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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수원의 명경기 BEST 5

기사입력 2009.12.29 20:25 / 기사수정 2009.12.29 20:25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순식간에 지나가 어느덧 새로운 1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열다섯 K-리그 팀들도 꽃피는 춘삼월부터 9개월간 행군하며 저마다 색깔로 2009시즌을 마쳤고,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선수를 영입하고 사령탑을 교체하는 등 새로운 시즌에 대한 담금질을 하고 있다. 

그 중 항상 리그 순위 테이블 상위권에 있어야 할 것 같았던 수원은 화려했던 2008년의 '디펜딩 챔피언'이란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추락하며 리그 10위로 2009년을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수원이 시즌 내내 비참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초라한 성적표 속에서도, 힘들었기에 더욱 빛난 명경기 다섯 개를 꼽아보았다.  



10월 8일 FA컵 4강전 [수원 3 : 0 전북]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구 원정 길에서 덜미를 잡히며 우울한 추석연휴를 보내야 했고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희망이 점점 사그라질 즈음의 마지막 희망으로 남은 FA컵 트로피를 위해 꼭 꺾어야만 했던 팀은 막강 공격진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전북.

후반기 들어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준 안영학과 주 득점원이었던 에두마저 경고누적으로 결장하게 되고 수원 팬들은 작년 홈에서 당한 2대 5의 수모가 또다시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불안에 휩싸였다. 하지만, 공은 둥글었고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맹렬하게 몰아친 수원은 하태균이 포문을 열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처리 되었고, 전반 35분 티아고의 터닝슛이 전북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며 골문으로 들어가 승기를 잡았다. 이어 티아고의 감각적인 백패스를 김두현이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재차 흔들었고, 교체 투입된 서동현이 경기 종료 직전 자살골까지 유도해내며 전북을 무너뜨렸다.





9월 6일 K-리그 22라운드 [수원 3 : 3 강원] 승리보다 값진,

신생팀 강원과의 첫번째 대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수원은 9월 홈으로 불러들인 경기에서도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에두에 의한, 에두를 위한, 에두가 위한 경기였다. 그리고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낸 에두의 시선 끝에는 한 명의 팬이 있었다.

에두는 전반 17분 기가 막힌 크로스로 배기종의 선제골을 도왔고, 강원의 만회골이 터지자 이번에는 프리킥으로 직접 골을 성공시켰다. 그 후 연속된 실점으로 팀이 패배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후반 44분, 악착같이 달려들어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세번째 골을 넣은 에두는 사진기자들이 모여있는 자리를 살피다 마침내 수 년간 수원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온, 지금은 고인이 된 '블루포토'신인기씨를 발견하고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곧장 그에게 달려갔다.

경기 전 전광판을 통해 15년여의 시간을 수원과 함께 하며, 암 투병 중에도 진통제를 맞아가면서도 사진기를 놓지 않은 신인기씨의의 영상을 접한 수원팬들은 두 손을 꼬옥 맞잡은 에두와 신인기씨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고 시원한 승리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보다 값진 것을 가슴에 품고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다.


8월 1일 K-리그 18라운드 [수원 2 : 0 서울] 패배는 용납할 수 없어,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아시아 최고의 더비(Asia's top derby)'로 조명하며 K-리그 최고의 매치업으로 꼽히는 수원과 서울의 만남. 양 팀 팬들은 서로 라이벌은 아니라 말하지만 절대로 져서는 되지 않는 경기라 말하며 경기 전부터 투지를 불태웠다. 3만 5천여 명의 많은 관중이 '빅버드'에 운집했고 이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수원은 서울을 상대로 두 골을 몰아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여름 뜨거운 기온만큼 그라운드 안의 선수들의 뜨거운 투지, 뜨거운 관중석 서포터들의 열기가 '빅버드'를 가득 메웠고, 긴장감이 흐르며 경기가 진행되던 가운데 '가슴에 수원을 품은 사나이' 안영학이 팽팽하던 균형을 깨뜨렸다.

후반 5분 에두가 얻어낸 프리킥 상황에서 안영학이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받은 패스를 그대로 깔아 찬 공은 여러 선수의 가랑이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그대로 골문에 꽂혔다. 골망의 흔들림을 확인한 안영학은 A 보드를 뛰어넘어 팬들을 향해 두 주먹을 치켜들며 포효하였고 팬들 역시 밝은 모습으로 그에게 화답하였다.

승기를 잡은 수원은 후반 35분 티아고의 그림 같은 추가골로 서울을 '확인사살'하며 승리를 굳혔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김대의가 '뻥 질러준 공'을 티아고는 감각적인 볼터치로, 그리고 슈팅으로 이어갔고 김호준 골키퍼는 속수무책으로 골을 허용해야만 했다.   

절대로 패배를 용납할 수 없는 상대편을 맞은 이들에게 12위와 1위라는 리그 순위는 정말로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3월 11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수원 4 : 1 가시마] 아시아를 향한 푸른 꿈,
 
2005년 조별예선 탈락 이후 오래간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된 수원의 첫 상대는 J-리그 챔피언 가시마 앤틀러스였다. 챔피언끼리의 대결로 더욱 관심을 불러모은 이 대결에서는 팽팽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수원이 완승을 하였다.

작년 우승과 함께한 마토가 떠나고 새로이 영입한 중국인 수비수 리웨이펑이 전반 44분 프리킥 상황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뽑아내었고 곧바로 에두가 추가골을 터뜨리며 기분 좋게 전반을 마쳤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만 해도 그동안의 전과(?)로 리웨이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이 경기를 비롯하여 헌신적 플레이와 팀에 대한 충성도는 K-리그 최초의 중국어 응원 '리웨이펑 짜요!'를 빅버드에 울려 퍼지게 하며 리웨이펑은 2009년 수원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가 되었다.

기세가 오른 수원은 후반 36분 홍순학이 서동현과의 2대1 패스로 상대 수비를 농락하며 추가골을 성공시켰고 무자비한 공격력은 이에 그치지 않고 후반 45분 박현범이 한 골을 추가하며 바다 건너온 상대편에게 절망감을 선사하였다. 곧바로 허용한 한 골은 자비로운 '서비스'라고 생각될 정도로.

두 달 후 수원은 가시마 원정 길에서 승리의 기쁨을 고스란히 상대팀에게 넘겨줬지만 이 경기는 수원팬들에게 가장 유쾌한 기억이 아니었을까,



11월 8일 FA컵 결승전 [성남 1 : 1 수원(PK 승)] 다시 아시아로,

2009년의 마지막 경기이자 리그에서의 부진으로 암흑 속에서 헤매던 수원에 마지막 희망으로 남은 FA컵 최종전 상대는 몰리나의 활약으로 기세가 오른 성남.

20일 전 같은 장소에서 패배를 떠안으며 6강 플레이오프 탈락을 확정지은 아픈 기억이 되풀이되는 듯 경기는 라돈치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후 답답하게만 흘러갔고  실낱같던 희망마저 꺼지려던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43분 공을 몰고 드리블하던 티아고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밀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이끌어내었고, 에두가 왼발로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경기 전부터 팀을 떠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에두는 수원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몸을 사리지 않고 뛰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고,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후 팔을 활짝 펼치며 팬들에게 그동안 보내준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연장전에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돌입한 수원은 '미스터 블루윙' 이운재의 철벽 손끝으로 아시아로 다시 나아갈 자격을 얻으며 2009년을 마무리 지었다.





겨울이 지나고 또 다시 리그 시계는 돌아갈 것이다. 2010년에는 곧게 뻗은 '빅버드'의 커다란 날개처럼 블루윙즈도 2009년 꺾였던 푸른 날개를 다시 펼치고 날아올라,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하며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팬들 앞에 설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관련기사] ▶ K-리그, 팬이 있어 아직 희망이 있다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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