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5.23 10:55 / 기사수정 2010.05.23 10:55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의 인테르 밀란(이하 인테르)가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을 제치고 2009-20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인테르는 이탈리아 세리에 A와 코파 이탈리아에서 우승을 기록한 상황에서 챔스 우승까지 추가, 이탈리아 클럽 사상 첫 트레블 달성에 성공했다.
애초 인테르는 잉글랜드와 스페인 챔피언 첼시 FC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각각 16강과 4강에서 모두 제압하며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에 독일 챔피언 뮌헨과의 경기는 무난해 보였다. 뮌헨 역시 8강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라는 난적을 제압했음에도, 선수 구성과 여러 면에서 인테르에 밀렸다.
결국 경기는 많은 이의 예상대로, 인테르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무리뉴가 이끄는 인테르의 트레블 달성 비결은 무엇일까?
끈끈함이 돋보인 인테르
지난 세 시즌 동안 챔스에서 우승한 팀은 공통으로 크랙(craque)이란 존재를 보유했었다. 여기서 말하는 크랙이란 에이스를 뜻하는 단어이며 주로 스페인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팀을 이끄는 에이스에서 나아가 축구계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특급 선수를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인테르에는 마땅한 크랙이 없다.
지난 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크랙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바르사로 이적했으며 새롭게 팀에 합류한 사뮈엘 에토를 비롯해 ‘결승전의 사나이’ 디에고 밀리토 그리고 티아구 모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는 크랙이라 하기에 2% 부족하다. 결승전 상대였던 바이에른 뮌헨이 아르연 로번이라는 걸출한 선수를 보유한 것과 대조된다.
그럼에도, 인테르는 크랙없이 훌륭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다. 주장인 하비에르 사네티는 나이를 잊은 채 빼어난 활동량으로 본보기가 됐으며 오른쪽 풀백인 더글라스 마이콘은 포지션 파괴자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며 공수양면에서 특출한 활약을 보여줬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새내기들도 각자 포지션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즐라탄을 잃은 새로운 인테르에 힘을 실었다.
특히 밀리토는 마땅한 스코어러가 없는(비록 지난 시즌 즐라탄이 세리에A 득점왕을 차지했지만, 그는 공격 1선에서 득점에 치중하기보다는 기회를 만드는데 더욱 적합한 선수였다) 인테르를 위해 중요한 순간에서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결승전의 사나이로 불리는 밀리토는 지난 코파 이탈리아 결승에서 결승골을 넣었으며 오늘 새벽에 열린 챔스 결승에서도 두 골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인테르가 밀리토의 영입을 위해 쓴 돈이 그리 크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이번 시즌 최고의 영입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스네이더르는 창의적인 미드필더의 부재로 고심하던 팀에 창조성을 불어 넣었다. 그는 밀리토와의 최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이번 챔스 결승에서도 직, 간접적으로 득점에 모두 관여했다. 특히 전반 35분 밀리토의 첫 골 상황에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단 한 방의 명품 패스는 팀에게 우승을 안겨줬다.
막강한 수비, 최선의 공격은 수비임을 입증
인테르가 뮌헨을 꺾는 순간 그들은 45년이란 긴 기다림을 이겨내며 챔스 우승에 성공했다. 우스갯소리로 과거 인테르가 챔스 우승에 성공했을 당시에는 컬러 텔레비전이 보급되지 않았을 만큼 오래됐다. 이는 그들이 세리에A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 중 하나임에도, 챔스라는 큰 무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맞수 AC 밀란이 챔스에서 승승장구하며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역대 우승횟수 2위를 기록한 것과 달리, 인테르는 리그 패권을 장악한 최근에도 3시즌 연속으로 16강에서 탈락했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트레블 달성은 그들에 대한 재평가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수비력은 1964년과 65년 챔스를 연속으로 제패했던 엘라리오 에레라의 인테르가 오버랩됐다. 에레라 감독은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 중 하나인 카테나치오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명장이다. 그의 카테나치오는 현재까지 세리에 A의 장점을 강력한 수비진으로 불리게 하였다.
※ 참고: 카테나치오 시스템은 기존의 포 백에 스위퍼라는 최종 수비수를 배치하는 체계를 띄고 있다. 골키퍼 앞에서 공격진을 최종적으로 상대하는 스위퍼는 다른 말로 자유로움을 뜻하는 리베로로 불린다.
에레라와 마찬가지로 무리뉴의 인테르도 강력한 수비진을 자랑한다.
챔스 결승에서 인테르의 승리 요인은 밀리토의 두 번의 득점과 더불어 강력한 수비진이었다. 이날 인테르는 로번에 철저히 집중된 뮌헨의 공격 형태를 완벽하게 분산했다. 그들은 로번을 최대한 측면에서 고립시켰으며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완벽하게 차단했다.
결국, 리베리라는 왼쪽 날개를 잃은 상황에서 뮌헨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인 로번을 완벽하게 봉쇄한 것이 인테르의 승리 요인이었다. 이는 철옹성 같은 수비를 자랑하는 인테르의 장점이 확연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인테르는 지난여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브라질을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 루시우를 얻으며 수비에 대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성공적으로 끼워 맞췄다. 루시우는 수비수라는 포지션의 제한을 부수며 세트피스 상황에서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는 최고의 대인 방어 능력을 갖춘 선수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첼시와의 챔스 16강에서 디디에 드로그바를 완벽하게 봉쇄하는 모습은 그의 참모습을 드러나게 하는 대목이었다.
루시우의 합류는 왈테르 사무엘과 강력한 중앙 수비진을 구축하게 했으며 마이콘과 사네티(혹은 크리스티안 키부)로 이어지는 막강한 풀백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그야말로 철의 포백을 형성하게 했다.
※ 참고: 에레라의 인테르는 왼쪽 풀백인 故 지안티노 파체티의 위협적인 오버래핑의 존재와 공격을 확실하게 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인 루이스 수아레스가 존재했다는 점에서 마이콘과 스네이데르를 보유한 인테르와 유사한 성향을 띈다. 다만 전술의 변천 과정을 고려할 때 무리뉴는 스위퍼 시스템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챔스에서의 선전을 제외하더라도 인테르는 이번 시즌 여느 때보다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AS로마의 추격이 매서웠지만, 리그 우승에 성공했으며 코파 이탈리아도 제패했다. 로마와의 두 번의 싸움에서 모두 승리한 인테르는 뮌헨마저 꺾으며 이탈리아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
[사진= 챔스 우승에 성공한 인테르 ⓒ UEF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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