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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의 교훈, '점프 조합'은 트리플 악셀을 이긴다

기사입력 2010.02.27 16:05 / 기사수정 2010.02.27 16:0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신이 선택한 올림픽 챔피언은 김연아(20, 고려대)였다. 철저한 준비로 이변의 가능성을 잠재운 '연아 팀'의 치밀한 전략은 그대로 주효했다.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좋은 컨디션으로 연기를 펼쳤다.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 그리고 올림픽 등은 모두 점수가 높은 편이다.

이번 올림픽 여자싱글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은 경기력을 펼쳤다. 실수를 하는 선수들은 극히 드물었고 모두 시즌 최고 점수를 받았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다시 도전할 것을 밝힌 아사다 마오(20, 일본 츄코대)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선보일 트리플 악셀 3번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가장 쉬운 점프인 토룹을 싱글 처리하고 트리플 플립에서도 실수를 범했다.

반면,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무결점' 연기를 펼쳤다. 일부 일본 언론과 피겨 팬들은 김연아가 어려운 점프를 뛰지 않고 생각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피겨에 대한 기본 지식을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말이다.

김연아가 구사하는 콤비네이션 점프는 모두 어려운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현존하는 여자 싱글 스케이터들 중,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이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또한, 프리스케이팅 중반부에 시도되는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도 조합 상으로 보면 상당히 어려운 점프다.

김연아는 이 두 번의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모두 2.0의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트리플 토룹이 회전수가 부족하다는 오심을 받은 김연아는 점프의 질을 더욱 강화했다.

현지에서 김연아의 점프를 지켜본 고성희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 이사는 "(김)연아의 점프는 워낙 훌륭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나타난 점프의 질은 더욱 위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딴죽을 걸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점프를 강화시킨 김연아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콤비네이션 점프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높은 기본점수와 가산점을 챙겼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점프의 기초점수인 10점에 가산점 2점을 더해 12점을 받은 김연아는 7.50점의 기본점수를 가진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도 가산점 2점을 추가해 9.50의 점수를 받았다.

콤비네이션 점프를 잘 뛰려면 기본적으로 트리플 점프 5종을 완벽하게 익혀야 된다. 콤비네이션 점프의 특징은 점프를 따로 뛰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점프를 한 기술로 융합해 뛰는 것이다.

첫 점프의 비거리와 높이에 따라 후속 점프의 '질'이 결정된다. 제자리에서 도약하는 수준인 점프를 뛰면 그 다음에 이어질 점프의 탄력을 제대로 살릴 수 없게 된다. 김연아는 엄청난 스피드에서 나오는 탄력을 이용해 비거리가 높은 점프를 구사하고 그 탄력의 힘을 후속 점프가지 가지고 간다.



또한, 어느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뛸 수 있는 연결 점프가 있어야만 한다.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심판이자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부회장인 이지희 부회장은 "콤비네이션 연결 점프로 뛸 수 있는 것은 룹과 토룹이 있다. 다리의 힘을 이용해서 곧바로 뛰는 룹은 힘이 많이 들지만 토룹의 경우, 빙판을 찍고 나가는 힘이 있기 때문에 후속 점프로 더욱 적절하다. 김연아는 트리플 토룹이 워낙 좋기 때문에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리플 토룹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가장 쉽고 기초적인 점프라 불리는 토룹을 완벽하게 익히면 점프를 조합하는 데 한층 유리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김연아는 어느 상황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토룹을 지녔지만 아사다 마오는 그렇지 못했다.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지지 않았지만 프로그램 후반에 배치된 트리플 토룹에서 실수를 했던 아사다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매우 분하다고 털어놓았다.

여러 가지 점프를 정확하게 구사하고 이 점프들을 완벽하게 조합하는 능력을 갖춘 김연아는 피겨 역사상 최고의 '점퍼'가 됐다. 이러한 김연아를 볼 때, 무리하게 고난도 기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뛰고 있는 점프를 새롭게 조합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

김연아가 '포스트 연아'에게 남긴 교훈은 무수히 많다. 특정한 점프를 배우더라도 정확하게배우도록 노력해야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안정된 자세와 바른 도약으로 정확한 점프를 익히면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자신이 뛰는 점프 중, 쉬운 점프에 속하는 더블 악셀과 트리플 토룹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가산점을 많이 받는 콤비네이션 점프로 승화시켰다.

쉬운 점프에도 집중을 다해 뛰어온 김연아는 최고의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가 됐다. 점수가 낮다고 기초적인 점프를 건너뛰고 어려운 점프에 집착한 스케이터는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김혜미 기자, 전현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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