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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이정은 "좋은 콘텐츠에 힘 보태고 싶어…나의 속도대로 간다"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6.23 08:00 / 기사수정 2019.06.23 00:0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정은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5월 30일 개봉한 '기생충'에서 이정은은 박사장(이선균 분) 집의 입주 가사 도우미 문광 역을 연기했다.

'기생충' 속 이정은의 존재는 전개 상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던 만큼, 개봉 전과 후까지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이정은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게 됐다.

이정은은 "처음에는 '잘 나왔구나, 이야기에 무리가 없었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에는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게 되더라고요. N차 관람을 독려하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라고 웃어보였다.

'기생충'이 자신의 출연작 중에서도 가장 많이 모니터를 한 작품이라고 말한 이정은은 "아무리 바빠도 모니터는 꼭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드라마는 특히 그 흐름의 연결을 놓치면 미궁에 빠질 때가 많기 때문에 한 번은 무조건 전체적으로 모니터를 다 하는 편이고, 영화의 경우는 이번이 제일 많이 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기생충' 출연은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2009년 '마더', 2017년 '옥자'에 이어 다시 봉 감독과 만난 이정은은 "'옥자' 때는 돼지였어도, 제게는 소중한 감독이 함께 하자고 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정말 제가 주인공인 것처럼 열과 성을 다해서 연기했었죠. 지금은 그 때보다는 훨씬 더 가볍고 즐거운 마음이에요"라고 말했다.



'옥자'에서 돼지였던 주인공 옥자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이정은은 '봉 감독과의 재회를 짐작했었냐'는 물음에 "사람에게 돼지 소리를 부탁하셨잖아요. (다음에 혹시 만나게 된다면) 돼지에서는 업그레이드 된 사람이겠지 싶었죠. 문광 역할을 제안 받고 나서도, 제가 부담을 느끼면 연기도 그렇게 나올 것 같아 즐기고 놀자는 마음으로 접근했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정은과 봉 감독은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이정은은 "예전에는 (감독님과) 거리가 멀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집에서 개를 키우시냐'는 것도 물어볼 수 있게 됐죠. 그렇게 변한 것이 인상 깊었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50대가 되면서, 앞으로 내가 몇 작품을 더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거든요. 그런 점에 있어서 조금 비슷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 나이에 온 것이 아닐까 싶죠. 그런 묘한 동질감이 생기더라고요. 감독님도 그런 생각을 하실 지는 모르겠어요.(웃음)"

'기생충'의 문광을 연기하면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전한 이정은은 "인물이 반전이 있는 역할이라는 것은 찍어가면서 느꼈었지만, 상영이 되기 전까지는 그게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 줄 몰랐어요. 뭔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인데, 제 얼굴에서 그런 느낌이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고요. 그런데 저도 이 작품을 보면서 '내 얼굴에 이런 부분이 있구나' 놀랐었죠. 특수 분장이 많이 도움을 준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다.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해 어느덧 28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드라마와 영화까지 차근차근 밟아온 탄탄한 연기의 길은 지금의 수많은 작품에서 이정은의 이름을 빛낼 수 있게 한 힘이 됐다.


"제가 다작을 한다고 많이 얘기하시는데, 올해만 해도 이전에 다 찍어놓은 작품이어서 1월부터 '기생충' 개봉할 때까지는 일이 없어 강아지를 데리고 놀러 다녔어요.(웃음) 같이 작업했던 분들의 부탁이 오면 사실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 병이기도 했고요. 작품이 좋은 방향으로 가면 저도 좋은 것이니까, 스스로도 약간 내 속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순리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의 속도도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고요."

차기작으로 현재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를 촬영 중인 이정은은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애쓸 것이라는 뜻도 함께 전했다.

"우리의 콘텐츠도 너무나 훌륭하잖아요. 예전에는 제 꿈으로 아카데미 도전이라는 얘기도 하고 다녔었는데, 지금은 할리우드 도전이 꼭 아니더라도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감이 더 생긴 것이죠.(웃음)"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윌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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