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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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다고 게으른 것 아냐" 하재숙, 통쾌한 외모지상주의 일침→응원 봇물 [종합]

기사입력 2019.07.25 19:57 / 기사수정 2019.07.25 19:57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그저 날씬해지는 것이 자기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게 서글프다." 최근 24kg 감량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하재숙이 외모의 잣대로 모든 노력이 평가당하는 현실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하재숙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퍼퓸'에서 남편의 외도로 상처받아 세상을 등지고자 한 민재희를 연기했다. 민재희는 과거 모델이 꿈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체중이 불어난 인물. 우연히 기적의 향수를 얻어 날씬했던 20대 비주얼로 돌아갔고, 민예린(고원희 분)가 돼 모델의 꿈을 이루는 인물이다. 

하재숙은 민재희 캐릭터를 위해 지난 3개월 동안 탄수화물을 전혀 먹지 않고 운동을 병행하며 24kg을 감량했다.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그는 "첫 촬영한 날부터 탄수화물은 먹은 적이 없다. 감독님은 맨날 보는 데도 '처음 본 걔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며  "민재희가 성공하고 자존감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굉장히 많아서 진짜 노력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세트장에서 밥 시간에 맨날 혼자 앉아 있었다"고 힘들었던 다이어트 과정을 언급했다. 

24kg의 체중 감량은 엄청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수치. 하재숙 역시 '퍼퓸' 종방연이 있었던 지난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그간 여배우라는 엄격한 잣대 속 겪었던 다이어트 고충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뚱뚱한 자체를 아름답게 봐달라고 얘기한 적은 결단코 없다. 날카로운 칼날같은 외모의 잣대로 냉정하게 평가 당하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데. 나라고 내가 한심하고 답답한 날이 없었을까. 그저 날씬해지는 것이 자기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게 서글펐다"며 "배우 일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엄청나게 독서를 했고, 악기를 배웠고, 춤을 배웠고, 운동도 참 열심히 했는데. 결국 나는 자기관리를 전혀하지 않은 한심하고 게으른 사람이 되는 순간들과 마주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뚱뚱한 걸 미화하려고 시작한 얘기가 아니다. 다 안다. 건강에도 안 좋고 블라블라블라. 알지만 잘 안된다. 숱하게 시도해봤는데. 나한테는 그게 유독 힘들더라. 너는 안다고 다 되더냐. 그렇다고 배째라는 것도, 아무것도 해보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완벽한 엄마로 훌륭한 주부로 다정한 아빠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그 놈의 살 때문에 외모 때문에 그들의 인생에 대한 노력까지 폄하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라고 당부했다. 


하재숙의 솔직한 이야기에 누리꾼들은 "뚱뚱하다는걸 예쁘게 봐달라는게 아니라 뚱뚱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까지 폄하하지 말아달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깊이 공감하고 응원합니다. 다이어트로 통하는 한국사회가 너무 우울하네요"라며 공감하고, 응원의 입장을 보냈다. 

다음은 하재숙 SNS 전문. 


재희를 떠나보내며(긴글주의, 주정뱅이주의) 요즘가장많이듣는얘기 "몇kg뺐어요?", "어떻게뺐어요?" 하필이면 재희의 꿈이 패션모델일 줄이야. 그럼빼야한다. 내가할수있는최선을다해봐야한다. 재희의꿈을위해서 나에게 종교 같았던 탄수화물과 신념 같았던 소주와 완벽하게 생이별하고 굳이 만나고 싶지 않던 각종 채소와 단백질의 대환장 콜라보로 닭똥냄새를 석 달 넘게 풍기면서 운동까지 해댔으니. 사실 이만큼 감량했노라 이렇게 노력했노라 여기저기 떠들어대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하지만(물론 지금도 '날씬함'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뚱뚱해도 당당하다고 뚱뚱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예뻐해달라고 외쳐대던 지난 날을 떠올리며 다이어트 조금했다고 자랑질해대기도 민망한 지금. 내가 이렇게 구구절절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평생을 뚱뚱하게 살아왔고 현재도 개미허리를 만나려면 다시 태어나는 게 빠를 것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뜨겁게 느끼고 느낀 바를 '재희'를 통해 잠깐이라도 하소연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을 추억해 보고자함이다.

'재희'는 찬란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적의 향수라도 득템했지만 모태통통족으로 반 평생 살아온 나는 향수를 손에 쥐어줘도 돌아갈 수 있는 화려한 과거의 모습이 없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나불나불 입방정도 못 떨겠나 싶어 술김에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다.

무려 석달 만에 만난 소주야 반갑다. 너 참 달더라. 요녀석 실시간 댓글을 보면서 낄낄대는 재미로 살다가 한 번씩 심장이 서늘해지는 악플을 발견하곤 혼잣말로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해줬는데 오늘 한 번 큰소리로 외쳐보련다. "뚱뚱한걸미화하지말라고?!" 애초에아름답게 봐줄 맘이 0.00001%도 없으면서 그놈의 '미화(美化)'가 되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뚱뚱한 자체를 아름답게 봐달라고 얘기한 적은 결단코 없다. 날카로운 칼날같은 '외모의 잣대'로 냉정하게 평가 당하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데. 나라고 내가 한심하고 답답한 날이 없었을까. 그저 날씬해지는 것이 자기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게 서글펐을 뿐. 배우 일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엄청나게 독서를 했고, 악기를 배웠고, 춤을배웠고, 운동도 참 열심히 했는데. 결국 나는 자기관리를 '전혀'하지 않은 한심하고 게으른 사람이 되는 순간들과 마주하면. 감기약 세 봉지를 물 없이 삼킨 듯한 씁쓸함을 느낄 수 밖에.

이쯤되면 들리는 얘기 "다 너의 건강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주접 떨지마! 내 건강 내가 챙긴다! 그런 말은 다이어트 곤약 젤리라도 한 봉지 손에 쥐어주면서 해야 하는 말이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뚱뚱한 걸 미화하려고 시작한 얘기가 아니다. 다 안다. 건강에도 안 좋고 블라블라블라. 알지만 잘 안된다. 숱하게 시도해봤는데. 나한테는 그게 유독 힘들더라. 너는 안다고 다 되더냐. 그렇다고 배째라는 것도, 아무것도 해보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완벽한 엄마로 훌륭한 주부로 다정한 아빠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그 놈의 '살'때문에 '외모'때문에 그들의 인생에 대한 노력까지 폄하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다. 네? '재희'와 헤어지고 다시 인간 하재숙으로 돌아가면 동네 해녀 엄마들과 쭈그리고 앉아서 수다 떨고 동네 선장님께서 좋은 안주거리 생겼다고 한 잔 찌끄리자 하시면 거나하게 취하는 날도 생기면서 다시 예전 몸무게로 돌아갈 지 안 돌아갈 지 잘 모르겠다만.

나는 이렇게 사람 좋아하고 잘 웃고 남의 아픔에 잘 울어주는 내가 좋다. 도대체 '여배우답다'라는 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배우로 살아가는 내 모습도 너무 사랑하기에 개미 허리는 못 될 지 언정 뭔가는 노력하고 배우고 도전하며 살아갈 것이고 배역에 필요하다면 기꺼이 다이어트에도 또 다시 목숨 걸고 달려보겠지.

그저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조금만 예쁘게 봐주십사. 그리고 어떤 모습이든 묵묵히 살아가는 나를 사랑해주자. 뭐 그런 뻔한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말을 토해내고 싶은 밤이다.

끝으로 뜬금없지만 내가 100kg이든 50kg이든. 결혼하고 30kg이나 찐 것도 타박 한 번 하지 않고 나를 '있는 그대로' 한결같이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응원해주는 나의 '이스방'. 당신은 진짜 내 인생에 '서이도'보다 멋진 남자야. 감사합니당. 사랑하고 존경합니다.(여러분 뜬금없다고 전제를 깔아놨으니 조그만 봐줘요. 너무 멋있는데 어쩌란 말이냐!)

이 세상의 모든 재희야! 너 정말 열심히 잘 살아왔다. 너도 한 때 누군가가 그토록 절절하게 그리워하던 첫사랑이었다니 이 얼마나 심장 떨리게 멋진 일이냐!

첫사랑까지 갈 것도 없다. 니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 감격에 겨워 터져나오는 울음을 삼키던 부모님이 있고 세상에 깨지고 넘어지면 조용히 소주잔 기울여주는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저릿할 정도로 심장이 뜨거워지는 일 아니냐! 그러니 앞으로도 헛지거리 하지 말고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잘 살아가자! 알았지? 세상? 그거 못 바꾼다! 그냥 니가 바껴라! 니가 바뀌면 언젠가 세상도 바뀌지 않겠니? 당당하게 살아가라! 니가 제일 이뿌다! 니가 누구보다 제일 소중하다.

written by 재숙 언니가 이 세상의 모든 재희들에게.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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