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1:05
스포츠

[해외파 기상도⑤] 오, 마이 캡틴 박지성 '다시 한번 포효하기를'

기사입력 2010.01.04 09:41 / 기사수정 2010.01.04 09:41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지난 12월 31일 올드 트래포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위건 애슬래틱을 5-0으로 대파하면서 힘겨웠던 '박싱데이'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2009년을 종료하며 새로운 해, 2010년 경인년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선수단은 새해를 맞아 약 5일 여 간의 짧은 휴식(정상 일정이나 마찬가지지만 느낌상)을 맞았고 아프리카 선수들은 1월 10일에 개막하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위해 잉글랜드 무대를 잠시 떠나게 되었다.

위건과의 경기는 매우 뜻깊은 경기였는데 바로 대한민국의 주장 박지성이 오랜만에 맨유에서 풀타임 경기를 소화했다는 것과, 위건 이적 이후 은사 브루스 감독대신 들어온 마르티네즈 감독에게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던 조원희가 역시 선발 출장 후 풀타임을 소화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내년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시기였기에 매우 반가운 출장이었다.

박지성은 경기 감각을 많이 끌어올린 듯 빈 공간을 찾아들어 가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공격포인트가 10개나 나왔지만 그중 하나도 관여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조원희는 오랜만에 경기에 출장한 탓인지 조금 아쉬운 플레이를 보였지만 그날 위건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수준 이하였다. 그래도 그라운드에서 두 한국 선수가 경기를 치르고 있는 모습은 매우 오랜만에 대한민국 축구팬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2009년 맨유와 박지성, 없다고 하지만 어딘가 허전했던 '그의 빈자리'

9400만 유로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로 팀의 중심이었던 최고의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보내고도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오베르탕, 마이클 오웬만으로 보강을 마친 맨유에게 모두가 의문사를 던지며 우려를 표했다. 벌어들인 돈을 제대로 팀의 재정비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이유였지만 리그 반환점을 돈 지금 알렉스 퍼거슨은 역시 알렉스 퍼거슨인 모양이다. 맨유는 첼시에 단 승점 2점이 뒤진 채 2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그래도 호날두가 없으니 어딘가 허전함은 지울 수 없다. 부상도 잘 당하지 않고 매년 꾸준히 리그 33~34경기씩을 소화하며 어떻게든 꾸역꾸역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끌던 그가 있을 때와는 달리 맨유는 지금 최악의 부상악령에 시달리고 있고 공격이 풀릴 땐 잘 풀리는데 안 풀릴때는 또 지독하게 안 풀리는, 분명히 멀쩡한데 어딘가 하나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팀의 모든 공격이 호날두를 중심으로 돌아갔기에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호날두의 수비 공백을 메꿔주고 종종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간돌파로 상대 수비를 위협해 팀 밸런스를 유지시킨 박지성에게도 호날두의 이적은 치명적이었다. 덩달아 부상까지 겹치면서 가브리엘 오베르탕과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자리를 잡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은 매우 뼈아픈 일이었다. 박지성의 전반기 성적은 6경기 출장이 전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출장하며 기량을 과시했기에 더욱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2010년 맨유, 그리고 박지성이 다시 포효하길 기원하며

다행히도 아직 박지성에겐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올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호날두를 보내면서 기존에 있던 루이스 나니에게 호날두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나니는 리그 초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드디어 잠재력이 폭발하나 싶더니 지금에 와서는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비효율적인 개인플레이의 연속으로 퍼거슨 감독의 눈 밖에 나게 되는가 싶더니  최근엔 디 마리아와 트레이드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것은 박지성에게 있어서 매우 호재다.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맨유에 완벽히 적응하고 공격포인트까지 올리고 있는 마당이라 발렌시아의 자리는 탐내기 어렵지만 또 하나의 윙어 자리를 충분히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발렌시아 또한 공수 밸런스가 좋고 활동량이 적지는 않는 선수라 박지성과 호흡만 제대로 맞춘다면 상대 수비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두 선수를 보며 누구를 막아야 할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현재 리그에서 14골을 넣으며 폭발적인 골 감각을 뽐내고 있는  웨인 루니와도 박지성은 호흡이 잘 맞기 때문에 부상만 재발하지 않는다면 후반기 동안 충분히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헐 시티전에서 상대 수비수 앤디 도슨에게 막혀 골을 기록하지 못한 일이 아쉽긴 하지만 시즌 마수걸이 골만 한 골 넣어준다면 그 이후부터는 자신감을 되찾아 충분히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낼 수 있다. 

2010년에는 부디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처럼, 04/05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의 경기에서처럼 박지성이 멋진 골을 넣고 올드 트래포트에서 포효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누가 뭐라 해도, 박지성은 우리나라 대표팀의 '오 마이 캡틴'이기에 말이다.



조형근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