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전유제 기자] 위기의 순간에 마운드에 올라 불을 끄는 마무리 투수를 일컬어 '소방수'라 한다. 선동렬, 김용수, 조용준, 오승환 등 마무리 투수들은 팀의 승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주목과 거리가 먼, 보이지 않는 마무리 투수가 있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의 손승락이다.
지난 8일 목동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위기의 순간 김시진 감독은 손승락을 마운드에 올렸다.
2-2로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던 9회 초 롯데는 손아섭의 출루와 조성환의 2루타로 1사 2.3루 찬스를 만들었다. 김시진 감독은 만루 작전을 펼치기 위해 3번 타자 홍성흔을 고의사구로 거른 후 이대호를 맞아 손승락을 올리는 수를 던졌다.
롯데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었다. 4번 타자 이대호 앞에 만루 찬스라면 충분히 점수를 낼 것이라 생각했고 또한 최근 마무리로 자리를 잡아가는 임경완이 뒷문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은 이대호와의 맞대결에서 1스트라이크 3볼까지 볼 카운트가 몰렸다. 그러나 손승락은 물러서지 않았다. 다섯번째 공을 이대호의 몸쪽으로 붙였고, 이대호는 방망이를 휘둘렀다. 타구는 배트가 부러지며 힘없이 3루수 황재균의 글러브에 들어가 병살로 이어졌다.
위기를 넘긴 손승락은 연장에서도 계속 마운드를 지키며 3.2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김시진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김시진 감독은 손승락에게 일찍이 무한 신뢰를 보이고 있었다.
손승락이 변화의 계기를 맞은 건 경찰청 시절이었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성격을 고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직접 코치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며 성장해 나갔다. 마음이 편해지니 야구가 새롭게 보였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도 많아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이다. 손승락은 지난해 경찰청 복무시절 이미 김시진 감독에게 건강히 제대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2001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손승락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평범한 성적을 올렸지만 이번 시즌 마무리로 변신하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시즌 21게임에 등판해 2승 1패 9세이브 방어율 2.19로 넥센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손승락의 호투로 위기를 넘긴 넥센은 이 날 롯데와 2-2로 비겼다.
[사진=손승락 ⓒ 넥센 히어로즈 구단 제공]
전유제 기자 magic@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