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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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잘 달리는 SK 정신적 지주 박경완

기사입력 2010.07.21 13:06 / 기사수정 2010.07.21 13:06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진성 기자]  박경완(38, SK 와이번스)은 아파도 뛴다.

SK 와이번스 베테랑 포수 박경완은 고질적인 다리 부상을 안고 있다. 지난 시즌 도중 불의의 부상으로 왼쪽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에는 왼쪽 다리를 의식한 탓에 오른쪽 발목에 지나친 하중이 가해져 양쪽 발목이 모두 좋지 않다. 그러나 시즌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도 그는 묵묵히 공수에서 본인의 몫을 해내고 있다.

정신적 지주


박경완이 SK에서 빛이 나는 이유는 자신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싫은 내색 없이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내고, 베테랑 포수로서 경기를 읽는 눈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SK 김성근 감독도 박경완에게는 별 다른 지시를 하지 않는다. 감독도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후배들도 그를 전적으로 믿고 따른다. 정신적 지주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백업 포수 정상호가 고관절 수술로 사실상 개점휴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SK 포수진에는 그의 부담이 더욱 커진 상태다. 그런데도 좋지 않은 발목으로 21일 현재 무려 675⅓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8개 구단 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 소화다.

아파도 달린다

그래서 최근에는 김 감독이 그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하고 있다. 20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상대 선발이 왼손 번사이드라서 왼손 투수 공략에 능한 이재원을 주전포수로 내세웠고, 아예 포수 마스크까지 씌우면서 그에게 휴식을 줬다. 그러나 0-1로 뒤진 3회말 2사 1,2루 위기를 맞이하자 김 감독은 선발 글로버를 내리면서 이재원도 동시에 뺐다.

대신 마스크를 쓴 포수는 역시 박경완이었다.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달라는 김 감독의 의도였다. 그는 고효준과 정우람을 잘 이끌면서 넥센 타선의 흐름을 가라앉히는 데 일조했다. 게다가 7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얻어내 역전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후속타자 김강민의 희생번트로 2루까지 진루한 그는 박재홍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기습적인 3루 도루를 감행했다. 번사이드는 특유의 키킹 동작이 다소 큰 편이다. 그리고 박경완의 다리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 넥센 배터리가 그를 전혀 견제하지 않으면서 기습적으로 3루를 훔친 것이다.

2루 도루도 잘 하지 않는 선수가 3루 도루를 하는 모습을 본 번사이드는 그 후 볼넷과 적시타를 허용하며 크게 흔들렸다. 그의 도루 하나가 역전의 물꼬를 튼 것이다. 사실 그는 01시즌에 21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도루 센스가 나쁘지 않다. 물론 아프다고 주루를 대충 하는 법도 절대로 없다. 
 
이날 경기 승리로 SK는 2위 삼성과 8.5게임 차를 그대로 유지했다. 동시에 86경기 만에 '역대 최소 경기 60승'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SK 김 감독은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확실하게 승리를 잡아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다. 그는 이날 그러한 김 감독의 의도를 가장 잘 읽었다. 조금이라도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해 좋지 않은 다리를 이끌고 도루를 감행했다. 정신적 지주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앞으로 SK를 상대하는 팀은 박경완의 공수뿐 아니라 허를 찌르는 도루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아파도 잘 달리는 박경완의 숨은 활약은 SK를 지탱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사진= 박경완 (자료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김진성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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