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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희열2' 조수미, #전설 카라얀 #생명보험 #결혼 #자선[종합]

기사입력 2019.05.12 00:01 / 기사수정 2019.05.12 01:33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대화의 희열2' 조수미가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11일 방송된 KBS 2TV 토크쇼‘대화의 희열2'은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과 세계를 감동시킨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해 베트남의 국민 영웅이 된 축구 감독 박항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수미는 80년대 보수적인 유럽 오페라계에서 유학 3년 만에 주연 자리를 꿰찼다. 동양인 최초로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을 섭렵했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주는 친선훈장과 기사(Cavaliere) 작위를 받았다. 

조수미의 활약은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캐스팅 담당하는 분이 내게 기회를 줬고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제일 친했다. 이건 운명의 기적이다. 그런 커넥션이 세상에 어딨냐. 카라얀 선생님에게 바로 전화해 '코리아에서 온 소프라노의 노래를 들어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해줬다. 카라얀과는 설명할 수 없는 인연"이라고 설명했다.

카라얀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았다. "방의 벽에는 카라얀이 눈 감고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판넬이 장식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굿모닝', 저녁에도 '굿나잇'이라고 인사했다. 그게 내 일상이었다. 카라얀은 마치 친구였고 가족 같은 사람이었다. 카라얀의 오디션을 볼때 정말 떨었다. 노래를 하고 나와 카라얀이 있는 곳에 갔다. 딱 보는데 매일 보던 사람 얼굴이다. '마에스트로, 머리카락 만져봐도 돼요?'라고 물었다. 방 안 판넬과 너무 비슷해서 만졌다. 파란 하늘 같은 눈동자가 날 쳐다봤다. 매일 아침 저녁에 인사하는 사람이 나라고 했더니 너무 놀라더라. 스물 셋이었다. 그때는 무서운 게 없었다. 서로 확 풀어졌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조수미는 "카라얀은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걸 인상적으로 생각했다. 한국에 공연을 온 적 있었다. 카라얀의 아내가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호텔로 전달이 돼 놀라고 감사했다. 한국이 정직하고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계기로 플라시도 도밍고와 준비 중인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메인 역할에 캐스팅됐다. 조수미는 "어머니도 말이 안 된다며 안 믿었다. 너무 좋아하는 테너와 같은 앨범에서, 그런 기적이 일어나더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독수리 같은 느낌이다. 매의 눈을 가졌다. 음악적인 것 뿐만 아니라 액팅, 표정 등 완벽한 그림을 갖고 연습해 온다. 오스카는 시종인데 남자 역을 해야 했다. 술을 마시면서 건들거려야 한다. 연습하다 실수로 물을 흘려 젖었다. 카라얀이 스웨터를 벗어 갈아입으라고 하더라. 구멍이 나 있었다. 그렇게 돈도 많은 사람이 구멍 난 걸 입고 있다는 것이 재밌었다. 스웨터를 가질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러라고 했다. 손녀 딸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조수미는 "카라얀이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다. 트레이닝복 지퍼를 내렸다 올렸다하며 숨을 못 쉬겠다고 하더라. 집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연습하는 모습을 끝까지 보더라. 내일이 일요일이니 푹 주무시라고 했다. 숙소에서 TV를 켰는데 카라얀이 돌아가셨다는 거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그냥 유명한 지휘자의 죽음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슬픔이었다. 그 슬픔이 너무 커서 그분이 없는 무대는 서고 싶지 않았다. 집에 가겠다고 했다. 다른 가수들도 참여를 거부했다. 기적적으로 마에스트로 솔티가 빈자리를 이어받았다. '오페라를 계속 하는 게 그분의 뜻일 수 있다'고 했다. 스토리가 왕의 죽음이었는데 오버랩됐다. 눈물을 흘리면서 끝까지 노래했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다.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이 사랑해준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게, 예고도 없이 사라지는 게 너무 슬펐다"고 털어놓았다.

음악가 조수미를 있게 한 카라얀이 남긴 가르침이 있냐는 물음에는 "신기하게 어머니와 비슷한 말을 했다. 음악과 결혼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예술가는 자유로워야 한다고, 음악을 위해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인생은 선택이고 절대 다 가질 수는 없다. 음악을 선택했다고 말했고 속이 시원하더라. 제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조수미를 알리게 된 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덕분이다.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소화할 수 있는 소프라노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어려운 곡이다. 조수미는 "인간으로서 내기 힘든 고음이다. 카라얀이 너무 자주 부르면 목에 결절이 오거나 무리가 오니 오래 노래하고 싶으면 하지 말라고 했다. 그걸 무릎쓰고 많이 했다. 머리에는 왕관을 쓰고 25kg의 옷을 입는다. 날아다니고 튀어나오고 우주선도 탄다. 그러면서 고음을 불러야 한다. 생명 보험에 사인도 했다. 내 자신을 시험대에 올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재미로 항상 산다"고 고백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도 밝혔다.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물어보면 컨디션 조절이다. 감기에 안 걸리려고 발악을 한다. 한군데도 젖으면 안 된다. 샤워를 하면 즉각 말려야 한다. 맨발로 다니는 건 있을 수도 없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한다. 공연 끝나고 뒤풀이를 간 적이 세번 정도밖에 없다. 숙소에서 메이크업을 지우고 거울 앞에서 나와 대화한다. 공연을 리뷰하는 거다. '거기서 왜 이렇게 했지'라며 자기 학대를 한다. 다시 하고 싶은 기분"이라고 이야기했다.

브라질 공연 이후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조수미는 "원래는 공연 전에 호텔 밖을 잘 안 나간다. 하루는 친구가 파벨라 빈민촌을 가보자고 했다. 병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냐며 싫다고 했다. 하도 가자고 해서 용기를 냈다. 내 눈에 보인 풍경이나 현실이 너무 기가 막히더라. 너무 더럽고 아이들은 씻지도 못하고 맨발로 걷는다. 인간이 살 정도가 아닌 집이어서 기가 막혔다. 너무 울컥했다. 너무 많은 걸 느꼈다. 음악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 사람들에게 필요할까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힘들었다. 난 럭셔리한 호텔에서 컨디션 조절을 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할 텐데 그 사람들은 뭘까. 옳지 않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계속 하지만 이제는 내 섬에만 갇혀 있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향해 걸어가보려 한다.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선 콘서트도 하고 유네스코와 함께 아이들도 가르치고 기부도 했다. 그게 기쁨이고 내가 원한 삶이었다"고 고백했다.

조수미는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촉촉한 음악, 따뜻한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로 계속 커 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KBS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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