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왜그래 풍상씨'로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듣고 있는 배우 유준상이 '이풍상'이 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언급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자 풍상 씨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사건 사고를 통해, 진정한 가족애를 공감해 보는 가족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22.7%(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극중 오남매의 장남이자, 동생들만을 위해 살아온 동생 바보 이풍상 역을 연기한 유준상은 가장의 무게와 암환자의 고통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연기 호평을 받았다.
유준상은 카센터를 운영하며 가족을 부양하는 이풍상 역을 연기하기 위해 일부러 한쪽 손톱을 검은색으로 칠해 죽은 걸로 표현하고, 다른 손톱에는 때까지 칠하는 디테일을 더했다. 촬영할 때마다 매번 손톱에 검정칠을 했다는 그는 "처음 한 개의 손톱을 죽은 걸로 설정하고 검은색 칠을 했을 때 작가 선생님이 보시고 울컥하시더라. 손톱을 까맣게 하고 리딩 연습을 하면 더 잘됐다. 지적받았다 싶으면 손톱을 지우고 간 날이었다"고 디테일이 만드는 변화를 말했다.
종영 후 진행된 인터뷰임에도 그의 손에는 매일같이 분장을 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유준상은 "손톱 때가 지워지질 않더라. 처음에는 사람들이 진짜 내 손톱에 때가 있는 줄 알고 시선을 손으로만 두더라.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숨기게 되더라"고 말했다.
손톱 때까지 그리는 유준상의 열정은 대본 리딩으로도 이어졌다. '왜그래 풍상씨'는 매회 철저한 대본 리딩을 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유준상은 이같은 성과를 "미니시리즈 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매회 모여서 리딩을 했다. 촬영 전에 하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해냈다. 처음 리딩을 할 땐 남자 배우들이 지적을 많이 당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자배우들도 리딩 때부터 몰입해서 톤이 올라가게 됐다. 그러던 중 공연을 마치고 뉴욕에 가는 일정이 있었는데, 갔다 온 다음 바로 촬영 시작이었다. 그래서 작가 선생님을 노래방 같은 곳에서 따로 만나 세 시간 동안 연습하고 그걸 녹음해서 비행기 타는 12시간 내내 그것만 듣고 연습했다. 돌아와서 리딩 때 연습을 하는데, 앉아서 대사를 하다가 나도 막 일어나게 되고, (오)지호는 어떤 신에서 눈물도 흘렸다. 지호가 우니까 나도 울게 되고, 마친 다음에 지호가 '형 저 리딩 하면서 운 건 처음이에요'라고 하더라. 그렇게 모두 훈련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장례식 신을 찍었다. 그러니 아무도 NG를 안 내고 그 힘든 촬영을 잘 마쳤다. 다섯 장 반짜리 대본을 한 번에 다 찍었다."
과연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들의 호흡이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 있는 연습량이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던 중 연기로는 시청자들에게 나쁜 소리를 들은 적이 없던 중견 배우 유준상이 대본 리딩 때 문영남 작가로부터 지적을 받았다는 말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함께하는 작가 선생님이 어떤 방향을 원한다고 말해주면 그만큼 좋은 게 없다. 작가님이나 연출가가 이야기해주지 않고, 배우들 스스로 해야 할 때는 힘들다. 처음 작가 선생님을 만났을 땐 나를 보고 '준상이는 그냥 풍상이구나' 했었다. 그런데 얼굴만 그런 거였다. 지적을 받은 다음에 대본의 마침표, 쉼표, 말줄임표 등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했다. 그리고 리딩 때랑 현장에서의 연기가 확 달라지니까 감독님이 자꾸 나의 연기를 대변해줬다."
또한 그는 암 투병 연기를 하며 점점 말라가는 모습으로도 눈길을 끌었는데, 유준상은 암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철저하게 살을 뺐다며 "친척 형님이 실제로 간암이라, 둘째 아들이 간을 주는 걸 옆에서 봤다. 그래도 모든 환자의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례를 찾아보고, 풍상이 상황과 비슷한 환자의 모습을 보며 살을 뺐다"고 그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왜그래 풍상씨'를 촬영하는 동안 온 몸과 힘을 다해 풍상이가 되었던 유준상. 그와 가장 가까이 사는 홍은희는 이를 어떻게 봤을까. 유준상은 "드라마를 재미있게 잘 봐주고 풍상이라는 인물을 잘 이해해줬다. 손톱 때를 보고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말해줬다"며 아내의 반응을 전했다.
이 같은 유준상의 열연에 아직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연기대상 강력 후보로 점치는 시청자들도 많다. 유준상은 연기대상 이야기에 쑥스럽게 웃으며 "그런 이야기를 듣긴 들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반 백 살 넘으면서는 그런 걸 기대하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함께 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나무엑터스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