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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故 김성재 편 방송 불발→PD협회 "군사정권 때나 있을 법한 일" (전문)[종합]

기사입력 2019.12.23 13:50 / 기사수정 2019.12.23 13:31


[엑스포츠뉴스 김예은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 고(故) 김성재 편이 또 한번 방송 불발을 맞은 가운데, 이와 관련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SBS PD 협회는 성명문을 내고 방송 불발 결정을 내린 사법부를 비판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지난 21일, '28개의 주사 흔적 미스터리-故 김성재 사망사건' 편을 방송할 예정이었다. 고 김성재 사망 미스터리에 대해 다룬 방송. 지난 8월 한 차례 방송을 시도했으나 고인의 전 연인인 김 씨가 명예 등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방송이 불발된 바 있다.

그런데 21일 방송 역시 베일을 벗지 못했다. 20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반정우)가 고 김성재의 전 연인인 김씨의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

지난 19일 비공개로 진행된 방송금지 신청 심문기일에서 김씨 측 변호인은 "사실과 다른 악플에 개인이 당하는 피해는 회복 불가능하다. 법원에서 꼭 막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방송에 대해서는 "지난번과 특별히 다른 내용도 없는데 다시 방송을 한다고 한다"며 "대중의 관심사인 방송을 한 번 더 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21일 방송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MC 김상중은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를 방송하려했으나 법원의 결정으로 방송을 전해드리지 못하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후 지난 8월 방송이 불발된 후 제보가 이어졌고, 해당 제보 속에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있다는 판단에 다시 방송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른팔에 스물 여덟개의 주사 흔적을 남기고 죽음 맞이한 김성재의 사망사건은 사망한 김성재의 여전희 의문사로 남아있다. 왜 그의 몸에서 동물 마취제인 졸레틸이 발견된 건지, 투약한 양은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못한채 2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며 "제작진은 오랜 의혹을 지금의 과학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지금 53명의 국내 전문가와 접촉했고 25편의 논문을 공부했고 해외 취재도 진행해가며 이번 방송을 준비했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방송 영상 편집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작성 중이던 대본도 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격과 명예에 대한 훼손으로 규정하고 우리의 진정성까지 의심한 법원의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SBS PD 협회 역시 2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PD 협회 측은 "1년 가까이 취재한 방송이 법원의 결정에 의해 두 번이나 방송금지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사전 검열을 의무화하던 군사정권 때나 있을 법한 일이 2019년에 벌어진 이 참사에 SBS PD협회는 유감을 넘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월 3일에 제작했던 방송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고 한다. 제작진은 첫 번째 가처분 결정 이후 이 사건을 기억하는 여러 사람의 제보를 받아 故 김성재의 죽음의 이유를 밝힐 만한 단서들을 찾을 수 있었고, 지난 번 방송금지 결정의 취지를 겸허히 수용해 전혀 다른 취지와 내용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재판부로부터 똑같은 판결을 받았다며 허탈함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고 제작진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또한 SBS PD 협회는 "우리는 두 번의 가처분 재판을 겪으면서 품게 된 질문이 있다. 도대체 ‘김성재의 죽음은 누구의 것인가?’ 이번 방송금지 결정은 우리를 포함한 전 국민에게 이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점을 김씨와 재판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짚으며 분노를 드러냈다.

한편 지난 1993년 듀스로 데뷔해 활발히 활동했던 고 김성재는 1995년 11월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컴백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로,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그의 몸에서 발견된 의문의 주삿바늘 자국을 토대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체내에서 동물마취제 졸레틸이 검출되면서 타살 의혹이 제기됐고, 사망 용의자로는 당시 고인의 연인이었던 김씨가 지목됐다. 김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으나 최종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하 SBS PD협회 입장문 전문

재판부에 묻는다! 故 김성재의 죽음은 누구의 것인가?

지난 2019년 12월 20일, 사상 초유의 방송금지 명령이 또 한 번 내려졌다. 故 김성재 씨의 여자친구였던 김OO이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이 받아들이면서, 1년 가까이 취재한 방송이 법원의 결정에 의해 두 번이나 방송금지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사전 검열을 의무화하던 군사정권 때나 있을 법한 일이 2019년에 벌어진 이 참사에 SBS PD협회는 유감을 넘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번 ‘故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편은 지난 8월 3일에 제작했던 방송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고 한다. 제작진은 첫 번째 가처분 결정 이후 이 사건을 기억하는 여러 사람의 제보를 받아 故 김성재 씨의 죽음의 이유를 밝힐 만한 단서들을 찾을 수 있었고, 지난 번 방송금지 결정의 취지를 겸허히 수용해 전혀 다른 취지와 내용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재판부로부터 똑같은 판결을 받았다며 허탈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재판부는 지난 번 가처분 결정문을 통해 <(1996년) 항소심 판결에서 무죄 이유로 든 ‘졸레틸 50 1병이 김성재와 같은 건강한 청년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분량이라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 이후 나온 논문 내용 등에 비추어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방송금지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 마디로 항소심 재판이 있던 1996년, 그 시절의 낡은 과학을 근거로 판단한 법원의 판결은 다시는 입 밖으로 꺼내서도 안 되는 완전무결한 판결이란 얘기다. 재판부가 내린 이번 가처분 결정대로라면 故 김성재의 여자친구 김OO이 김성재 사망 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한 재판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김성재 사망을 둘러 싼 의혹에 대해 어떠한 방송이나 언론 보도도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이 되는데 이런 판결을 우리 PD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절대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故 김성재 씨의 여자친구 김OO과 그 변호인 측에 묻고 싶다! 1998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고도 사람들의 비난 때문에 인격과 명예가 훼손되는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당신은 ‘그것이 알고싶다’의 의문에 왜 답하지 못하는가? 지난 방송 때부터 수차례 당신들에게 반론의 기회를 줬지만 왜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인가?

김OO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 전에 여러 언론사에 김OO 어머니의 이름으로 호소문을 보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규명되지 않은 근거들을 토대로 김성재 씨가 평소 마약을 해오던 사람일 거란 주장을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번 방송 취재 중 사망사건 당시 부검의로부터 사망 당시 14cm였던 김성재의 머리카락에서 마약성분이 나오지 않았으며, 이는 14개월 동안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단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받고 있는 비난으로 인한 괴로움을 주장하면서 한 때 사랑했다는 고인을 마약중독자처럼 몰아가는 당신의 행동이 비난의 대상이 될 거란 생각은 왜 못하는지 묻고 싶다!

미국의 O.J. 심슨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석연치 않은 판결은 끊임없는 의문을 남긴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차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다양한 해석을 남기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판 O.J 심슨 사건이라 불리는 故 김성재 사망사건은 벌써 두 번이나 방송금지를 당했다.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면 석연치 않은 의문에 질문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두 번의 가처분 재판을 겪으면서 품게 된 질문이 있다. 도대체 ‘김성재의 죽음은 누구의 것인가?’ 이번 방송금지 결정은 우리를 포함한 전 국민에게 이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점을 김OO측과 재판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dpdms1291@xportsnews.com / 사진 = SBS 방송화면
 

김예은 기자 dpdms129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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