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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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싸움에도 품격이 있다!

기사입력 2006.11.05 09:55 / 기사수정 2006.11.05 09:55

김종수 기자

자신만의 투박한 이력을 쌓아 가는 K-1 파이터들 

[엑스포츠뉴스 = 김종수 격투기전문기자] 보는 사람까지 아프게 한다는 어네스트 후스트의 채찍 같은 로우 킥,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피터 아츠의 도끼 날 하이킥, 상대는 물론 관중들까지 흥분시켜버리는 레미 본야스키의 플라잉 니킥,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날아와 큰 충격을 주는 글라우베 페이토자의 브라질리언 킥, 그리고 마치 팽이를 연상시키듯 경쾌하게 돌아 상대를 공략하는 루슬란 카라에프의 러시안 스핀 킥 까지…

입식격투의 최고봉 중 하나로 꼽히고있는 ´K-1´에서는 수없이 많은 화려하고 정교한 기술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주먹, 발, 무릎 등 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치명적이고 강력한 공방전이 벌어지며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과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다.

태권도, 가라데, 킥복싱, 무에타이, 사바테, 복싱 등 각 단체나 대회에서 활약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들은 지금도 세계 각국의 예선을 통해 속속 모여들고 있으며 자신의 주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멋진 기술을 링 안에서 선보이려 한다.

하지만 K-1에는 이런 기술적인 테크니션들만 있는게 아니다.
다양한 특기를 가지고있는 파이터들의 집합소답게 다소 투박하지만 강력한 파이팅과 거친 이미지로 팬들에게 어필하고있는 선수들도 상당수다.

일명 ´막싸움´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이들의 플레이는 초창기에는 K-1의 감초 역할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든든한 팬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뛰어난 테크니션을 물리쳐버리는 깜짝쇼를 종종 연출하기도 한다.

´야수´ 밥샙

지난 5월 암스테르담 예선당시 정해진 경기를 거부하고 대회장을 빠져나가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K-1외 다른 격투단체로 가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효자에서 말썽꾸러기로 전락해버린 ´야수´ 밥샙, 최근에는 WWE 레슬러로 활동할지도 모른다는 보도도 흘러나오며 아직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모습이지만 그동안 주가 되어 활약한 곳만큼은 분명 K-1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히로시마 예선을 즈음해서 페이스 조절이나 로우 킥 등의 기술을 구사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밥샙 만한 막싸움 파이터는 아직 없었다. 

특별한 격투무대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미터에 육박하는 신장과 160Kg의 몸무게에서 나오는 근육질의 육체를 바탕으로 거칠게 상대를 두들겨 패는 모습은 순식간에 링 위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워낙 힘이 좋아 가드 위를 향해 주먹을 내질러도 상대에게 큰 충격을 줄 정도로 괴력을 자랑하는 그의 스타일에 ´미스터 퍼펙트´라 불리는 어네스트 후스트가 두 번이나 넉 다운 당한 경기는 차후 K-1의 ´사건일지´에 기록될 정도로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강약조절과 풍부하지 못한 경험은 아직 격투가로서 완성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있으며 미르코 크로캅, 레이 세포 등 정상급 파이터들과의 대전에서 그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그 이상 가는 체격과 힘을 가진 한국의 최홍만에게도 패하며 ´야수´의 이미지에 금이 가있는 상태이다.

´난타전 마스터´ 게리 굿리지

UFC, 프라이드, K-1을 모두 경험한 그는 팔씨름대회 챔피언 출신답게 강력한 팔 힘을 바탕으로 한 주먹공격이 특기이다.
수준급의 맷집에 무지막지한 파괴력의 주먹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상대를 그로기까지 몰고 갈 수 있으며 특히 난타전에서는 동급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특히 시릴 아비디와 2004년 12월 벌인 세기의 난타전은 굿리지 경기의 백미로 꼽히고있는데, 공이 울리기 무섭게 시작된 양 선수의 펀치공방전은 3분 내내 쉬지 않고 계속되었고 결국 세기에서 밀린 아비디가 견디지 못하고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거친 경기스타일 만큼이나 시종일관 얼굴을 구겨대는 인상파인 그는 험악한 표정으로 경기전 상대의 기를 팍 죽여버리기도 한다. (물론 링 바깥에서는 벤너와 함께 K-1에서 가장 친구가 많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남자답고 멋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투박한 플레이에도 한계는 있는 법, 작전도 방어도 상실한 듯한 이런 막싸움은 강자들과의 대결에서는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제롬 르 벤너, 마크 헌트, 마이크 베르나르도, 마이티 모 등 같은 강펀치의 소유자이면서도 정확성이 높은 이들과의 승부에서는 모두 패하고 말았다. 

근성 하나 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고있지만 최근 3경기에서 하리드 디 파우스트, 피터 아츠, 레미 본야스키 등에게 연패를 당하며 하락세에 있다.

´마르세이유의 악동´ 시릴 아비디

제롬 르 밴너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K-1 파이터 시릴 아비디를 밥샙과 게리 굿리지 같은 막싸움 파이터로 보면 당사자나 팬들은 다소 억울할지도 모른다. 

190cm, 100kg의 균형 잡힌 몸매에 빠르고 정확한 원투 스트레이트, 언제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하이 킥과 로우 킥은 어느 테크니션 파이터 못지 않다.

하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는 상대의 주먹을 피하기 위해 체면 불구하고 등을 돌려버리는 것은 물론 엉킨 상태에서의 교묘한 반칙도 불사하며 다혈질인 탓에 쉽게 흥분상태로 들어가 난타전을 벌이기도 한다.

그는 도깨비 파이터이다. 

피터 아츠와 프랑스와 보타를 상대로 거푸 승리를 거두는가하면 레이 세포에게도 TKO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하지만 호리 히라쿠, 무사시 등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파워가 떨어지는 듯 보이는 상대들에게는 변변히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2003 파리예선 4강전 하리드 디 파우스트 전은 그의 들쭉날쭉한 파이팅 스타일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아비디는 파우스트의 압박에 1라운드 내내 고전하며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으나 2라운드 공이 울리기 무섭게 강력한 오른발 하이킥을 명중시켜 첫 다운을 빼앗았고 힘겹게 일어난 그를 폭풍 같은 연타로 몰아붙이며 간단히 경기를 끝내버렸다.

안정된 승률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그날 컨디션에 따라 언제 강자들을 눕힐지 모르는 ´마르세이유의 악동´ 시릴 아비디, 그 역시 막싸움 파이터로 임명하기에(?) 손색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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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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