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1.04 01:52 / 기사수정 2010.01.04 01:52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009년,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가 이룩한 업적은 피겨 스케이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신채점제 도입 이후, 여자 싱글 선수로서 첫 200점 돌파의 신기원을 이룩한 김연아는 자신이 출전한 모든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세계 신기록을 연거푸 수립했고 남자 선수들의 점수대에 근접하는 획기적인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는 "2010년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난 몇 년간의 모든 계획은 '밴쿠버 올림픽'에 맞춰져 있었다. 이번 시즌이 끝난 후에는 무엇을 하든 '새로운 시작'이 될 것 같다"고 새해를 맞이하는 소감을 밝혔다.
올해 초부터 밴쿠버 올림픽이 열리는 2월 중순까지는 김연아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지난 12월 중순에 토론토 크리켓 훈련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를 끝으로 김연아는 오직 '스케이트'에만 집중하고 있다.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김연아는 '가장 유력한 금메달리스트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시즌동안 펼쳐진 대회의 기록을 놓고 보면 김연아의 적수는 없는 상태다.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가 '2009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200점을 돌파하며 김연아의 최고 점수인 210점대에 근접했다는 의견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지만 자국에서 치러진 대회에서 나온 점수는 객관성을 상실하고 있었다.
주니어 대회 이후, 김연아의 성장은 꾸준히 진행돼왔다. 이번 2009-2010 시즌에서 세계 신기록을 연거푸 넘어섰던 사실도 '끝을 알 수 없는' 김연아의 장점을 보여준 경우였다. 다른 선수들이 잘못된 기술을 고치려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김연아는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부정확한 기술을 고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어릴 때 잘못 배운 기술은 좀처럼 교정하기 어렵다. 몇몇 피겨 지도자들은 '플러츠(플립에 가까운 잘못된 러츠)'는 고쳐지기 힘들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정확한 기술을 익히는 데에 전념한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22, 일본) 등이 점프를 교정하고 있을 때, '프로그램 완성'에 집중하고 있었다.
고난도 기술도 피겨를 구성하는 '한 요소'에 불과하다. 실전 무대에서 최상의 연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프로그램 자체에 몰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세계 정상급의 선수라 하더라도 늦은 나이까지 특정한 '점프'에 집착하고 있다면 결코 훌륭한 스케이터로 우뚝 설 수 없다. 이런 점을 볼 때, 김연아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쓴 스케이터'로 평가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익힌 정확한 점프 기술은 '가장 정확한 교과서 점프'를 완성했다. 기술적으로 모든 것을 10대 초반에 완성한 김연아는 그 이후에 표현력과 안무를 가다듬었고 시니어로 넘어오면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스핀과 스파이럴 완성에 전념했다.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고르게 발전시킨 김연아는 이 '틀'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되풀이했다. 점프, 스핀, 스파이럴, 그리고 최상의 안무와 우아한 몸짓으로 무장한 김연아는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해 왔다. 김연아가 아이스링크에서 움직이는 스케이트 궤적은 매우 복잡하다. 짧은 시간 동안 빙판 전체를 활용하는 김연아의 연기는 '하나의 원'으로 완성돼 있었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공들여 쌓인 '탑'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스케이트를 타면서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에 오른 뒤에도 성장이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사다 마오는 아직까지도 '트리플 악셀' 구사에 집착하고 있다. 주니어 시절 이후, 김연아는 꾸준하게 앞으로 정진해 나갔지만 아사다나 안도 미키 등이 정체되거나 퇴보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선수생활의 절정기에 '브라이언 오서'란 스승을 만난 점도 김연아의 진화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 김연아의 어린 시절, 탄탄한 기본기를 가르친 변성진(40) 코치와 오지연(42) 코치는 "지도자가 특정한 기술에 일가견이 있다면 그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올바르게 유지하는 법도 잘 이끌어 줄 수 있다. 오서는 점프를 비롯한 기술이 뛰어났던 선수였다. 이러한 점이 (김)연아가 구사하는 트리플 점프를 올바르게 유지해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주니어 시절 이후, 김연아와 다른 선수들의 프로토콜을 보면 명백한 차이가 나타난다. TES(기술요소)와 PCS(프로그램 구성요소)에서 김연아의 점수는 일관성 있게 높아졌다.
피겨 스케이터의 궁극적인 고지는 '고난도 기술의 달성'이 아닌,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있다. 김연아는 이른 나이에 정확한 기술을 익히고 표현력을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뒤, 자신의 완성해온 '틀'을 지키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해왔다. 특정 요소에 집착하지 않고 '하나의 원'을 그릴 수 있는 스케이터가 꾸준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 [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아사다의 무기는 '트리플 악셀'이 아닌 'PCS'
☞ [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해진, 만 12세에 트리플 5종 점퍼 되다
☞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김연아 경기는 언제?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