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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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전, 승부의 향방은 왼쪽 측면에 있다

기사입력 2010.06.16 10:56 / 기사수정 2010.06.16 10:56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오는 17일 저녁, 요하네스버그의 사커 시티에서 우리 대표팀과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을 가질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1차전과 다른 전술로 한국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나이지리아전에서3-4-3과4-3-3전술을 혼용하며 무난한 승리를 거뒀던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한국의 빠른 측면 공격을 의식해서인지, 한국전에 대비한 훈련에서 4-3-1-2시스템을 가동했다. 공격진과 골키퍼 자리는 1차전과 변동이 없었지만 수비진과 미드필드 자리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한국의 측면을 의식한 아르헨티나의 전술변화
 
우선, 미드필드 진영에서 오른쪽 장딴지 부상을 입은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을 대신해 막시 로드리게스가 투입됐다. 볼배급과 경기조율을 담당하는 플레이메이커 대신 측면 요원을 미드필드에 배치한 것이다. 게다가 나이지리아전에서 아르헨티나의 오른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던 호나스 구티에레스마저 왼쪽 미드필더로 자리했다.
 
즉, 미드필드 진을 막시-하비에르 마스체라노-호나스로 구성한 셈인데, 중원 싸움을 마스체라노에 전담시키는 위험천만한 구상이지만 측면 플레이에 상당한 강점을 드러내는 조합이다. 기성용-김정우-김남일 등, 한국의 중앙 미드필드 요원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일 수도 있고 한국의 위협적인 측면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비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수비진에는 니콜라스 부르디소가 우측 풀백 자리에 위치, 마르틴 데미첼리스, 왈테르 사무엘, 가브리엘 에인세와 플랫4를 구성했다. 경험 많은 부르디소를 통해 수비진에 보다 안정감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부르디소의 본업은 중앙 수비수이지만 소속팀 AS로마에서 간간이 풀백 임무를 맡기도 했다.
 
변화를 시사한 테베스의 말
 
그러나 지난 14일 있었던 카를로스 테베스의 기자 회견은 이러한 계획에 약간의 수정이 가능함을 의미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2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테베스는 "지성의 움직임을 잘 안다. 호나스에게 지성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말해주겠다"며 박지성과의 친분보다 팀의 승리가 우선임을 밝힌 적이 있다.
 
만약, 테베스의 말이 경기장에서 실효를 발휘한다면, 그것은 박지성의 마크맨으로 호나스가 나설 때이다. 그리고 4-2-3-1포메이션으로 아르헨티나전에 임할 가능성이 큰 한국팀의 입장에서 박지성의 자리는 3의 왼쪽 자리가 될 것이다. 즉, 오른쪽 풀백으로 부르디소가 아닌 호나스가 나온다는 뜻이다.
 
아르헨티나 언론들도 테베스의 발언에 많은 의미를 부여, 호나스의 우측 풀백에 많은 가능성을 두고 있다. 호나스가 전문 수비수가 아니고 부르디소보다 대인마크 부분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속도 면에서 우위를 점유, 한국의 발 빠른 측면 요원들을 감안했을 때보다 유용한 옵션이라는 것이다. 또한, 부르디소가 현재의 플랫4 구성원들과 실전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없다는 점도 호나스의 수비 배치에 힘을 실어준다.

 
게다가 호나스가 수비로 내려간다면, 아르헨티나는 앙헬 디 마리아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줄 수 있다. 디 마리아는 이전의 평가전에서 아르헨티나 공격의 키 플레이어로 부상했지만 지난 나이지리아전에서 수비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저조한 활약을 보여줬다.
 
허정무호의 대응책: 아르헨티나의 우측을 공략하라
 
예상을 뒤엎고 '마법사' 베론이 선발출전을 강행하든, 아르헨티나 우측 풀백으로 호나스가 나오든 부르디소가 나오든 우리의 해법은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 아르헨티나의 측면을 적극 공략하는 것이다.
 
베론이 나오지 않는다면 막시나 디마리아, 호나스 같은 측면플레이에 능한 미드필더들이 리오넬 메시를 향한 볼 공급을 담당할 것이기에 측면 수비야말로 아르헨티나전에서 '메시 봉쇄'의 성공을 좌우한다. 그리고 빠른 역습을 통해 공격에 치우친 아르헨티나 측면의 배후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
 
에인세-디 마리아의 왼쪽보단 호나스-막시의 아르헨티나 오른쪽을 허무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1차전에서 부진한 활약을 보였지만 디 마리아는 에인세가 측면 수비에 전념할 경우, 준수한 협력 수비능력을 보여주었고 에인세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으로부터 아르헨티나 수비진 중 가장 많은 신임을 얻고 있다.
 
반면, 오른쪽 풀백 문제는 여전히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현 대표팀 멤버중에 오른쪽 풀백 전문요원이 부재한 실정이고 그렇기에 마라도나 감독은 호나스와 부르디소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이다.
 
본업이 우측 미드필더인 호나스는 나이지리아전에서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몇몇 어설픈 수비로 위기를 자초할 뻔했다. 중앙 수비요원인 부르디소는 안정된 수비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공격가담과 스피드 면에서 약점을 보인다. 누가 나오든 이영표-박지성의 좌측 라인이 충분히 허물어뜨릴만한 공간이다.
 
그러나 평소보다 많은 활동량 없이는 아르헨티나와의 중원 싸움도, 측면의 수비와 공략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개인적인 역량 면에서 우리보다 한 수 위의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수비하기 위해 수적 우위의 상황을 만들고 공격 시 빠른 역습으로 전환하기 위해 우리로서는 많이 뛰는 수밖에 없다.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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