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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올림픽에서도 '행복한 스케이터' 돼야 한다

기사입력 2010.02.23 15:19 / 기사수정 2010.02.23 15:1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가 12년동안 기다린 올림픽 무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김연아는 연습을 마치고 실전 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22일(한국시간) 있었던 리허설에서 김연아는 자신의 롱프로그램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를 완벽하게 연습했다. 리허설은 보통, 자신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에 집중을 두며 훈련한다.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고스란히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김연아는 실전을 방불케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밴쿠버 현지에서 김연아의 연습을 지켜본 고성희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는 "김연아의 컨디션은 최상이다. 그동안 봐왔던 김연아의 연습 중, 좋을 때도 많았지만 이번이 최고인 것 같다. 올림픽에 맞춰서 다른 선수들도 모두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지만 김연아의 컨디션은 더욱 좋아보였다"고 평가했다.

김연아는 지난해 12월 열린 2009-2010 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이번 올림픽에 모든 것을 맞춰왔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올림픽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린 것이 사실이다. 현재의 상황은 상당수의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실전 경기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일, 올림픽 결전지인 밴쿠버에 도착한 김연아는 현지 빙질에 적응한 이후, 점프의 감각을 되찾은 상태다. 22일 열렸던 연습 중, 김연아는 총 20번이 넘는 점프를 시도해 단 한차례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승세는 지난해 3월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보다 더 좋은 페이스다.

김연아의 연습을 보기 위해 티켓을 끊고 많은 이들이 현장을 찾고 있다. 고성희 심판이사는 "캐나다는 동계스포츠에 관심이 많다보니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곳에 있는 분들은 모두 가장 잘타는 선수에게 관심이 많다. 세계챔피언인 김연아를 보기 위해 일부러 티켓을 끊고 입장하시는 분들이 많다. 김연아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고의 연습을 시행했고 많은 분들에게 갈채를 받았다"고 현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24일 오전에 열리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앞둔 김연아는 완벽한 '본드걸'이 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 강하다는 사실은 익히 유명하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농축해서 보여줘야하는 쇼트프로그램은 승부의 절반 이상을 결정짓는다.

김연아는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올시즌 3번 연기하면서 세계신기록을 경신했고 2번은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김연아의 전매특허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한 이후, 트리플 플립에 도전하게 된다. 초반 이 점프들을 모두 수행하게 되면 스파이럴에 이은 더블 악셀과 직선 스텝, 그리고 3번의 스핀 연기를 펼치게 된다.

이 요소들은 김연아가 충분히 잘해왔고 무리없이 소화한다면 또 한번의 개인 최고 기록도 예상된다. 김연아를 지원하는 브라이언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은 각종 언론을 통해 김연아의 사기를 충전시키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기량적으로 김연아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령하고 있지만 모든 국민들이 거는 기대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이번 올림픽은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한 이후, 13년만에 찾아온 올림픽이다. 이 대회의 중요성과 특별함을 김연아만큼 잘 아는 이도 드물다. 김연아의 이번 올림픽은 전 국민적인 기대감은 물론, 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문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새로운 도전으로도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브라이언 오서가 이미 밝혔듯, 이번 올림픽의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김연아가 되어야 한다.

많은 이들은 빙판 위에서 실수를 하지않고 대범하게 넘어가는 김연아를 숱하게 봐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김연아의 '강심장'을 쉽게 믿을 수 있지만 본인의 고백을 통해 드러났듯, 김연아도 빙판 위에 서면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밀려오는 평범함도 지니고 있다.

또한, 늘 자신과의 싸움에 열중해온 김연아에게 특정 선수와의 비교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전 국민들의 기대를 안고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지만 연기를 펼치는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김연아 자신이 되어야 한다. 김연아의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은 국가도 팬들도 아닌, 김연아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경기를 펼쳐야 한다고 대답했다. 김연아가 경기를 펼치는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섣부른 예상과 필요 이상의 기술 비교는 무의미하다. 전율적인 제임스 본드 테마 음악이 흘러나오면 김연아는 매혹적으로 포즈로 안무를 연 뒤, 빙판을 크게 질주해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뛸 것이다. 그리고 트리플 플립에 이은 스핀과 스파이럴, 여기에 더블 악셀과 직선 스텝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은 김연아가 꾸준히 수행해온 요소이다. 이 요소를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토론토에 있는 훈련장에서 숱한 땀을 흘려왔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의 시간을 합치면 7분 정도가 걸린다. 이 짧은 시간동안 최상의 연기를 펼치기 위해 준비해온 김연아에게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이상 일본), 그리고 조애니 로셰트 등의 존재는 그리 크지 않다. 모두 선의의 경쟁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지에서 훈련상황을 지켜본 고성희 이사는 "(김)연아는 물론, (곽)민정이 모두 컨디션이 좋고 표정도 밝았다. 이러한 상승세가 실전 경기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윌슨의 발언처럼 이번 올림픽 무대의 주체는 김연아가 되어야 한다. 또한 국가나 민족을 위해서가 아닌, 김연아의 '행복'을 위해 스케이트를 타야 된다. 김연아가 생애 단 한번일지도 모르는 올림픽을 마음 껏 즐기는 점이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 = 김연아, 브라이언 오서 (C) 엑스포츠뉴스 김혜미 기자, 데이비드 윌슨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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