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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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대책, 잘못한 사람이 더 큰 권한 갖는 방향으로 가지 않길

기사입력 2020.01.17 20:46



17일 대한민국 정부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징계 재조사' 청원에 대한 답변을 공개했다.

이 청원은 LCK위원회(라이엇게임즈 코리아-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진행한 ‘그리핀 카나비 사건’ 재조사 청원이다.

이 조사에서 그리핀 전 감독인 씨맥 김대호 감독은 폭언과 폭행 명목으로 무기한 출장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이 조사 결과에 e스포츠 팬들은 ‘내부고발자 징계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성년자인 카나비 서진혁 선수의 부당 계약 문제를 처음으로 이슈화시킨 사람이 바로 김대호 감독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LCK위원회에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재조사 국민청원도 진행했다.

재조사 국민청원은 뜨거운 관심과 함께 청와대의 답변 커트라인인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이 20만을 넘긴 이후 LCK위원회는 김대호 감독에게 부과한 징계를 보류했다.
(참고 자료 : 그리핀 사건 관련 LCK운영위원회 추가 입장 및 조치 사항 /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 2019.11.27.)

그때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나서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이 나온 셈.

문체부 박양우 장관이 발표한 이번 국민청원 답변은 ‘재조사 여부’ 그 자체보다는 재발방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 ‘그리핀 카나비 사건’ 조사를 사법기관이 진행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참고 기사 : 라코, “DRX 씨맥 김대호 감독 고발, 12월 초에 진행”…조규남 전 대표건과 함께 진행)



이번 답변에서 나온 재발방지 대책으로 나온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이스포츠 선수 관련 표준계약서 만들기, 이스포츠 선수 등록제, 이스포츠 선수 보호 시스템 체계화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 이스포츠 선수 보호 시스템 체계화 방안 안에는 한국이스포츠협회 내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가 포함돼 있다.

방안으로 나온 대책들은 대체로 하태경 의원과 이동섭 의원이 진행한 이스포츠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한국e스포츠협회와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서 언급한 대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토론회 당시에도 문체부 관계자가 참석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때 발표 자료들이 이번 국민청원 답변에 상당히 반영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스포츠 선수 관련 표준계약서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사실만 빼면 비판할 것은 없다. 기존에 안 했으니 지금이라도 하는 것이 맞다.

표준계약서 문제를 넘어가면 선수등록제와 한국이스포츠협회 내 ‘분쟁조정위원회’를 포함한 이스포츠 선수 보호 시스템 체계화 방안이 남는데, 여기서 다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일단 선수등록제의 경우에는 통상적인 경우엔 선수보호에 쓰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통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오랜 스타크래프트리그 팬이라면, 선수등록제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 중 하나가 ‘이윤열 선수 프로게이머 자격 소멸 사건’일 것이다. 스타크래프트1 게이머인 이윤열 선수가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 변경할 때 프로게이머 자격 등록이 소멸된 것인데 이때 협회가 비판을 무척 많이 받았다.
이스포츠 역사 그 자체인 선수가 종목 변경을 한다고 '자격'이 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 기사 : [2030 콘서트]프로게이머 이윤열의 ‘명예’ / 경향신문 / 2010.09.24.)

물론 이때가 2010년이었으니 10년이 지난 2020년에는 종목 변경한다고 프로게이머 자격이 없어지진 않을 수도 있다.

요는 ‘갈등 당사자가 협회일 때’도 선수등록제가 선수보호에 쓰일 수 있냐는 것이다. 당시 협회는 ‘갈등 당사자’ 중 하나였고, 당시 팬들은 스타크래프트1 중심의 협회가 스타크래프트2를 출시한 블리자드를 견제(+지재권 사태 이슈)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했었다. 추측이긴 하나, 당시 협회와 블리자드의 사이가 꽤나 험악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참고 기사 : 스타크래프트 지재권 협상 ‘파행’…결국 법정으로? / ZDNet Korea / 2010/10/29.)

같은 맥락에서 만약 협회가 ‘갈등당사자’이고 갈등 대상이 선수나 스태프라면, 그때도 선수와 스태프가 선수등록제라는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까.

그것이 우려되는 점이다.

한국e스포츠협회 내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도 비슷한 문제로 우려가 된다.

협회가 철저히 제 3자인 사건에서도 ‘분쟁조정위원회’가 기능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건 지나친 억측일 수도 있으나, 협회에 가입한 회사나 협회 임원이 갈등의 주요 당사자 중 하나일 때도 ‘분쟁조정위원회’가 제 기능을 할 것인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걱정은 당연히 LCK위원회에 대한 걱정으로도 이어진다.

LCK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그렇게 거셌던 것은 ‘갈등조정자’가 아니라 갈등의 ‘주요당사자’처럼 보였던 탓도 있다. 그냥 단순히 조정에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면 그래도 지금보단 덜 비판 받았을 것이다.

‘그리핀 카나비 사건’의 주요 당사자 중 어느 정도 입장이 정리된 건 게임단 쪽이다. 카나비 서진혁 선수 계약 문제가 있었던 징동게이밍은 LPL에서 벌금(한화 약 5,800만원)을 냈고, 스틸에잇과 그리핀은 주요 당사자들(조규남 전 그리핀 대표, 서경종 전 스틸에잇 대표 등)이 회사에서 나갔다. 서진혁 선수 계약의 핵심관계자인 키앤파트너스는 사과문을 내고 영업중단을 선언했다.
(참고 기사 : 키앤파트너스, “그리핀 카나비 사건, 도의적 책임지겠다” )

하지만 주요 비판 대상자 중 하나인 LCK위원회 쪽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팬들은 알 수 없는 상태다. 국회토론회 당시에도 한국e스포츠협회와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시스템의 문제’라고만 했을 뿐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하진 않았다.

만약 ‘그리핀 카나비 사건’ 조사에 참여한 LCK위원회 위원들이 그대로 선수등록제 문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역할을 하고, ‘분쟁조정위원회’ 핵심 인력으로 활약한다면, 이번 대책에 대해 이스포츠팬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걱정들은 기우일 수도 있다. 국회토론회와 국민청원을 통해 발표된 대책들로 한국 e스포츠가 한층 더 건강해질 수도 있다. 앞서서 했던 걱정들 중 단 한 가지도 현실화가 되지 않을 가능성 역시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더 큰 권한을 갖는 결말 역시 충분히 가능하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는 바람으로 이 글을 썼다.

‘그리핀 카나비 사건’이 있었던 2019년도 다 지났다.

2020년은 프로게이머들과 게임팬들이 ‘오로지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해’가 되길 기원한다.


아래는 박양우 장관의 국민청원 답변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양우입니다.
오늘은 <온라인 게임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코리아'의 이스포츠팀 '그리핀' 전 감독의 징계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신 청원에 답변드리겠습니다.
 
이번 청원은 2019년 11월 20일부터 한 달 동안 총 20만 8천여 명의 국민께서 동의해 주셨습니다. 

먼저 청원의 계기가 된 본 사건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스포츠팀인 ‘그리핀’이 미성년 선수의 이적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강요와 협박 및 불공정 계약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운영위원회, (이하 LCK운영위원회) 에서 제기된 사항에 대해 즉시 자체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계약과 관련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그리핀' 전 대표 조 모 씨에게는 ‘무기한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와 함께 사법기관의 조사를 요구했고, ‘그리핀’의 전 감독 김 모 씨에게는 선수를 상대로 폭언 및 폭행을 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토대로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에 청원인께서는 △LCK 운영위원회의 징계발표에 대해 조사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하셨습니다.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김 전 감독의 혐의에 대해서 ‘명확한 증거 없이, 폭행과 폭언의 수위도 언급되지 않은 채’ 피해자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조사였고, △내부 규정보다 과도한 징계를 부여하는 것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로 보이므로 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셨습니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우리나라 이스포츠계에 본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큰 책임을 느끼며 이스포츠를 응원하고 아껴주시는 분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정부는 이번 청원을 계기로 꼼꼼하고 치밀하게 제도와 정책을 점검해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습니다. 

 
청원인께서 요청하신 ‘징계 재조사’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말씀드리고, 정부가 추진할 제도개선 계획에 대해 약속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징계 재조사 관련입니다.

LCK 운영위원회는 청원의 계기가 된 2019년 11월 20일 징계발표 이후, 일주일 뒤 징계와 관련해 추가입장을 발표했습니다. 

LCK 운영위원회는 김 전 감독의 징계 관련하여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위원회는 김 전 감독에게 부과된 징계 적용을 유보하고 사법기관을 포함한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 재조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관련자들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위원회는 수사 결과를 토대로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최종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LCK 운영위원회는 ‘팀 그리핀’의 미성년 선수의 불공정 계약체결과 관련해 기존 징계와 더불어 해당 사건과 관련된 ‘팀 그리핀’의 모기업인 ‘스틸에잇’의 경영진 지분 관계를 포함, 경영 관계 전부를 정리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2019년 12월 26일, ‘스틸에잇’은 해당 사건 관련된 조 전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다섯 명의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본 발표에서 “이들은 2020년 1월 1일부터 관련 기업과 팀의 모든 경영, 사업, 의사결정 등에 일체 관여할 수 없으며 보유한 지분의 처분과 관계없이 이사회 의결권도 박탈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후속 조치가 적절하게 내려지는지 끝까지 점검하고, 유사 사례 발생을 적극 방지해 더 이상 피해를 보는 선수가 없도록 권익 보호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다음은 이스포츠 선수 권익 보호에 대해 보다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999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이스포츠는 올해로 만 20년이 됐습니다. 선수들과 지도자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범접할 수 없는 이스포츠 최강국이라는 입지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이스포츠 선수들을 법과 제도로 보호할 수 있는 기틀이 미진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선수들이 경기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선수’를 보호하고 불공정 계약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처우를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본 청원을 계기로 정부는 ‘이스포츠 선수의 권익 보호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본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이스포츠 선수 관련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보급하겠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피해는 계속될 것입니다. 정부는 관련 전문가, 업계, 전·현직 선수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스포츠 선수 표준계약서’ 안을 올해 3월까지 마련하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상반기까지 제정을 완료한 뒤,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표준계약서’를 공개하고 보급하겠습니다. 그리고 표준계약서 사용이 정착될 수 있도록 이스포츠 업계에 도입을 적극 장려하며, 매년 실태를 조사해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10대 중후반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이스포츠 선수들은 공정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며 제대로 권익을 보호받지 못한 채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미성년 선수의 계약과 관련해서 '미성년자 선수를 위한 별도의 표준계약서'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표준계약서가 도입되고 정착되어 이스포츠 선수와 기업 간에 공정한 계약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이스포츠 선수 등록제’가 확대 및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수의 권익 보호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 중 하나는 ‘선수 등록제’입니다. 

현재 이스포츠 일부 종목에 한해 선수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고, 이스포츠 선수 전반에 대한 체계적 관리나 보호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스포츠 선수 등록이 확대되면 객관적인 선수정보와 경기기록 관리가 가능하게 되고, 이를 기초로 연봉계약이나 국내외 이적 계약 등 선수 신분과 관련한 체계적인 보호가 가능할 것입니다.

정부는 한국 이스포츠협회와 협력해 올해 상반기까지 ‘통합선수등록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공인된 종목의 모든 선수에 대해 ‘선수등록제’를 시행하고, 빠른 시일 내에 안착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안에 한국이스포츠협회와 이스포츠 종목사가 MOU, 즉 업무양해각서를 체결해 선수 등록제가 효과적으로 확대·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정부는「이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개정을 통해 ‘선수 등록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습니다.  

 

셋째, 이스포츠 선수 보호 시스템을 체계화하겠습니다.


정부는 선수 등록제와 함께 이스포츠 선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습니다. 선수와 지도자 모두가 관련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선수들의 심리상담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계약서나 이적 등에 대한 법률지식 및 세무나 회계에 대한 정보, 경력관리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등 선수들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또 올해 1월 안에 한국이스포츠협회 내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겠습니다. 선수들이 불공정 계약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언제든지 고충을 상담할 수 있고 제기된 내용에 대해서 권고나 시정이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공정상생센터’와도 협력해 이스포츠 선수의 권익을 함께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스포츠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선 디지털시대의 여가문화이자 미래의 스포츠입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이스포츠가 스포츠의 또 다른 종목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시범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게임산업의 강국이고, 문재인정부의 이스포츠 진흥에 대한 의지 또한 확고합니다. 잠재력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대한민국의 이스포츠가 올바르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의 노력을 지켜봐 주시기 바라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답변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픽사베이-한국e스포츠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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