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2.01 01:51 / 기사수정 2010.02.01 01:51
[엑스포츠뉴스=강승룡 기자]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축구에서 강팀과 약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홈 이점이나 전술 등을 활용하여 강팀을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승리를 거두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풍을 일으킨 약팀이 정상까지 올라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경기 경험의 부족이나, 얇은 스쿼드 등으로 인하여 그러한 돌풍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팀이 강팀을 꺾고 정상에 오르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여겨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학 입시에서 '꼴찌들의 반란'을 그려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모 방송사의 드라마처럼, 축구에서도 변방의 팀을 이끌어 수차례 정상에 올려놓은 명장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주인공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유력한 1승 상대로 거론되고 있는 그리스 대표팀의 수장, '오토 레하겔'이다.
레하겔 감독은 80~90년대에 브레멘과 카이져슐라우테른을 수차례 정상에 올려놓으며 분데스리가를 깜짝 놀라게 했으며, 유로2004에서는 변방 팀이었던 그리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유럽 전체를 놀라게 한 '축구의 신'이라고 할 수 있다. 유로2004를 기점으로 그리스 대표팀의 성적이 내림세를 보이긴 하였으나, 오랜 감독 생활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레하겔 감독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비록 이번 전지훈련에서 가상의 그리스인 핀란드와 라트비아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었지만, 실전에서 맞붙게 될 그리스는 그들과는 한 수 위의 전력이 있으며, 레하겔 감독 또한 승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명장 중의 한 명이다. 그렇다면, 레하겔 감독이 과거 약체팀을 이끌고 정상에 올려놓은 과정은 어떠했을까?
1. 2부 리그의 베르더 브레멘, 유럽 정상에 등극하다
1981년 4월, 오토 레하겔은 당시 2부리그에 있던 베르더 브레멘의 감독으로 부임하여 1부 리그로 복귀시켰고, 1부 리그에 복귀한 81/82시즌에 5위의 성적을 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독일의 스타 플레이어 루디 펠러를 영입한 82/83시즌에는 준우승의 성과를 거두었고, 이후에도 상위권을 줄곧 유지해 온 브레멘은 87/88시즌에 23년 만의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레하겔 감독은 90년대에 매 시즌 브레멘에 우승컵을 안겨다 주는 진기록을 세웠다. 90/91시즌과 93/94시즌에는 DFB포칼 우승을, 92/93시즌에는 브레멘의 세 번째 분데스리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91/92시즌에는 유럽 컵위너스컵 결승전에서 AS모나코를 꺾고 팀 역사상 최초로 유럽 정상에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레하겔 감독의 혹독한 지도 아래 브레멘은 2부리그의 변방 팀에서 분데스리가의 명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 1부 리그에 갓 승격한 카이져슐라우테른의 깜짝 우승
바이에른 뮌헨에서 한 시즌도 버티지 못하고 경질된 레하겔 감독의 차기 행선지는 2부리그의 카이져슐라우테른이었다. 카이져슐라우테른을 1부리그로 승격시킨 레하겔 감독은, 97/98시즌에서 카이져슐라우테른을 분데스리가 정상에 올려놓으며 분데스리가 역사상 전무후무한 '승격팀 우승'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후 2000년 10월까지 카이져슐라우테른의 감독으로 재직한 레하겔 감독은 브레멘 시절과 마찬가지로 미로슬라프 클로제라는 독일의 축구 스타를 양성하였다. 레하겔 감독 밑에서 성장했던 클로제는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10골을 득점하였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득점왕을 차지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3. 변방의 그리스를 유럽 정상에 올려놓은 오토 대제
분데스리가에서 명성을 떨친 레하겔 감독은 2001년 그리스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게 되었다. 2002월드컵 예선에서 독일, 잉글랜드와 함께 9조에 속한 그리스의 예선 성적은 5팀 중 4위. 스페인, 우크라이나와 한 조에 속했던 유로2004 예선에서도 초반에 2연패를 당하며 본선 직행은커녕 플레이오프조차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는 남은 여섯 경기에서 6전 전승을 거두며 스페인을 플레이오프로 밀어내고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본선 진출만으로도 대성공으로 여겨졌던 그리스의 돌풍은 본선에서 더욱 거세게 일어났다. 강력한 수비 축구로 이기는 축구를 구사한 그리스는 스페인, 프랑스, 체코와 같은 강팀들을 줄줄이 집으로 돌려보냈고, 결승전에서는 개최국 포르투갈을 상대로 하리스테아스의 헤딩 결승골로 승리하며 유로2004 정상에 등극했다.
우승 확률 100분의 1이었던 그리스의 우승은 유럽 전체를 뒤집어놓았고, '오토 대제'의 별명을 얻은 레하겔 감독은 그의 축구 생활에서 가장 화려한 업적을 남기며 명장의 대열에 오르게 되었다.
[사진 = 오토 레하겔 (C) 그리스 축구협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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