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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블로그] 삼성의 잇단 악재, 최후의 보루는 '선발투수'

기사입력 2010.04.16 15:55 / 기사수정 2010.04.16 15:55

김진성 기자

[이 글은 엑츠-블로그 글입니다.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삼성이 시즌 첫 위기다. LG와의 주중 원정 3연전에서 1승 2패로 밀렸기 때문이 아니다. 2연패를 하는 동안 삼성의 전체적인 경기 흐름이 상승곡선에서 하향세를 타고 있는 것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승기간 동안 감춰졌던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오르는 분위기다. 추운 날씨 탓도 있지만 수비는 여전히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타선은 더욱 침체돼 득점 찬스 만들기 조차도 버거운 느낌이다. 여기에다 주말 원정 3연전 맞상대는 안정된 마운드를 바탕으로 최근 타선까지 한꺼번에 살아나고 있는 SK다. 흐름 상으로는 적지 않은 고전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SK와의 원정 3연전에 등판할 사실상의 유일한 믿을 구석인 선발투수 장원삼 ~ 마크 크루세타 ~ 배영수의 임무가 그 어느 때 보다 막중하다.
 
균형 있는 선발 진을 갖추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은 선발 투수진의 부진으로 매우 고전했다. 구체적으로는 4,5선발로 이어지는 선발 진 후미라인이 매우 불안해 구원투수들의 과부하가 초래됐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라질 분위기다. 장원삼과 배영수가 리그 최강의 4,5선발을 구성할 태세다. 두 투수는 0.47,1.20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전체 1,2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윤성환~브랜든 나이트~마크 크루세타~장원삼~배영수로 이어지는 균형 잡힌 선발 투수진을 갖추게 됐다. 사실 삼성은 타 팀에 비해 1,2,3선발 중 확실한 에이스라고 불릴 투수는 없지만 4,5선발의 분전으로 선발 진의 전체적인 안정성이 리그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삼성의 팀 선발 투수 평균 자책점은 지난 7일까지 2.41의 SK에 이어 3.12로 리그 2위다.
 
사연 있는 두 남자의 부활 조짐!
부상 후유증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권오준-안지만-오승환이 복귀한 삼성 구원투수들은 예상대로 1군 승리조로 연착륙하고 있다. 정현욱과 권혁의 컨디션도 서서히 살아 오르면서 지난 7일까지 삼성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은 3.22로 리그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위에서 언급한대로 선발 투수진의 분전과 조화가 되면서 결정적으로 팀 마운드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역시 그 수훈 갑은 배영수와 장원삼의 ‘반가운 부활 조짐’이다.
 
배영수는 올 시즌 ‘내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06시즌 한국 시리즈 2연패 직후 받았던 토미 존 서저리 이후 구속 회복에 온 신경을 기울였던 그가 지난 3년간의 방황 끝에 올 시즌 마침내 돌파구를 찾은 모습이다. 본인은 여전히 패스트볼 구속 회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올 시즌을 앞둔 연습 경기에서 낮은 제구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떴고,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법에 대해 터득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고 틈틈이 익혀온 체인지업 성의 변화구와 투심 패스트볼이 타자의 몸 쪽에서 예리하게 떨어지면서 직구-슬라이더만으로 윽박지르던 예전의 배영수가 아님을 알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맞춰 잡는 방법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올 시즌 3경기 2승 0.47의 평균 자책점과 0.79의 WHIP를 기록하고 있다. 팔꿈치 수술 이후 끝없이 내줬던 볼넷도 올 시즌에는 70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3개만 내줬을 뿐이다. 역시 비결은 지난 시즌 조기 아웃 이후 삼성 재활 트레이닝 센터(STC)에서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통증을 말끔히 털어버리면서 자신의 최상의 몸 상태를 되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그 때 찾은 건강한 몸이 원하는 결과가 바로 타이밍을 뺏거나 맞춰 잡는 투구였던 것이다. 이제 그는 마음 속의 갈등을 잠재우는 일만이 남았다. 구속에 미련을 버리라는 것 은 아니지만 자신의 몸이 가장 건강한 지금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구속에 얽매이다가 평정 심을 잃거나, 상대 타자 분석에 시간을 뺏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잘 나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 자신 감을 잃지 않되, 냉정해야 한다. 그는 이변이 없는 한 18일에 선발 등판할 예정인데, 그의 맞상대는 SK 에이스 김광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사연 있는 남자 하나 더 추가한다. 08시즌 히어로즈에서 보여줬던 ‘에이스 모드’가 2년 만에 파란 유니폼을 입고 다시 재연되기 시작했다. 장원삼. 삼성이 얼마나 원했던 왼손 에이스인가. 2년간의 끈질긴 구애 끝에 구랍 31일 전격 영입된 장원삼은 지난 시즌 부진으로 인한 볼 끝이 가볍다는 ‘오명’을 가볍게 떨쳐냈다.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에 따른 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원래 패스트볼 보다는 스트라이크 존 좌우에 걸쳤다가 빼는 볼로 재미를 봤던 그였기에, 이적 후 달라진 마음가짐이 합쳐져 좋은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한 번의 구원 등판과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15이닝 1실점 1.2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장원삼이 등판 이후 꼭 빼먹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하체 중심 이동’과 ‘낮은 제구’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즌 초반 5명의 선발 투수 가운데 선동렬 감독이 침을 튀기도록 강조하고 있는 투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현재 가장 잘 이행하고 있는 투수가 바로 그다. 지난 시즌에 비해 키킹 시 발이 더욱 타자 쪽으로 깊숙하게 꽂히고 있어 공의 위력이 배가됐다. 패스트볼 스피드가 140KM 초반에 불과하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두루 던지지만 슬라이더 외에는 주무기 라고 할 구종이 없다. 그러나 모든 투구가 낮게 깔리면서 스트라이크 존 외곽공략이 잘 되는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효과적인 몸 쪽 승부가 상대 타자의 의표를 찌르고 있다. 하체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당분간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늘(16일) 문학 SK전에 투입돼 송은범과 맞대결을 펼친다. 삼성은 장원삼이 등판하는 오늘 게임을 따내지 못하면 장기연패로 갈 가능성이 높다.
 
2연패, 얻은 것도 있었다.
삼성은 어제(15일) 시즌 첫 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결코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브랜든 나이트의 부활 조짐이다. 사실 그의 지난 3경기는 평정 심과의 싸움이었다. 경기 내내 야수들의 에러와 실책 성 플레이가 속출하면서 야수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큰 것을 얻어맞아 대량 실점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러나 15일 4번째 등판 경기는 그렇지 않았다. 패전투수가 됐지만 시즌 처음으로 7이닝을 소화했다. 4회에 집중타로 4점을 허용했지만 나머지 이닝은 거의 완벽 투였다. 4경기 1승 2패 6.85의 평균자책점. 기록은 좋지 않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고 특유의 150KM을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의 조합이 나쁘지 않았다. 과감한 몸 쪽 승부도 통했다. 투구 내용이 불안했으나 결과가 괜찮았던 크루세타와는 정 반대로 투구 내용은 좋았으나 결과가 나빴던 그로서는 코칭스태프의 신뢰도 되찾을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러나 나이트의 고민은 크루세타와 다르지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체인지업을 장착했으나 실전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변화구 장착이라는 것이 원래 쉬운 일이 아니지만,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면서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빠르게 구사되는 커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버리는 공으로 타자들에게 인식되면서 구종의 단순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커브와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극복하고 있지만 그가 구사하는 변화구는 횡으로 뚝 떨어지는 구종이 없기 때문에 타자의 범타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빠른 볼로 타자를 윽박지르기에도 쉽지 않다. 볼 끝이 많이 묵직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장타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올 시즌 그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난 시즌 보여줬던 허를 찌르는 수 싸움을 바탕으로 영리한 두뇌피칭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아직은 들쭉날쭉.  
이에 반해 에이스 윤성환의 시즌 초반은 썩 좋지 않다. 지난 시즌 14승 5패를 기록하며 다승 왕에 올랐지만, 올 시즌에는 4경기 1승 3.8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개막전 이후부터 매 경기 6이닝을 던졌지만 잘 맞은 타구가 수비도움을 받으면서 겨우 한 게임 씩을 버티다가 지난 14일 잠실 LG전에서 3.1이닝 4실점으로 결국 무너졌다. 흔히 윤성환의 장점이라면 각도 큰 커브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변화구 보다 타자 무릎 근처로 낮게 구사되는 패스트볼의 로케이션이 최대장점이다. 비교적 구종은 단순하지만 워낙 볼이 낮게 구사되다 보니 쉽게 난타 당하지 않았으나 올 시즌에는 계속 볼이 높아 불안하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지난 시즌 만 못하다. 따라서 비 시즌 집중적으로 연마했던 서클 체인지업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주무기인 커브는 좀처럼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슬라이더는 던지는 족족 얻어맞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투구 매커니즘이 무너지면서 패스트볼이 높고 밋밋하게 구사되고 있기 때문인데, 지난 시즌에 비해 공을 놓는 포인트가 다소 높아졌다. 축이 되는 오른다리가 타자 쪽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초반에도 한동안 헤맸던 전력이 있는 그로서는 하루 빨리 밸런스 잡기에 나서야 무뎌진 커브와 슬라이더의 제구력도 되살아 날 것이다. 선동렬 감독이 에이스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등판간격을 정상적으로 가져가겠다고 한 만큼, 올 시즌에는 스스로 부진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용병 마크 크루세타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에도 특유의 들쭉날쭉한 널뛰기 피칭을 반복하고 있다. 3경기 2승 1패 2.55의 평균 자책점으로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8개 구단 용병 투수들 중 SK 카도쿠라 켄에 이어 가장 좋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3경기 동안 그가 소화한 이닝은 17.2이닝에 불과하다. 게임 당 6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피칭 내용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선동렬 감독이 조기에 구원투수를 투입했기 때문이다. 3경기 동안 사사구는 7개에 불과했으나 로케이션은 여전히 불안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확실히 특유의 각도 큰 스플리터에 타자들이 적응한 느낌이다. 커브와 슬라이더도 던지지만 위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스플리터 제구가 되지 않는 날에는 시속 150KM의 패스트볼에만 의존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것 보다 더욱 큰 문제는 몸 쪽 승부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올 시즌은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면서 바깥 쪽 승부가 정말 중요해졌다. 그런데 바깥쪽 승부를 효과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결국 몸 쪽에 붙이는 공으로 타자의 눈을 현혹해야 한다. 그래서 타자의 속성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몸 쪽에 대담하게 붙일 수 있는 투수가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크루세타는 몸 쪽 제구에 줄곧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바깥쪽 위주의 단조로운 피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그의 볼넷이 줄어든 이유는 타자들이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의식해 방망이가 쉽게 나간 결과이지, 결코 그의 능력으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한 것이 아니다. 그는 내일(10일) SK와의 두 번째 게임에 선발등판 할 예정이다. SK 타자들은 그 어느 팀 보다도 바깥쪽 코스의 밀어치기에 강하다. 그의 전담 포수 현재윤과 함께 반드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서 등판 준비를 해야 한다.  
 
최후의 보루는 선발투수.
삼성은 분명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중심타자 박석민과 채태인이 전력에서 이탈한데다 타선 전체가 슬럼프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첫 연패를 당함과 동시에 상승세를 타고 있는 SK와 만났다. 전력 상으로나 양 팀의 최근의 흐름 상으로나 삼성이 이번 3연전에서 불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3연전 내내 방망이 싸움으로 가면 스윕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상대 선발투수와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면 불펜 싸움으로 몰고 갈 수 있다. SK의 구원 진도 결코 넉넉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마운드 싸움을 통해 최소한 1승 이상을 따내야 한다. 그리고 그 흐름을 바로 선발 투수들이 잡아줘야 한다. 현재 삼성의 최후의 보루는 선발 투수들이다.  
 
 
 


김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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