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11.21 05:29 / 기사수정 2005.11.21 05:29
"나도 이제 중고참, 더이상 천방지축 아니다"
ⓒ울산현대 호랑이 축구단
올해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K리그로 '불명예 복귀'한 이천수. 이천수는 K리그 복귀 후에도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한 채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하며 축구팬들의 외면속에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게다가 국가대표팀에 발탁은 되었으나 최근에 열린 두차례의 A매치 평가전에서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벤치신세를 지어가며 지금까지 그의 속은 그야말로 '숯덩어리'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천수가 이러한 고난의 계절을 뒤로 하고 K리그 최종전에 이어 20일 성남 제 2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5 K리그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차도와 이진호의 동점골과 결승골을 완벽하게 만들어 내며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고,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천수는 K리그 6회 우승에 빛나는 K리그 명가 성남 일화를 적지에서 만나, 견고하기로 유명한 성남의 4백수비를 농락하며 전 후반 내내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치며 울산의 간판으로서 이름값을 해 냈다.
이천수는 이날 결승의 길목에서 만난 성남을 상대로 초반에는 다소 깔끔치 못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컨디션이 되살아나며 여러차례 성남의 골문을 위협했다. 결국 이날 이천수는 후반 1분 마차도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과 38분 이진호의 결승 헤딩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며 이날 승리의 1등공신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이날 경기에서 이천수가 빛난 이유는 또 있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이천수가 직접 찼던 세차례의 프리킥은 그야말로 '득점이나 다름없는' 완벽한 슈팅이었다.
이천수는 전반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37분 PA밖 좌측에서 얻어낸 다소 협소한 각도의 프리킥 기회에서, 우측 골대를 살짝 빗나가는 절묘한 프리킥을 완성하며 김해운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전반 종료 직전과 후반 40분경에도 역시 PA밖 좌측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두차례 모두 성남 김해운 골키퍼의 손끝에 살짝 걸릴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며 무산되었다.
특히 이천수는 프리킥을 차기 전 놓여있는 지점에서의 공 위치를 매번 가까이서 조절하고, 디딤발이 닿을 곳 또한 세밀하게 다져가며 '공을 들여' 차는 모습을 보여, 그가 본인의 프리킥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또한 가늠 할 수 있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천수는 "오늘 찼던 자리들보다 조금만 더 가까운 위치에서 프리킥을 찬다면 골을 넣을 수 있다"며 자신의 정교한 프리킥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천수는 자기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천방지축' 이라는 꼬리표에 대해 "이제 후배들도 생겼고, 나도 이제 팀내에서는 중고참이다. 내가 부쩍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며 더이상의 '천방지축 이천수'는 없을 것이라 천명했다.
또 최근 대표팀에서의 벤치신세를 의식한 듯 "오늘 오신 아드보카트 감독이 직접 보는 자리에서 좋은 플레이가 나와 기쁘다"며 "내년 1월 재소집에 발탁된다면 더욱 잘 해 나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앞으로 남은 인천과의 챔피언전에 대한 자신감 역시 남달랐다. 이천수는 "K리그 복귀 후 처음 맞은 인천과의 경기에서 골대를 두번이나 맞혔었는데 이번에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울산 현대의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일굴 것을 다짐했다.
(성남=김형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