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LG 트윈스가 SK 와이번스의 시즌 5차전이 벌어진 4일 잠실 구장. SK가 7-1로 넉넉하게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둔 8회말이었다. 무사 1루에서 이대형이 범타로 물러난 직후 1루측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하더니 곧 함성이 터져나왔다.
2번 타자 '작은' 이병규를 대신해 나온 선수는 이날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된 오른손 타자 문선재. 신고 선수 신분으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지난 1일 투수 김지용과 함께 정식 선수로 전환됐고, 불과 3일만에 잠실 구장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2차 7라운드 전체 52번으로 2009년 LG에 입단한 문선재는 루키 시절이던 지난해 줄곧 2군에서 활약하며 타율 2할7푼1리, 3홈런 22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퓨처스 리그(2군)에서 3할대 타율과 함께 홈런을 벌써 7개나 때려내며 성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선재의 이름 석 자가 팬들에게 각인된 것은 지난 4월 16일이다. 그는 인천 송도 구장에서 벌어진 퓨처스 리그 SK전에서 2번 타자 1루수로 출장해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내야수이면서도 상당한 장타력을 갖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선재에 대한 기대는 더욱 증폭됐다.
1군 첫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가 이렇게 많은 박수를 받는 모습은 분명 이례적이었다. 문선재에 대한 LG 팬들의 높은 기대치를 반영하는 듯했다. 5일 경기를 앞두고 전날 첫 타석에 선 소감을 물었더니 그는 "(1군 경기에) 처음 나가는 거라서 설렛지만, 떨리지는 않았어요"라고 답했다.
SK 좌완 정우람과 마주 선 그는 초구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그냥 보낸 뒤 2구째 변화구를 건드려 파울을 만들었다. 정우람은 유리한 볼카운트가 되자 시속 143km짜리 몸쪽 직구로 승부를 걸었고, 문선재의 배트가 허공을 갈라 3구 삼진이 됐다. 정우람의 노련함에 문선재가 한 방 먹은 모양새였다.
제대로 된 공격은 해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아웃된 그는 마운드쪽을 흘깃 노려보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여느 신인들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자책하는 대신 투지를 보였다. 이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잡히면서 야구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선재는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해 아쉬워서 그랬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팬들의 박수소리를 들었어요. 노래가 나오고, 많은 응원을 해 주셔서 힘이 났어요"라고 덧붙였다.
프로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던 순간, LG 응원석에서는 아쉬움 섞인 탄성이 잠시 흘렀지만 곧 뜨거운 박수로 바뀌었다. 스무살 유망주의 첫 걸음마를 축하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앞으로 잘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상태"라고 답했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재능을 폭발시킬 준비를 하는 문선재의 향후 활약이 주목된다.
[사진 = 문선재 ⓒ LG 트윈스 제공]
이동현 기자 hone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