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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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라는 이름의 음원차트 순위 조작 논란…신뢰도 회복 가능할까

기사입력 2019.11.25 00:12



[엑스포츠뉴스닷컴] 순위를 불공정하게, 임의로 조정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어떤 분야이던 조작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회장 김영진),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산업 단체들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 윤리 강령 선포식'을 열고,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과 원활한 시장경제 활성 확립을 위한 윤리 강령을 발표했다.

음악 산업 단체들은 윤리 강령을 통해 “최근 대중음악 시장에서 음원 사재기 의혹이 발생, 선량한 창작자·실연자·제작자가 의심받고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이에 음악 산업계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바, 대중들의 불신과 불만을 해소하고 건전한 음악 유통 환경 조성을 위해 윤리 강령을 제정하고 선포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음악의 가치와 다양성이 존중받는 건강한 음악 시장을 지켜나간다', '우리는 음원 사재기 의혹을 해소하여 투명한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 '우리는 체계적인 모니터링 제도를 구축하여 음악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 '우리는 음악 시장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건전한 음악 감상 문화를 확립한다', '우리는 공정한 음악 유통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다섯 개의 행동 강령이 제정됐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산업 관련 협회장들을 비롯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을 통해 우리 대중음악이 발전하고 공정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더욱 힘을 쏟겠다"며 음악 산업계 질서를 확고히 할 것을 다짐했다. 또한 가수 대표로 그룹 B.A.P 출신 솔로 아티스트 종업, 그룹 동키즈가 선포식에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한편, 선포식에서는 '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 응원 영상도 상영됐다. 해당 영상에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 김영진 회장,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김원용 회장, 한국 음악저작권협회 홍진영 회장, 가수 더원, 에일리, 레드벨벳 등이 직접 출연해 '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에 힘을 보탰다.




◆이하 ‘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 윤리 강령 전문

우리 대중음악은 대중문화산업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한류 문화의 중심으로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향상시키고 국가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중음악시장과 음원차트에서 음원 사재기 의혹이 발생하면서 선량한 창작자와 실연자, 제작자가 의심받고 대중들의 외면을 받으며 나아가 음악 산업계 내 불신을 가중시키는 사태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음악산업계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대중들과 업계 종사자의 불신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음반 제작자, 저작권자, 실연자, 유통사, 가수 등 모두가 함께하는 건전한 음악 유통 환경 조성을 위해 윤리 강령을 선포하며, 이를 자율적으로 실천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다할 것을 아래와 같이 다짐한다.


행동 강령

1. 우리는 음악의 가치와 다양성이 존중받는 건강한 음악 시장을 지켜나간다.
1. 우리는 음원 사재기 의혹을 해소하여 투명한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
1. 우리는 체계적인 모니터링 제도를 구축하여 음악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
1. 우리는 음악 시장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건전한 음악 감상 문화를 확립한다.
1. 우리는 공정한 음악 유통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공동으로 대처한다.


유력한 단체들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번 선포식은 이들 입장에서도 이 음원 사재기라는 행위를 ‘묵과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지경’이 됐음을 상징한다. 정확한 사정과 속내까지 다 알기는 어렵지만, 최종 결론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것이다.

사실 음악 시장에서 사재기 의혹이라고 한다면 음반 쪽이 먼저 있었다. 몇 번의 홍역을 치룬 음반 시장 같은 경우에는 앨범 구매인증 문화가 생겼다. 소위 ‘물량이 터질 때’ 사재기인지 아닌지 인증을 요구(영수증, 구매내역서 등등)하는 일이 잦기 때문. 이는 앨범 판매량이 팬덤의 크기와 구매력을 재는 척도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생긴 문화다.

음원 사재기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 음원 사재기가 없다고 하는 사람, 있지만 내 가수는 안 했다고 하는 사람 등등 이 문제를 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심지어 음원 사재기라 맞더라도 아이돌 팬덤 스트리밍보단 이게 낫다고 진지하게 긍정하는 사람도 있고.

음원차트라는 시장이 사재기 논란, 차트 조작 논란에 휩싸이는 게 위험한 건 다른 이유가 없다. 높은 순위가 실제 인기라는 공식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 음원차트는 ‘먹을거리가 없는 시장’이 된다. 1등이 된다고 해도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그런 시장.

음원차트라는 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으로 보이고, 그게 실제 사실이기는 하지만, B2C 만큼 B2B(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가 중요한 시장이다.

음원차트를 제공하는 음원 사이트에서 즐길 수 있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무척 저렴한 편이다. 월 정기이용권 결제하면 1곡당 지불하는 돈은 한 없이 0원에 가까워진다. 심지어 아직 유통사-아티스트 간 수익 분배 문제도 완전히 해결됐다고 할 수 없고. 이에 ‘음원으로만 밥 먹고 살기’가 가능한 사람은 전체 대중음악 관계자 중 극히 소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트가 중요한 건 ‘높은 순위’라는 ‘실적’으로 다른 비즈니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즈니스란 유력 방송사의 인기방송 출연, 광고, 행사 같은 것을 말한다.

음원 강자 타이틀 달고 방송에 나가고, 음원 강자 타이틀로 행사를 하고, 이러한 대외활동을 기반으로 겸사겸사 광고도 찍는다. 이런 활동을 통해 음원 수익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 B2B 이야기를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실상 리스너들이 돈 대신 지불하는 ‘인지도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 B2B 시장에서 돈으로 환산 받는 것.

이런 사이클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음원 강자들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돈 줄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멋진 표현은 아니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도 별로 없을 것이다. 돈을 줄만 해야 돈을 준다. 이건 지극히 평범하고도 당연한 논리다.

차트가 권위를 완전히 상실하고, 신뢰도가 박살이 났을 때 클라이언트가 음원 강자를 ‘돈 줄만한 사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역시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다. 먹을 것이 없는 시장이 된다는 건 이런 걸 의미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 중 전부도 아니고 딱 하나, 행사만 막힌다고 해도 음원 강자라는 타이틀의 매력은 현저히 감소한다. 아무리 차트 1위를 해도 기업행사, 체육행사, 음악페스티벌, 지역축제, 대학행사 같은 곳에서 불러줄만한 가치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음원 강자라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일가를 이룬 정상급 아티스트들에게는 크게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으나 차트 실적을 통해 일을 받는 것이 중요한 여러 가수들 입장에서는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4일 박경의 ‘음원 사재기 의혹 가수 저격’은 일단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번 논란이 실검에 오르고 크게 이슈화가 되면서 사람들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 업계 관계자들조차 현 음원시장을 사재기판이라 보고 있구나’

박경이 sns를 통해 한 사과는 의혹 가수 실명거론 때문에 한 사과다. ‘차트가 알고 보니 깨끗했습니다’라는 의미에서 한 것이 아니다. 사과문에서조차도 “현 가요계 음원 차트의 상황에 대해 발언을 한 것입니다”라고 했으니.

박경 본인부터가 ‘자격지심’ 등의 노래를 히트시키며 음원 강자라는 타이틀을 달아본 사람이기에, 강한 발언 안에 내재된 메시지를 가볍게 여기기 힘들다.



사)한국인터넷기업협회 모바일 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인 2018년에 음악 감상 시 주로 이용하는 앱이 유튜브였다. 비율로는 43%다. 2위가 멜론인데 28%로 30%가 안 된다. 그 외 국내 음원차트앱들은 두 자릿수에도 못 미친다.

해당 자료는 차트에 대한 불신이 국내 음원차트 생존하고도 직결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유튜브가 강력한데 신뢰도 면에서도 국내 음원차트가 뒤떨어진다고 한다면, 무엇으로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할까. 유튜브에서 인기 곡, 인기 아티스트 차트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에 사재기 의혹가수, 의혹 밖에 있는 가수, 국내 음원차트, 그 외 음악관계자 모두에게 차트 불신은 절대 작은 이슈가 될 수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생존과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앞서 언급한 ‘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 윤리 강령 선포식’(을 포함한 음원 사재기 방지 및 척결)은 이미 너무 늦은 것일 수도 있다. 안 늦었으면 다행인데 음원 사재기 논란이라는 게 (올해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나름 적지 않은 시간 쌓여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령 늦었다고 해도 안 할 수는 없다. 소를 잃었다고 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니까. 외양간이라도 멀쩡히 보수하면 소를 다시 키울 수 있지만, 외양간까지 잃으면 그땐 정말 다 잃는 것이다.

엑스포츠뉴스닷컴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사) 한국인터넷기업협회-픽사베이-한국연예제작자협회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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