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2.23 21:48 / 기사수정 2009.12.23 21:48
"축구는 영국이 만들었지만, 브라질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브라질이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란 사실을 쉽게 인정하며, 무의식적으로 인식된 브라질 축구의 강력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오래된 관습으로 자리매김했지요. '엑스포츠뉴스'는 매주 목요일 본지 박문수 기자를 통해 브라질 축구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연재물 '삼바 토크'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 주]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최근 10년간 브라질 축구를 상징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다수의 축구팬은 축구 황제 호나우두를 언급할 것이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포워드 호나우두는 존재만으로도 브라질 대표팀의 월드컵 통산 5번째 우승과 조국 브라질이 최근까지도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반년 앞으로 다가온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마법을 펼칠 호나우두에 대한 축구팬의 기대는 매우 크다. 지난 12월 초, 브라질의 사령탑 카를로스 둥가가 무리한 모험을 감행하면서까지 호나우두를 발탁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지만, 여전히 문전 앞에서 한 방이 필요한 브라질에는 그가 절실할 것이다.
그렇다면, 축구 황제 호나우두의 삼바 군단 재승선의 가능 여부와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마술에 대해 알아보자.
지난 2006 FIFA 독일 월드컵은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끝났지만, 이 대회 16강전 브라질과 가나의 경기에서 호나우두가 카카의 스루 패스를 받은 뒤 상대 골키퍼까지 제치는 선제 득점으로 독일 출신의 득점 기계 게르트 뮐러가 세운 통산 월드컵 최다 골이었던 14골을 넘어선 광경도 의미 있었다.
이 경기 이후, 모든 선수들의 꿈인 (어쩌면 포워드에게는 월드컵 챔피언보다 가치 있는) 월드컵 통산 최다 골 기록 보유자로 이름을 올린 호나우두는 오랜 기간 브라질 대표팀 그 자체였다. -필자도 호나우두가 자신을 상징하는 백 넘버 9번을 달고 필드 위를 나서는 모습을 볼 때면 아직도 설렌다. 아마도 몇몇 축구 팬은 호나우두를 하나의 종교로 삼고 있을지 모른다.-
호나우두를 마킹했던 수비수들이 그가 좌측으로 드리블 방향을 전환할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워낙 드리블 동작이 빠르기 때문에 막지 못했다고 언급한 점은 그가 지닌 공격적 재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호나우두가 보여줬던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마술쇼와 상관없이 현재 브라질 대표팀은 그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우선, 현재 브라질 대표팀의 포워드진은 전국시대에 가깝다. 10년 전 히바우두, 에우베르, 호나우두, 에드문도, 호마리우 등 내로라하는 세계 최고의 특급 골게터들이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보다 2% 부족한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카카의 조력자이자 세컨드 탑 포워드로서 둥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호비뉴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포워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다. '넥스트 호나우두'의 임무를 맡은 루이스 파비아누가 페널티 박스 내에서 뛰어난 득점력으로 대표팀 주전 포워드를 차지했지만 트래핑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설픔과 잦은 기복은 불 만족스럽다.
'AC 밀란의 소년 가장' 알레산드레 파투는 밀란에서의 활약을 대표팀에서 보여주지 못했기에 승선이 불투명하다. 최근 둥가가 AC 밀란의 경기를 접하면서 파투의 승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오른쪽 윙 포워드에서 활약하는 그는 자신의 본래의 위치를 잃었기 때문에 극심한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다.
한편, 인터나시오날에서 갱생하며 비야레알로 이적한 니우마르는 신체적 능력이 훌륭하지는 않지만, 빠른 발을 이용해 타겟맨으로서의 역할은 수행하지만 2% 부족하다.
결국, 브라질은 호비뉴와 파비아누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의 포워드를 확정 짓지 못했다고 보면 된다. 파비아누가 기복은 심하지만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조국의 우승을 이끈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둥가가 파비아누라는 안정된 카드를 버릴 확률은 낮다. 최근 니우마르가 대표팀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지만, 現 소속팀 비야레알에서 100% 녹아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은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만일 호나우두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라는 두 가지 악재를 극복하면 니우마르와 파비아누보다 믿음직한 포워드일 것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 자신의 소속팀 코린치안스의 캄페오나토 파울리스타와 코파 두 브라질 우승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호나우두를 기억한다면 그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모범을 보이며 조국의 순항을 이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축구팬들은 호나우두를 가리켜 '신의 능력을 소화하지 못한 인간의 몸을 지닌 황제'라고 칭한다. 화려하면서도 간결한 드리블을 선사한 호나우두는 잇따른 부상 때문에 선수 생활이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재기했으며 부상을 이겨내고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했기에 호나우두가 삼바 군단에 복귀한다면 월드컵 최다 골 갱신과 조국을 위한 강력한 한 방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과연 둥가가 자신의 최종 히든카드로 호나우두를 꼽게 될지 그의 선택이 주목된다.
[사진=지난 9월 호나우두의 생일을 전하는 피파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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