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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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 '18승' 마지막 불꽃

기사입력 2006.03.23 11:28 / 기사수정 2006.03.23 11:28

윤욱재 기자

[프로야구 25년 특별기획 - 나의 몬스터시즌 16] 1998년 김용수


이상훈 일본진출 ‘LG 위기’


역시 올해도 우승후보는 아니었다. 지난해(1997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LG는 당시 개막 전에도 우승후보 대열에서 제외됐지만 새 얼굴들의 활약으로 쾌거를 이룬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또 다른 양상이었다. 지난시즌 구원부문 신기록을 작성한 이상훈이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하면서 마운드에 커다란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상훈은 메이저리그를 노렸지만 일이 꼬이면서 LG 구단도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전력보강이란 과제도 놓치고 말았다.


LG는 김재현이 돌아왔지만 서용빈의 부상으로 타선 공백이 불가피했고 설상가상으로 용병 드래프트에서 뽑은 주니어 펠릭스와 계약에 실패, 최악의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말았다. 반면 재계 라이벌 현대와 삼성은 각각 IMF에 흔들리고 있는 쌍방울과 해태에서 특급선수들(박경완, 조계현)을 현금 트레이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여 대조를 보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LG는 용병 드래프트에서 투수 마이클 앤더슨을 영입하는데 성공, 새로운 마무리로 임명했고 이에 따라 김용수는 에이스란 직함을 얻었다.


김용수의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김용수는 98시즌 최고령 선수로 등록될 만큼 선수 나이가 꽉 찼지만 구단의 의존도는 커져만 갔다. 역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김용수가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 잊은 에이스 청춘


김용수의 시즌 초반 페이스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러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위기관리능력과 칼날 같은 제구력을 회복하며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젊고 개성 강한 선수들이 많은 LG 선수들에게 김용수의 분전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컸다.


김용수는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 14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렸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포크볼까지 섞어가며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국내 최고 마무리투수 출신답게 승부 요령이 누구보다 뛰어났고 팀의 최고참답게 뭐든지 앞장서려는 모습이 후배들의 귀감을 샀다.


LG는 시즌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순위다툼이 점점 치열해지자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앤더슨을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었던 LG는 김용수를 마무리로 잠시 돌리는 방책을 쓰기도 했는데 김용수는 예전 경험을 되살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그리고 펠릭스와 극적으로 계약에 성공, 팀에 합류시키면서 타선의 파워를 충전했다.


내심 LG는 2위를 노리고 싶었지만 김용수와 최향남, 손혁 외에 선발투수가 없다는 점과 1,2위를 지키고 있는 현대와 삼성이 너무 막강해 일찌감치 3위 굳히기 전략으로 들어갔다. 결국 LG는 3위를 지키는데 성공, 힘겹게 올라온 4위 OB와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하게 됐다.


정규시즌 최다승을 거두며 눈부신 한 해를 보낸 김용수는 MVP 후보에 올라 내심 수상을 기대했으나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수립한 타이론 우즈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김용수와 우즈는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펼칠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으나 장종훈의 기록을 넘어선 우즈에 좀 더 가산점이 붙은 것이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눈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선 김용수는 OB 타선의 집중력에 눌려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다행인 것은 팀이 이겼고 이 여세를 몰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


플레이오프 1차전. 역시 LG는 김용수를 내세웠다. 상대는 15승을 거둔 삼성의 에이스 스캇 베이커. 그런데 이번엔 날씨가 말썽을 부렸다. 비가 그치지 않는 바람에 경기가 중단된 것이다. 결국 추스를 새도 없이 3차전에 다시 등판한 김용수는 독기를 품은 삼성 타선에 집중타를 맞으며 조기 강판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최종 5차전에서 구원으로 등판해 회복세를 보이면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세대교체 회오리가 부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정상을 지킨 김용수에겐 더욱 그랬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상대는 정규시즌을 지배했던 현대. 현대는 정민태, 정명원이 이끄는 선발투수진은 전원 10승 이상을 거둘 만큼 최고의 투수력을 자랑했고 박재홍과 스캇 쿨바 등이 이끄는 타선 또한 막강했다.


김용수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부담감은 경기 내용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낙점된 김용수는 상대 선발 정민태와 팽팽한 투수전을 잘 이끌어가다 5회에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다. 먼저 무너졌으니 방도가 없었다. 투수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 LG는 1차전은 물론 2차전에서도 밀려 2패로 몰렸고 3차전에서 겨우 첫 승을 만회한 상태였다.


1,4,7차전 등판이 예정돼있던 김용수는 역시 예상대로 4차전에 등판, 정민태와 리매치를 벌였다. 그러나 김용수는 추운 날씨에 힘들어했고 슬라이더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5회도 버티지 못하고 강판당하고 말았다. 반면 정민태는 LG 타선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제압하며 한국시리즈 2승째를 챙겼다.


LG는 5차전에서 펠릭스의 결정적인 한 방으로 시리즈 2승을 거뒀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6차전에서의 패배를 끝으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LG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라운드에서 물러나야했다. 김용수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역대 최초로 한국시리즈 MVP 2회 수상의 주인공인 그의 화려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특히 나이는 속일 수 없었나 보다. 가을이 되자 힘이 부치는 모습이 역력했고 이것은 포스트시즌 부진의 원인이 됐다.


김용수는 이듬해 다시 마무리로 복귀, 역대 최초로 100승-200세이브를 함께 거둔 첫 번째 선수가 되었고 2000시즌을 끝으로 은퇴해 LG 구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아있다.


김용수 (1998) → 18승 6패 2세이브 방어율 3.45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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