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9 18:46
연예

'스위니토드' 조승우X옥주현의 완벽한 티키타카 [엑's 리뷰]

기사입력 2019.10.21 15:44 / 기사수정 2019.10.22 07:4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조승우 옥주현의 조합은 옳다.

날카로운 기계음으로 시작해 시종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복수를 꿈꾸는 비운의 이발사 스위니 토드와 그런 그에게 연정을 품고 계획을 함께 도모하는 러빗 부인, 두 사람의 수상한 행동이 긴장을 유발한다. 다시 만난 옥주현과 조승우는 척척 맞는 호흡을 보여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브로드웨이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인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아내와 딸을 사랑하는 건실한 이발사였던 벤자민 바커가 15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 판사와 세상을 향해 복수를 펼치는 내용을 다룬다. 산업혁명으로 경제, 문화적으로 발달했지만 동시에 급격한 성장 탓에 심각한 혼돈을 겪은 시기인 19세기 영국이 배경이다.

1979년 3월 뉴욕 유리스씨어터에서 첫선을 보여 브로드웨이 초연 40주년을 맞았다. 한국에서는 2007년 초연했다. 2007년 배우 조니 뎁이 출연한 영화도 개봉했다.

‘스위니토드’를 한 문장으로 지칭하면 ‘치정 살인 잔혹 호러 코믹 스릴러극’이 될 정도로 다양한 요소를 담았다. 특유의 기괴하고 음산한 내용 때문에 다가가기 쉽거나 대중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은 아니다. 호불호는 나뉠 법하나 그로테스크한, 독특한 분위기와 빠른 템포의 개성 강한 넘버, 감정이 메마른 시대를 반영한 무대 세트 등이 어우러져 흥미로운 스릴러를 완성한다.

그렇다고 한결같이 오싹하기만 한 극은 아니다. 변호사 파이는 주둥이만 살아서 씹는 맛이 최고이고 정치인 파이는 도둑놈과 사기꾼을 섞은 맛이라는 둥 곳곳에 블랙 유머를 집어넣었다.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만담 같은 코믹 요소를 통해 극의 밸런스를 조절한다.


스위니 토드는 무자비한 살인마지만 명분이 있어 나름의 연민을 자아낸다. 악역은 따로 있다. 스위니 토드의 딸 조안나를 입양해 욕정을 품는 터핀 판사는 스위니 토드가 살인을 탐닉하는 계기가 돼준다. 거짓말과 사기, 부패 등이 난무한 당시 영국의 시대적 상황도 스위니 토드가 살인마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개연성을 불어넣는다.​ 부조리가 가득한 사회에서 터핀 박사를 향한 분노는 점차 인간 자체로 옮겨지고 무분별하게 살인을 저지른다.

조승우는 3년 만에 타이틀롤 ‘스위니토드’로 돌아왔다. 전작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처럼 강렬하고 광기 어린 인물을 연기하지만 그 결은 다르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선악의 선명한 대립을 보여줬다면, ‘스위니토드’에서는 터핀 박사에 의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뒤 복수심에 지배당해 점차 타락하는 비운의 캐릭터다.

조승우는 초반 스위니 토드의 잔혹한 면모를 절제된 연기로, 복수심에 가득 찼지만 분노를 삭이는 모습으로 공포를 극대화한다. 시니컬한 면모를 유지하던 그가 죽은 줄만 알았던 아내의 정체를 안 뒤 절망과 분노, 비통함에 사로잡힐 때의 감정 연기가 관전 포인트다.  

‘아이다’, ‘시카고’, ‘브로드웨이 42번가’, ‘위키드’,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레베카’, ‘안나 카레니나’ 여러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 베테랑 배우가 된 옥주현은 ‘스위니 토드’에서도 역량을 드러낸다.

2016년 공연에 이어 다시 러빗 부인 역할을 맡은 옥주현은 능숙한 연기를 보여준다. 주책맞은 아줌마에서 거리낌 없이 사람을 고기 재료로 쓸 정도로 욕망을 점차 드러내는 러빗 부인의 여러 면모를 소화한다. 야한 농담과 걸걸한 욕까지, 능청스러운 연기를 통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극의 완급을 조절한다. 최근 JTBC ‘캠핑클럽’에서 원조 요정 핑클 멤버로서 멤버들을 묵묵히 챙기는 옥주현을 본 이들이라면, 180도 다른 모습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이외에도 음흉하고 부도덕한 터핀 판사 역의 서영주와 반전의 키를 쥔 토비아스 신주협, 청아한 목소리를 뽐내는 조안나 최서연 등 배우들의 열연이 볼만하다. 다만 주인공의 이야기에 치중해 조안나와 안소니(임준혁)의 러브 스토리, 토비아스의 서사나 비중은 적다. 

2020년 1월 27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165분. 중학생 이상 관람가.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오디컴퍼니 '스위니토드'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