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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장미란의 세계선수권 4연패

기사입력 2009.11.29 10:51 / 기사수정 2009.11.29 10:51

김지한 기자



[사진= 용상 세계 기록을 수립하고 있는 장미란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었다. TV에서 주말 저녁을 책임지는 주말연속극 못지 않게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고양시청)이 만들어낸 '각본 없는 세계 기록 우승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며, 모처럼 역도 경기를 지켜본 팬들을 흥분하게 했다.

장미란은 28일 밤,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09 고양 세계 역도 선수권 대회 여자 +75kg급 A그룹 경기에서 인상 136kg, 용상 187kg을 들어올려 합계 313kg으로 이 대회 4연패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특히, 용상에서 자신의 종전 기록(186kg)을 1kg 더 들어올려 세계 기록을 수립하자 킨텍스 5홀을 가득 메운 3천여 관중들은 장미란이 새로 쓴 역사에 박수와 환호성으로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독보적인 실력을 보였던 그대로 장미란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다른 선수보다 오직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면서 경기 운영을 펼쳤다. 시작은 불안했지만 그 끝은 제법 만족스럽게 이뤄졌고, 그제서야 장미란은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홀가분해진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발단-전개) 부담감 속에 치른 인상, 아쉬운 은메달 

너무나 많은 관중이 경기장에 운집한 것을 보듯 장미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대단했다. 특히, 장미란의 소속팀이 고양시청이기에 고양시민들은 장미란에 보다 더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온갖 세계 대회를 모두 경험해 본 장미란조차도 그에 부담을 느꼈는지 인상 1차 시기에는 아쉬운 경기력을 보였다.

131kg에 도전한 장미란은 1차 시기에 바벨을 들어올렸다 놓쳐 순조로운 작전 구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욱이 러시아의 신예, 타티아나 카쉬리나와 중국의 멍수핑이 130kg을 성공시킨 상황이어서 2차 시기에서 실패했을 경우, 메달권 진입조차 어려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은 장미란은 2차 시기에서 같은 무게에 도전했고, 무난하게 바벨을 들어올리며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갔다. 3차 시기에서도 136kg에 성공한 장미란은 세계선수권 출전 처음으로 인상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의 위업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카쉬리나가 3차 시기에서 138kg의 주니어 세계 기록을 세우면서 장미란의 인상 첫 금메달과 3관왕은 물거품이 됐다. 세계챔피언으로서 이같은 목표를 오랫동안 잡아왔던 장미란으로서는 아쉬운 마음 속에 용상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

(위기-절정-결말) 불안한 출발, 그러나 결국 이뤄낸 세계 기록과 4연패 


용상 기록만 놓고 보면 장미란을 따라올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개인 기록에서도 장미란의 최고 기록에 근접했던 선수는 멍수핑(179kg) 정도에 불과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고, 얼마만큼 들어올리느냐가 장미란에게는 용상 경기에 임하는 가장 큰 과제였다.

그러나 용상 1차 시기에서도 장미란은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에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12kg이나 낮은 174kg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단계를 거쳐 세계 기록에 도전하려는 작전 역시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2차 시기에서도 들어올리지 못하면 자신이 원했던 세계기록 달성과 4연패 성공도 물건너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그 순간에 장미란은 반전을 이뤄냈다. 침착함을 유지한 채 플랫폼에 선 장미란은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바벨을 잡았고 연습 때처럼 힘차게 174kg을 들어올리며 용상 1위, 합계 1위를 확정지었다.

관중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은 장미란이었지만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세계 기록 작성에 대한 목표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3차 시기에서 처음으로 180kg을 신청했던 장미란은 과감하게 187kg으로 끌어올려 자신의 세계 기록을 경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2차 시기보다 13kg이나 더 높은 바벨을 신청했기에 사람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는 기대와 의심이 교차했다.

결국 장미란은 힘차게 187kg의 기구를 들어올리며 용상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는데 성공했다. 과정은 힘겨웠지만 결과는 완벽했고, 세계선수권 4연패 달성도 더욱 빛낼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나는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며 홀가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장미란. 그녀가 스스로 써 낸 '세계선수권 드라마'는 2009년 가을 주말의 마지막 밤을 짜릿하게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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