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4.12 18:06 / 기사수정 2010.04.12 18:06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군에 있을 때, 수류탄 던지는 훈련을 받았어요. 목표는 깃발이 있는 곳을 넘어서야 했는데 저는 그 지점까지 잘 던졌거든요?(웃음) 스포츠를 보는 것도 즐기지만 직접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군대에서 받은 훈련을 경험 삼아 시구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KBSN 스포츠의 이지윤(28) 아나운서는 배구장과 야구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는 올 시즌, 프로배구 V리그와 동고동락했다. 또한, 현재는 새롭게 개막된 2010 프로야구의 현장에 파묻혀 지내고 있다. 따뜻한 봄날과 어울리는 옷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9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야구 현장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광주와 대전 등을 계속 옮겨다니니 정신이 없네요(웃음)"
가녀린 외모와 차분한 말투를 뒤집는 '군 장교 출신' 아나운서
여성적인 말투와 가녀린 외모를 보고 그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 정훈장교 출신인 그는 군대에서 3년 4개월 동안 만만치 않은 훈련을 수행했다. 군에 입대한 이유는 그저 군대가 가보고 싶어서였다.
"원래부터 군대에 입대하고 싶었어요. 다른 분들에게는 여자가 군대에 가는 일이 쉽게 다가서지 않겠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자연스러웠어요. 어려서부터 군인과 경찰 같은 강한 이미지를 지닌 분들을 동경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는 해병대에 가보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죠.(웃음) 결국, 대학교 4학년때 군에 입대하게 됐고 정훈장교로 복무하게 됐어요"
어려서부터 군에 입대하기를 원했던 그는 방송에도 관심이 많았다. 대학 시절에는 농구 리포터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었다. 군대 일에 흠뻑 빠져있었던 이지윤 아나운서는 선임의 권유로 국군방송의 앵커에 지원했고 결국 합격 통보를 받았다.
"군복무 3년 4개월 중, 2년 동안 방송 일을 했어요. 방송을 하려고 군에 입대한 건 아닌데 인연이 있더라고요. 제대를 한 뒤, 방송의 길을 걸어가게 됐습니다"
이지윤 아나운서는 정훈장교로 일하면서 군 홍보 일도 담당했다. 군에 입대한 연예 사병들을 교육하는 직책인 홍보지원병사대장도 맡았다.
전역 3일 만에 든 마이크. 쓴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군대에서 고된 훈련을 소화한 그는 운동에도 일가견이 있다. 볼을 차는 축구를 좋아했고 복싱과 수영, 그리고 인라인 스케이팅도 배웠다.
"중고교 시절에는 축구에 흠뻑 빠졌었어요. 프로축구는 물론, 대학축구 선수들까지 관심이 많았었죠. 그리고 볼을 직접 차는 것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군대에서는 축구를 할 기회가 많았지만 매우 힘들었어요. 복싱도 배웠었고 수영과 골프, 그리고 인라인 스케이팅도 할 줄 알아요"
운동 신경이 좋고 직접 뛰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다시 태어나면 운동선수도 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배구 시즌을 하게 된다면 리베로가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배구 선수들을 만나보니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제 키가 그리 큰 편이 아니니 만약 배구를 하게 된다면 리베로를 할 것 같아요(웃음)"
군대에서 했던 방송 경험을 살려 전역 후, 곧바로 마이크를 잡게 됐다. 그리고 전역 3일 만에 처음으로 야구장에 투입됐다. 하지만, 첫 방송의 추억은 '악몽'이었다고 고백했다.
"처음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고 하필이면 감기까지 걸려 몸 상태도 좋지 않았어요. 결국, 어이없는 질문을 하게 됐고 방송을 보신 분들에게 쓴소리도 많이 들었죠. 그리고 올 시즌 배구를 시작할 때도 그때와 비슷했어요. 배구에 대해 지식이 부족했고 야구와는 달리 경기가 순식간에 끝나 적응하기 힘들었죠"
방송 초기에는 모든 것이 익숙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배구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배구를 배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자했어요. 전 시즌의 경기를 돌려보면서 배구를 익혔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얻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죠. 배구를 계속 보니까 시야도 열리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또한, 선배인 송지선(29, MBC ESPN), 김석류(27, KBSN) 아나운서에게 많이 배웠죠"
송지선, 김석류 아나운서는 이미 많은 팬을 거느린 스포츠 아나운서 계의 '스타'다. 본격적으로 스포츠 아나운서를 시작한 지 8개월밖에 안 된 이지윤 아나운서에겐 좋은 '롤 모델'이었다.
"두 분 다 개성이 강하고 장점이 많으신 분들이에요. 하지만, 이분들 때문에 내가 더욱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은 없었어요. 서로 스타일과 개성이 다른 만큼, 제 스스로와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방송 일을 하는데 많이 도와주셨죠. 그런 점을 생각할 때, 매우 고마웠어요"
방송을 하면서 만나게 된 스포츠. 이제는 매우 특별하다
본격적인 방송일을 하면서 스포츠와 만나게 됐다. 중고교시절부터 직접 운동을 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 일이 인생이 될 줄은 몰랐다. 방송을 통해 만난 스포츠는 인생이 됐고 고된 피로를 이기는 청량제로 작용하고 있다.
현장을 방문해 경기를 분석하고 직접 질문을 작성하는 일이 매우 즐겁다. 경기를 지켜본 이들의 궁금증을 대신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대학시절, 농구 리포터를 할 때는 다른 분이 작성해주신 질문지를 보고 인터뷰를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변했죠. 경기를 직접보고 스스로 질문지를 작성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런 일을 하면서 좋은 분들을 만나 뵙고 스포츠에도 빠지게 됐어요(웃음)"
2009-2010 프로배구 시즌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뭐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지윤 아나운서는 '2월 28일 열린 우리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를 꼽았다.
"신생팀인 우리캐피탈이 강팀인 대한항공을 극적으로 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젊은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언제까지 스포츠에 빠져 살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스스로 좋아하고 만족할 때까지"라고 대답했다. 군 장교를 거쳐 스포츠 아나운서의 길을 걷고 있는 현재가 너무나 만족스럽다고 말한 이지윤 아나운서는 다른 영역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하고 있는 야구와 배구 외에 축구와 농구에도 관심이 가요. 그리고 스포츠캐스터를 하게 된다면 야구나 축구보다는 예술적인 스포츠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열린 로마세계수영선수권대회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중계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리고 이런 종목이 저와 적합다하는 느낌을 받았죠. 기회가 되면 피겨 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 그리고 싱크로 같은 종목을 진행하고 싶어요"
[사진 = 이지윤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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