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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토리] '세이브 1위' SK 하재훈, 새 역사로 향하는 길

기사입력 2019.08.09 14:00 / 기사수정 2019.08.09 13:49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내년에는 세이브왕 자리를 제가 차지하겠습니다". 입단 전 이상과 같던 말에 이렇게 가까이 다가서게 될 줄은 본인도 몰랐다.

하재훈은 지난 7일 문학 KT전에서 5-2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27세이브를 올렸다. 이 부문 리그 1위로, 2위 원종현(24세이브·NC)과의 격차를 3개로 벌렸다. 하재훈은 지난달 13일부터 6경기 연속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챙겼다. 시즌 구원왕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

투수 전향 1년차.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고, 세이브를 쌓아나가며 아직 시즌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여왕벌'로 불리던 2007년 정대현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SK 구단 최다 세이브 신기록까지는 단 4개가 남았다. SK 역대 세이브 1위는 조웅천(2003년)과 정우람(2012년)의 30세이브다. 

또 하나, 2002년 신인상을 받았던 조용준(현대)의 KBO 신인 최다 28세이브도 눈앞이다. 다만 유턴파인 하재훈의 기록은 '외국 프로야구 기구에 소속되었던 선수는 신인선수에서 제외된다'는 KBO 신인상 규정에 준해 신인으로서의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하재훈은 지난해 팬들과의 인사 자리에서 '세이브왕'을 목표로 내세웠던 것에 "어차피 불펜 밖에 할 수 없으니 말했던 포부"라고 웃으면서도 "언젠가는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바로 조건이 갖춰질 줄은 몰랐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으니 아프지만 않으면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도, 마운드 밖에서도 '마무리'답다. 아직 익지 않은 스플리터성 포크볼을 경기 중에 던지고, 성공적으로 경기를 끝낸 뒤 기쁨을 만끽하기 전에 코치를 향해 안타를 맞은 자신의 공이 어땠는 지 묻는다. '위기라고 느꼈던 적은 없나'라는 질문에는 "위기는 많았지만 흘려보내서 손꼽히는 장면은 없다"며 "위기 상황은 다 똑같다. 어차피 위기를 뚫지 못하면 지는 것 밖에 더 있나"라고 말한다.


하재훈의 남은 경기는 오히려 험난할 수도 있다. 혜성처럼 등장해 상대 타자들을 윽박질렀던 시즌 초반의 모습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래서 '세이브왕'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좋은 마무리'로 향하는 지금의 과정이 값지다. 지금의 목표를 다시 묻자 하재훈은 "큰 부상 없이 오래 야구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어쩌면 "세이브왕을 하겠다"보다 더 든든한 대답이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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