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데이→배우' 박소진 "나이 조급함 無…모든 느림에 감사" [엑's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김예은 기자] 연극 무대와 드라마 조연으로 배우 전향의 시작을 알렸다. '스토브리그'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은 전 걸스데이 소진, 현 배우 박소진의 이야기다. 

걸스데이 활동 당시부터 웹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던 박소진은 지난 2018년 연극 '러브스코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연극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에 출연하고 있으며, 최근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선 비중이 작지만 강렬한 캐릭터 김영채를 연기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토브리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상황. 박소진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왜 배우로 전향할 결심을 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박소진은 '러브스코어'가 배우 활동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작년에 첫 연극 '러브스코어'를 하면서 열정이 폭발했다"며 "사실 제가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인 구석이 많다. 근데 캐릭터가 되게 밝고 꿈에 차 있는 인물이었다. 내 안의 작은 구석을 크게 확대해서 연기를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연극을 보고 '완전 너던데?'라는 말을 하더라. '이게 나라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를 크게 느꼈다. '내 마음에 다시 열정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박소진의 본격 배우 활동이 시작됐다. 가수로만 오랜 시간을 살아왔던 그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 것. 연극에 드라마까지 섭렵한 박소진은 배우 활동에 대해 "좋은 게 훨씬 많아졌다"고 짚었다. 

어떤 점이 좋아졌을까. 박소진은 "(가수 시절에는) 완벽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늘 있었다. 어떤 순간에도 예뻐야 하고, 애티튜드는 이렇게 사랑스러워야 하고, 그런 완벽하다는 기준이 되게 많아서 어려웠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애 같은 게 많이 없었다"고 밝힌 후 "배우가 되고 나서는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 또한 굉장히 잘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름 생기는 게 어때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솔직한 마음을 꺼냈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현재 출연 중인 연극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의 민준호 연출 덕분이었다. 그는 "연극 연출님이 '나는 네가 완벽하지 않아서 좋아'라는 말을 해줬다. '저는 되게 완벽하고 싶어요'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박소진은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다른 걸그룹 멤버들이 배우 활동을 시작하는 평균 나이와 비교하면 이르지 않은 새 출발. 하지만 박소진은 조급함이 없다고 했다. 

"가수 활동할 때는 조급함이 있었다. 데뷔하고 활동하고 서른을 앞둔 그 기분이 되게. '나는 왜 이렇게 늦게 시작됐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뗀 그는 "근데 지금은 그 모든 느림에 감사하다. 조금 느리고 흑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수로서도 우리가 오랫동안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인지라 배우로서도 나도 모르게 조급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다. '왜 34살~35살에 연기를 시작하지', '어리고 잘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이런 생각을 했다. 근데 좋은 것도 있더라. 나이가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들 때문에 오히려 편해졌다. 35살이 됐는데도 편해졌다. 29살~31살 때가 괴로웠던 것 같다. 그 나이 안에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라고 밝혔다. 

'아이돌 꼬리표'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아이돌 그룹인 걸스데이 출신인 만큼 배우로 활동하는 데에 이미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는 "아주 편하지 않다"면서도 "그게 저한테 좋은 방향의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굳이 나쁘게만 생각할 일도 아닌 것 같다"고 긍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아이돌 출신이기에 쉽게 배우가 됐을 거라는 생각들은 아프다고 밝혔다. 박소진은 "'스토브리그' 마지막회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았던 게, 내가 하지 않았던 분야를 한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게 위로가 되더라. '야구도 겨우 익숙해졌는데 자신 있어요?'라는 질문에, 남궁민 선배가 '열심히는 해봐야죠'라고 하면서 문을 여는데 되게 위로가 됐다"며 "알려진 이름이라고 해서 쉽게 됐을 거라는 생각하는 거. 모두의 세상살이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쉽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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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은 기자 dpdms129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