었다. 저주를 거는 능력을 지닌 10대 소녀 방법사 백소진을 연기한 정지소는 데뷔 첫 주연작을 위해 긴 머리를 숏컷으로 자르며 파격 변신에 나섰다. 특히 엄마를 잃게 한 상처로 진종현 회장(성동일 분)에 대한 복수로 살아가는 밀도 높은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연기적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엄지원, 성동일, 조민수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는 영화 '기생충' 속 이선균(동익 역)의 딸이자 최우식(기우)의 발칙한 과외 학생 다혜와 180도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실 정지소는 2012년부터 꾸준히 연기 한 길을 걸어온 9년 차 배우다. 누구의 권유도 아닌 스스로 배우의 길에 뛰어들었다는 정지소는 "저는 호기심도 많고 승부욕도 강하고 자존심도 세다. 연기를 시작했으면 선택에 책임을 져야한 다고 생각했다. 피겨도 내가 한다고 했다가 그만뒀으니 연기를 포기한다면 또 의지가 없는 게 되지 않나.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 피겨는 하다 보니 김연아 선수처럼은 안 되겠다 싶었다. 안 될 건 발도 안 담근다"고 웃음을 지었다.
2년 전에는 작품에 매진하기 위해 동덕여대 방송연예과도 중퇴했다. 정지소는 "대학교와 일을 병행해야하는데 일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대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좋았다. 그 작품이 바로 '기생충'이다"고 밝혔다.
정지소는 "당시에는 봉준호 감독님이 '나를 왜 뽑으셨을까', '잘못 보신 건 아닐까', '나중에 실망하시면 어떡하지' 싶었다. 실망을 시켜드리기 싫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나 오늘 연기 잘했나' 고민이 들 때 감독님이 항상 해주시는 '따봉'을 받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잘 해내야겠다는 책임감은 지금의 정지소를 있게 만들었다. 그는 "(연기가) 부족한 것 같다 싶으면 집에 가서 그것만 판다. 그날의 실수를 미뤄두지 않고 바로바로 극복하려고 하는 편이다. '기생충'이 데뷔작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단역, 조연부터 차근차근 해왔다. '나도 언젠가는 주인공 해보고 싶다' 생각하면서. 그래서 '기생충'이 감사하고, 나를 선택해 준 '방법'이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방법'은 사람을 저주한다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처음엔 어렵고 낯설게 느껴졌다는 정지소는 "소재와 캐릭터 모두 흔하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고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판타지 장르를 되게 좋아한다. 미드 같은 느낌도 있어서 좋았다"며 "무엇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 중에 가장 큰 역할이라 놓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숏컷 변신에는 "감독님이 잘라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을 해주셨다. 또 삭발도 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며 "다행히도 삭발이 아니라 이 정도에서 멈추게 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고 밝혔다. '미소년이다', '잘생겼다'는 시청자 반응에는 "기분 좋다. 남자들이 샤워하고 괜히 얼굴을 쓱 본다고 하지 않나. 최근 한 달간 제가 그러고 있다. 물기 젖은 머리를 넘기면서 포마드도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10대 방법사 백소진이 되기까지 선배들의 조언과 응원은 정지소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캐릭터를 잘 분석해야 스토리에 혼동에 주지 않을 것 같아 신경을 많이 썼다"며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선배님들이 먼저 '이 부분에서 막히지 않던?', '고민은 없니?'라고 말을 걸어주셨다. 또 고민을 말하면 '이렇게 풀어도 좋고 저렇게 풀어도 좋다'면서 아낌없는 조언을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지소는 "모든 분들이 조언을 해주셨지만 바로 옆에서 에너지와 힘을 주신 건 엄지원 선배님이었다. 또 성동일 선배님은 10회 중 천보산에서 만나 감정을 분출하는 장면에서 신이 많아 지쳤더니 '우리 지소 얼굴 먼저 찍자'고 배려해 주셨다. 또 츤데레처럼 '춥지 않냐'며 '모닥불 피워놨으니 와라'라고 말을 걸어주셨다. 매번 감동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화제를 모은 8회 조민수 방법 엔딩신 비하인드도 전했다. 정지소는 "민수 선배님은 어떤 장면을 찍든, 어떤 날이든 최선을 다하신다. 신인들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날 촬영 때도 직접 몸을 꺾으면서 연기를 하셨다. 얼굴이 빨개지고 핏줄이 선 건 실제 선배님의 모습이었다. CG는 정말 조금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엔 멍을 때리고 봤다. 선배님이 이렇게 하시는데 나도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어 대사 한마디 뱉을 때마다 신경을 많이 썼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호흡이 제일 좋았다. 그 신은 지금 봐도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조민수 선배님이 정말 멋있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기생충'에 이어 '방법'까지 내로라하는 연기 선배들과 함께한 정지소는 "'또래들과 있으면 좋은 것도 있지만 선배님들하고 있을 때 제일 성장이 빠르다고 느껴진다. 배우는 것도 많고 내공도 쌓여서 좋다"며 "지원 선배님, 동일 선배님, 민수 선배님 사이에서 정말 행복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드라마 '방법'은 끝났지만 이후의 이야기는 영화 '방법'으로 만나볼 수 있다. 연상호 작가는 엑스포츠뉴스에 "영화에는 기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드라마 '방법'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오컬트 스릴러로 만들어 보려고 준비 중이다. 영화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김용완 감독, 배우들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모두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지소는 "영화 '방법'에도 출연하게 됐다"면서 "시즌제가 된다면 캐릭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몸 바쳐 열심히 하고 싶다. 끝장을 보겠다"고 해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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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