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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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아더' 낯설지만 중독성 강한 넘버의 매력[엑's 리뷰]

기사입력 2019.03.28 17:43 / 기사수정 2019.03.28 17:4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아더왕의 전설이 뮤지컬로 재탄생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촘촘하지 않은 서사는 아쉽지만 독특한 느낌의 넘버가 인상적이다. 

중세 유럽의 빛나는 영웅으로 알려진 아더 왕을 다룬 뮤지컬 ‘킹아더’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자신의 진짜 신분을 모른 채 살아가던 아더는 우연한 기회로 바위에 박힌 엑스칼리버를 뽑는다. 그런 그가 왕으로 즉위한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파리에서 초연 당시 150회 공연하고 30만 명을 동원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 중이다. 원작을 그대로 선보이는 레플리카 형식이 아닌 대본과 음악만 가져온 스몰 라이선스 방식을 택했다.

아더의 성장이 큰 줄기다. 아더 왕은 전설적인 인물이지만 이 극에서는 다분히 인간적이다. 갑작스럽게 신이 정한 운명 속에 살아야 하지만 그 운명에 맞서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철부지 아더에서 백성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원탁의 기사들을 호령하는 성숙한 왕으로의 변화를 그렸다.

멜레아강과 모르간은 아더와 대립하며 극의 한 축을 이룬다. 엑스칼리버의 선택을 받지 못한 좌절감으로 아더에 대한 분노를 지닌 멜레이강과 어릴 적 우서왕으로 인해 불행을 겪고 아더에게 증오의 마음을 키운 모르간은 악으로 대변되지만 연민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아더왕의 전설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감정이 겹겹이 쌓일 새 없이 건너뛰는 전개로 개연성은 조금 부족하다. 서사보다는 현란한 안무와 퍼포먼스, 천을 활용한 에어리얼 스트랩, 아크로바틱, 검술, 발레, 현대 무용 등 쇼적인 부분을 내세웠다. 귀네비어가 랜슬롯을 만나자마자 갑자기 사랑에 빠지고, 랜슬롯이 아더와 귀네비어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내적 갈등을 겪는 과정이 충분하게 표현되진 않았다. 귀네비어는 특히 전형적인 여성스러운 캐릭터에 머물러 있어 아쉽다.

넘버가 특기할 만하다. ‘다시 일어나리라’, ‘새로운 시작’, ‘어디든 멀리’, ‘빼앗긴 나의 시간’ ‘마법처럼’, ‘약속해’, ‘사라져버린 꿈’, ‘대가를 치러야 해’, ‘아더의 맹세’ 등 프렌치 팝, 켈틱 팝, 업템포 발라드,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이뤄졌다. 보통의 뮤지컬과 달리 대중가요를 떠올리게 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아이돌인 틴탑 니엘이 ‘웨이크 업(Wake up)’ 가사가 반복되는 렌슬롯의 넘버 ‘깨어나’를 부를 때는 마치 음악방송 무대에 선 느낌도 난다.

전반적으로 처음 들을 때는 생소함이 가득하지만, 들을수록 개성이 강하고 묘한 중독성을 지녔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폭넓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하는 넘버들로, 배우들의 가창력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대형 스크린과 반구형의 계단식 무대로 좁은 공간을 극복하고 원근감 효과를 낸다. 하지만 다른 대극장 뮤지컬과 비교해 화려한 장치나 변화가 없어 심심하다.

최근 드라마에서 활약한 장승조는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연기와 노래 모두 무리 없이 소화한다. 미숙한 아더부터 운명에 좌절하고 고뇌에 찬 아더, 이어 운명을 피할 방법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아더까지, 짧은 극 안에서 복합적인 감정의 변화를 안정적으로 연기한다.

파워풀한 가창력을 자랑하는 이충주와 박혜나는 무대를 휘어잡는 에너지로 아더에 맞선 멜레아강과 모르간을 강렬하게 연기해낸다. 가장 판타지적인 캐릭터인 마법사 멀린 역의 지혜근도 안정되게 극을 이끈다. 국내 뮤지컬에 데뷔한 니엘은 가요 창법이 두드러지지만 랜슬롯의 애절한 감성을 잘 드러낸다. 다만 대사를 전달할 때 발음 부분을 더 신경쓰면 더 좋을 듯하다. 간미연은 여성스러운 귀네비어에 어울리나, 단조로운 연기의 톤이 다소 아쉽다.


6월 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60분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알앤디웍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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