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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 감독 "힘들지만 계속 시도하고 모험해야 해"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6.16 07:00 / 기사수정 2019.06.15 21:4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봉준호 감독의 5월과 6월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또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5월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같은 달 30일 국내 개봉 후 8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 중이다.

칸국제영화제 여정을 마치고 한국에서의 일정을 소화 중인 봉 감독은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몇 분 정도가 나가셨냐는 것이죠"라며 특유의 유쾌함을 덧붙여 말을 이어갔다.

칸국제영화제에서의 상영 기억을 떠올린 봉 감독은 "감독의 입장에서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영화를 봐주시면 감사한 일이죠"라며 과거 에피소드를 꺼내놓았다.

"항상 저는 '중간에 몇 분이 나가셨냐'고 물어보곤 하거든요. 예전에 '플란다스의 개'가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었어요. 영화관이 참 잔인하게, 스크린 양 옆에 문이 있어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출입하는 관객의 숫자가 굉장히 정확하게 보이거든요. 첫 번째 개를 죽이는 상황이 나오고 나서, 47명인가가 나갔던 것을 봤었어요. 감독들의 가장 근원적인 공포이기도 하죠.(웃음)"

'기생충'은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에 이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시나리오 설계에 대해 "익숙함이라는 것이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익숙함이 가진 함정들이 있죠. 예를 들어 착하고 정의롭거나 명분이 있으면서 서로 연대하는 약자나 빈자들이 나오고 그 반대편에는 전형적으로 탐욕적인, 또 권모술수로 똘똘 뭉쳐있는 부자가 나와요.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나름대로 순진한 구석도 있고 세련되고 매너 있지만 카메라가 점점 미세하게 다가갈수록 히스테리가 보이는데, 그런 식의 접근을 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양쪽 부류에 다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나쁜 모습들이 섞여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결이 있어야 이 영화가 가진 인물들의 사실적인 느낌이 살아나지 않을까 싶었죠. 관객들 입장에서는 선과 악, 우리 편과 악당이 명쾌하게 처음부터 아주 쉽게 갈라지는 게 아니니까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감정의 진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원초적인 두려움과 불안감,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보는 우발적인 사건, 사고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 그것을 필연적으로 몇 년간 기획하고 그런 것이 아닌데도 우발적으로 폭발하는데, 우연성 밑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보면 그것을 가능하게 한 에너지가 있는 것이잖아요. 저희 영화에서는 송강호 선배님이 그런 부분을 설득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차기작으로는 두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10년 넘게 구상해오고 있다"고 말한 봉 감독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 영화에요. 호러 영화라고 장르를 규정할 순 없을 것 같고요. 제 영화 장르가 애매하잖아요"라고 웃으며 "영화의 사이즈를 기준으로 얘기하면 사실 좀 민망하기도 한데, '마더'나 '기생충' 규모의 작품이 제 몸에 맞는 느낌이에요. 돈 자체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사이즈를 놓고 봤을 때요"라고 털어놓았다.

"'설국열차'나 '옥자'처럼 해외와 연관된 작품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어떠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제게는 '옥자'의 돼지 CG 300샷을 위해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그런 것이 힘든 것이지, 작업의 배경이 해외냐 한국이냐는 큰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마더'와 '기생충'의 스케일, 그 느낌이 제게는 좋게 느껴지는 것이죠."


"이 일이 힘들어요"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한 고충을 얘기한 봉 감독은 그럼에도 계속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도전해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함께 전했다.

"모든 감독들이 항상, 최신작이 최고작이 되고 싶을 것이잖아요.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점점 별로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괴롭겠어요.(웃음) 육상선수라고 한다면, 20대 중반에 최고 기록을 찍고 나이가 들어 은퇴할 때까지 기록이 낮아진다고 해도 그것을 비난할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또 창작이라는 것은 더 나아지고,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외롭기도 하지만, 계속 시도하고 모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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