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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상 부심, "에브라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해줬죠"

기사입력 2010.07.26 16:08 / 기사수정 2010.07.26 16:09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전성호 기자] "에브라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해줬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대한축구협회는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오후 3시 주간 언론 브리핑 시간을 통해 2010 남아공월드컵 부심으로 활동한 정해상 부심 초청 간담회를 마련했다.

정해상 부심은 이날 간담회에서 월드컵에 부심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와 자신이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정해상 부심은 "국제심판이 되고 월드컵에 나서는 것은 모든 심판들의 꿈일 것이다. 그곳에서 뛴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비교적 실수없이 8강전까지 잘 치러낼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그동안 지원해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분들과 가족들께 감사 드린다. 심판으로서도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라며 지난 남아공월드컵에서 느꼈던 소회를 밝혔다.

남아공월드컵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애환이나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애환이랄 것까진 없지만,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대회다 보니 치안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훈련을 제외하면 외출은 거의 하지 못하고 호텔에 머물렀다."라면서 "차량으로 이동할 때면 경찰의 에스코트 속에 신호도 없이 달렸던 것도 기억나고, 프랑스-우루과이전 경기를 마친 뒤 프랑스의 파트리스 에브라가 다가와 한국 사람인 것을 확인하고는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해주는 좋은 기억도 남았다."라고 답했다.

정해상 부심은 월드컵 기간 동안 우루과이-프랑스(A조), 파라과이-뉴질랜드(F조), 스페인-온두라스(H조)의 조별예선 경기를 포함해 브라질-네덜란드(8강전)등 총 4경기에 배정을 받아 매끄러운 경기진행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브라질과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호비뉴의 오프사이드를 정확하게 잡아내며 노골 선언 판정을 내려 화제를 되었는데 이에 대해 "브라질이 공격을 하고 있었는데, 네덜란드 수비수가 오프사이드 작전을 쓰려고 한발 앞서 나갔다. 그 찰나에 호비뉴가 동료의 패스를 받았고, 이에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렸다. 아마 부부젤라 소리에 운동장이 너무 시끄러워서 휘슬 소리를 잘 못 들었을 것이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정해상 부심은 이어 "그날 경기 후 심판 본부에 도착해 다음날 어김없이 심판 경기 평가회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16강전에서 결정적인 부심들의 오심이 있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미세한 오프사이드 판정을 잘 잡아내서 공개적으로 칭찬과 박수를 받기도 했다."라며 동료 심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음을 고백했다.

정해상 부심은 이어 심판들의 잘못된 판정에 대한 엄청난 비난과 압박감에 대해서는 "사실 월드컵에 임하는 심판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용사와 같은 동지애가 있다. 실수를 해도 심판들끼리 얘기하지 않고, 잘한 부분만 자존심을 접고 칭찬해준다."라고 답했다.

가끔 편파판정 논란에 시달리는 것에 대해서도 "월드컵에 초청된 심판들이 편파적인 판정을 내릴 리가 없다. 각국의 명예를 대표하는 심판들이다. 다만, 심판이다 보니 엄청난 압박감이 작용해 하지 않아도 되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반박했다.

방송 장비의 발달 덕에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결정적인 오심이 눈에 띄게 발견되면서 '오심월드컵'이란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아공에 머물면서 심판 판정의 96%가 정확한 판단이었다고 국제축구연맹이 미디어에 발표한 것을 보았다."란 말로 운을 띄운 정해상 부심은 "같은 심판 입장, 더 나아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결정적인 오심은 잉글랜드-독일과의 16강에서 프랭크 람파드의 슛이 골라인을 넘었음에도 인정받지 못한 판정, 아르헨티나-멕시코 16강전에서 카를로스 테베즈의 골을 오프사이드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두 개의 오심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조별예선의 브라질-코트디부아르전에서 파비아누가 핸드볼 파울 이후 골을 넣은 것과 미국-슬로베니아전에서 미국의 모리스 에두가 넣은 골을 노골 처리했던 것까지 4개의 오심만을 결정적이라 생각하고 국제축구연맹이 96%란 수치를 발표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6강전 두 개의 오심이 언론에서 너무 크게 부각되면서 이번 대회가 '오심 월드컵'이란 오명을 썼지만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 한다. 방송장비가 발전하면서 심판의 실수도 적나라하게 나오고 있지만, 선수가 패스 미스를 하면 별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으면서, 심판이 판정 미스를 하면 너무 크게 반응을 하는 것 같다."라며 심판으로서의 애환을 털어놨다.


정해상 부심은 "심판 본부 측에서는 이번 월드컵이 비교적 무난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심판들이 길게는 40일간 남아공에 머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식사시간에는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말 한 마디 없이 식사할 정도였다. 제프 블레터 국제축구연맹 회장이 6심제나 비디오 판독 도입에 대해 언급한 것을 언론에서 봤지만 심판본부에서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라며 월드컵 심판국 내 분위기를 전했다.

호크 아이, 스마트 볼 등 좀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한 첨단기술의 도입에 대해선 "심판 입장에선 당연히 공정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 그런 장비들이 심판 판정의 신용도만 올릴 수 있다면 좋게 생각한다."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월드컵을 다녀온 뒤 심판으로서의 위상에 달라진 점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정해상 부심은 "월드컵을 다녀온 후 K-리그 울산 현대와 성남 일화의 경기에 심판으로 배정됐었는데, 감독분들이 다가와서 '심판을 응원해보긴 처음'이라면서 반갑게 맞이해 준 기억이 난다. 선수들도 격려의 말을 많이 해줘 고마웠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정해상 부심은 또 한 번 날카로운 판정을 내려 호평을 받았다. 당시 울산의 노병준이 넣은 골에 대해 정해상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지적한 것. 이에 대해 선수들이 자신의 판정에 전혀 항의를 하지 않고 믿어주는 것을 보면서 정해상 부심은 "자신에 대한 선수들의 신의가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밝혔다.

K-리그는 올 시즌부터 심판 판정에 대한 존중과 불필요한 항의, 의도적 시간 끌기를 없애 실제 경기시간을 늘리자는 취지의 '5분 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해상 부심의 생각도 긍정적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전년도보다 확실히 판정항의가 많이 줄었다. 5분이 아니라 10분 더 캠페인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선수들이 페어플레이를 하고 있다."라며 "월드컵 시작 전에도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다이빙' 등 속임수 상황에 대해 가차없이 경고를 주라는 교육을 받았다. '5분 더 캠페인'도 그런 점에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따라가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선수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판 입장에서 보기에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페어플레이 한 팀이 어디인 것 같냐는 질문에 정해상 부심은 망설임 없이 "한국이 가장 페어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월드컵 직전에 열린 한일전을 현장에서 직접 보면서 몇 차례 위험한 태클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한국 선수들이 걱정됐었다. 그런데 한국 경기가 있던 다음날, 한국전에 배정됐던 심판진과 일부러 만나 식사자리를 마련해 말을 걸어봤는데, 심판들 모두가 한결같이 한국을 칭찬했다. 선수들도 예의바르고, 경고나 퇴장을 줄 수 있는 거친 파울도 거의 없이 좋은 경기를 한다고 말해줬다."라고 밝혔다.

"심판들도 한국 선수들은 가장 페어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라고 인정해줬다. 실제로 한국은 퇴장도 없었고, 경고도 몇 장 안받았다."라면서 "페어플레이상은 스페인이 받았지만, 한국에 대한 평가도 그만큼 좋았다."라며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깨끗한 플레이를 칭찬했다.

[사진=정해상 부심, 에브라 (C) 엑스포츠뉴스 DB]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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