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01 03:27 / 기사수정 2010.06.01 03:27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는 쉽게 은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터로서 이루고 싶은 것은 모두 이루었다. 지난 시즌을 돌이켜볼 때, 아쉬운 점은 없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연아가 최종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은퇴 여부가 큰 관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연아는 은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했다.
지난 31일, 인천국제공항 CIP룸에서 열린 출국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김연아는 "지금 토론토로 훈련을 하러 떠나기 때문에 은퇴는 하지 않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선수생활을 계속할 지의 여부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김연아는 "우선은 토론토로 돌아가서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데이비드 윌슨 안무가와 함께 새 시즌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해볼 예정이다. 또한, 훈련을 하고 컨디션을 점검한 뒤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아는 "본격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새 프로그램을 연습해 봐야 내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덧붙었다. 또한, 선수생활의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는 오직 올 시즌만 생각하고 있다. 멀리까지는 내다보지 않고 이번 시즌만 바라보고 있어서 다음 올림픽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고 말을 아꼈다.
초미의 관심, 김연아가 컴페티션으로 복귀할까?
김연아는 7월 말에 열리는 아이스쇼 출연을 위해 잠시 귀국할 예정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김연아는 "아이스쇼는 계속 출연하면서 선수생활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컴페티션 대회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김연아가 피겨 역사에 길이 남을 스케이터로 성장할 때, 브라이언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 그리고 트레이시 윌슨이 가장 가까운 곁에 있었다.
기술적으로 완성돼 있던 김연아에게 필요한 것은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마인드와 자신 안에 내재 된 감성을 표정과 손동작으로 표현해내는 것이었다. 오서와 윌슨의 업적은 여기에 있었다. 열악한 국내 환경에서만 선수생활을 해온 김연아는 자신을 직접적인 화법으로 칭찬해주고 함께 웃으며 지도를 해줄 수 있는 스승을 만났다.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된 한 오락프로에 나온 김연아는 자신을 드림팀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의 신뢰가 얼마나 끈끈하게 엮어져 있는 지를 잘 보여준 대목이었다.
김연아는 탄탄한 신뢰로 엮어진 코칭스태프와 함께 '컴페티션 복귀' 문제를 진지하게 의논할 계획이다. 큰 부담 없이 스케이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갈라쇼와 컴페티션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김연아는 그동안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그러나 '필생의 목표'를 이룬 현재, 김연아는 새로운 동기 부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컴페티션은 단순히 뛰어난 기량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분야이다. 경쟁 대회에 참가하는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고 스케이트 끈을 단단히 부여잡을 수 있는 목표 의식도 갖춰져야 한다.
김연아는 훈련에 임한 뒤, 자신이 컴페티션에 복귀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연아는 다시 경쟁대회에 복귀해도 먼 미래가 아닌, 2010-2011 시즌만 바라보겠다고 언급했다.
가장 근래에 열린 컴페티션인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나타난 김연아의 기량은 최상이었다.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보여줬던 기량을 뛰어넘는 최고의 전성기가 나타나고 있었다. 근래에 나타난 컴페티션의 경기력을 놓고 보면 김연아의 기량은 단연 압도적이다.
브라이언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 그리고 트레이시 윌슨과 함께 최상의 조합을 이루면 다음 시즌도 김연아의 무대가 될 확률이 높다.
'은퇴하지 않는 김연아'가 미치는 피겨계의 영향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여자 싱글에서 상위권에 오른 스케이터들 중,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은퇴를 밝힌 선수는 없었다. 김연아에게 23점 차이로 패배하고 은메달을 목에 건 아사다 마오(20, 일본)는 2014년 소치까지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또한, 동메달리스트인 조애니 로셰트(24, 캐나다)도 아직 공식적으로 은퇴를 밝히지 않았다. 4위에 오른 미라이 나가수(17, 미국)는 소치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획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들 스케이터들도 나름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지만 김연아와 비교하면 실력 차가 큰 것이 사실이다. 2008-2009 시즌과 2009-2010 시즌에서 나타난 여자 싱글 선수의 점수와 성적을 놓고 보면 김연아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월등하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연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룰 개정이 매년 바뀌는데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솔직한 견해를 드러냈다. 그동안 여자 싱글의 규정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난 것은 '트리플 악셀 점수'의 비중을 높이는 점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 더욱 강해졌으며 2010-2011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적용되는 더블 악셀 3번 뛸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트리플 악셀과 트리플 룹의 기초점수를 올리고 트리플 플립 기초 점수를 내리자는 임시 안도 제시됐다.
또한, 지난 5월 26일 일본 측은 ISU(국제빙상경기연맹)에 가장 어려운 기술 요소를 수행한 선수에게는 보너스 점수 2.0을 부여받도록 해야 한다'는 긴급 제안서를 신청하기도 했다.
2010-2011 시즌을 앞두고 나타나는 새로운 룰의 내용을 보면 지나치게 특정 선수들을 배려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고 있다. 해마다 기초점수가 높아지고 있는 트리플 악셀을 제외하더라도 가장 어려운 '토 점프'인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플립의 점수는 올라가지 않고 트리플 룹 점프의 기초 점수만 올라가는 부분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김연아는 더블 악셀을 조합한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강세를 보였다. 만약, 프리스케이팅에서 더블 악셀 횟수를 규정하는 안이 확정돼도 김연아는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다른 점프 요소가 풍부하다. 그리고 질이 뛰어난 트리플 러츠와 플립을 동시에 갖춘 점은 컴피테션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초석부터 탄탄하게 다져온 김연아의 기량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김연아는 "예전에는 해보지 못한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스케이터로서 모든 것을 이룬 만큼, 압박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것이 김연아의 의지다.
최고의 목표였던 밴쿠버 올림픽을 거쳐 간 김연아는 새로운 갈림길 앞에 서있다. 은퇴를 유보하고 훈련에 들어간 김연아의 행보는 여자 싱글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 = 인천 국제공항의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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