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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박지성, '백조의 노래'는 2014년에 불러주길

기사입력 2010.06.28 15:02 / 기사수정 2010.06.28 15:03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박지성은 아직 '백조의 노래'를 부르기에 이르다.

백조는 죽을 때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서양에선 예술가 최후의 걸작이나 스포츠스타가 은퇴 직전 거둔 큰 성과를 '백조의 노래(Swan Song)'로 일컫는다.

대한민국이 우루과이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패한 직후 인터뷰에서 박지성은 "나의 월드컵이 끝난 것이 아쉽기도 하고, 후회된다"라며, "이번 대회에 나서면서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생각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에서) 언제 은퇴하겠다는 걸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만둘 때가 됐다고 생각할 때 그만둘 것"이라면서도 "팬이 원한다고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먼저다. 대표팀은 인기로 뽑는 올스타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SBS-TV와의 플래시인터뷰에서는 "체력이 된다면 다음 월드컵에서도 뛸 수 있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대답하며 약간은 유연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도 박지성은 "월드컵 4강도 이뤄봤기 때문에 2011년 아시안컵 무대에서 우승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라고 말해왔다. 이를 종합해보면 박지성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2014년 월드컵 이전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박지성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뛸 수 있다. 아니, 뛰어야 한다.

박지성보다 9살이나 많은 파벨 네드베드(체코), 지네딘 지단(프랑스),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는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에 나와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이들은 모두 '기량 저하'와 '후배에게 기회 양보'를 이유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가 자국민들과 대표팀 감독 및 동료들의 성원에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었다.

이후, 지단은 프랑스를 결승에 올려놨을 뿐만 아니라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주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피구 역시 포르투갈의 4강행을 이끌었고, 네드베드는 체코를 월드컵 본선에 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에도 포르투갈의 데쿠(33, 첼시), 네덜란드의 반 브롱크호로스트(35, 페예노르트), 아르헨티나의 후안 세비스티안 베론(35, 에스투디안테스) 등 노장들이 월드컵 예선부터 함께해 팀의 16강 이상을 이끌고 있다.

박지성은 우리나라 나이로 이제 서른 살이다. 2014년에 박지성은 지단, 피구 등이 2006년 월드컵을 뛰었을 때보다도 한 살이 어리다. 더욱이 박지성은 철저한 몸 관리와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4년 뒤 박지성의 34살은 그가 전성기만큼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로서, 대표팀의 주력 선수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다.

특히 월드컵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젊은 선수들의 체력과 패기보다 노장의 경험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미칠 수 있다.

박지성은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국가대표는 최상의 경기력을 지닌 선수들의 몫이라는 대명제에는 변함이 없다. 단지 과거의 업적이나 인기 때문에 대표를 이어가지 않겠다는 것은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박지성은 자신이 실력에 상관없이 단순히 인기 때문에 대표팀에 뽑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박지성, 지단, 피구, 네드베드와 같이 각 나라 대표팀에서 '정신적 지주'가 되는 선수들은 기량을 떠나 그 존재만으로도 팀에 미치는 상승효과가 어마어마할 수 있다. 이런 것은 젊은 선수가 갖기 어려운 능력이다. 인기와는 다른 문제다.

2014년엔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같은 젊은 선수들이 지금의 박지성만큼이나 좋은 선수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도 박지성은 존재만으로도 대표팀에게, 젊은 선수들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마치 지단과 피구가 리베리와 호날두에게 그랬던 것처럼.

2014년 월드컵을 앞두고 등장할 20대 초반의 신인 선수들 역시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박지성과 함께 뛴다는 사실만으로도 긴장감을 덜 수 있다. 위기상황에서도 경험 많은 박지성의 존재는 팀과 젊은 선수들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고,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박지성은 언젠가 2002년의 황선홍-홍명보가 대표팀 후배들의 무등을 타고 경기장을 돌며 박수를 받았던 것처럼 멋진 은퇴를 꿈꾼다고 한다. 아마도 박지성은 그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환송과 함께 국민과 축구팬들에게 은퇴식을 선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박지성은 지금까지도 우리를 너무 행복하게 해줬지만, 그의 말처럼 아직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  너무 많은 선수다. 그만큼 우리가 사랑하는, 훌륭한 선수이다. 그렇기에 박지성의 'Swan Song'은 2014년 7월에 불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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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성 ⓒ Gettyimages/멀티비츠]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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